"쓰레기 행님, 진짜 까리뽕삼하다." "짐승 같은 쓰레기성 나왔으면은 야, 우린 뼈도 못 추렸어야." 전작만한 후속작이 없다는 속설을 웃어넘기며 응답하라 1994가 흥행 가도를 달리는 것은, 무엇보다 현재 가장 뜨거운 반응을 이끌고 있는 쓰레기 신드롬 덕분일 것이다. 영화든 드라마든 소설이든 노랫말 속이든 차고 넘치는 사랑 이야기 가운데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는 유일무이한 비기는, 바로 관객을 얼마만큼 사랑에 빠뜨릴 수 있는가이다. 멜로드라마에서 여주인공의 역할이 시청자의 이상향이라면 남주인공의 역할은 관객의 이상형이 된다. 즉 응답하라 1994 그리고 쓰레기 열풍은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이 남자를 사랑하고 있다는 방증이나 다름없다.
의외인 것은 이만큼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낸 쓰레기(정우 분)이지만 지난 회차 속 그의 족적을 돌이켜보면 생각보다 그리 분량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동갑내기인 하숙생 멤버들과 달리 사회인의 반열에 들어선 쓰레기는 여러모로 포지션이 다를 수밖에 없기에. 극을 이끌어가는 메인에피소드에서조차 그는 거의 참여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항상 에피소드의 중심 같았던 착각은, 짧은 분량으로도 큰 임펙트를 이끌어내는 배우 정우의 힘일지도.
기껏 어리광까지 부렸건만, 찾아오지 않는 쓰레기 오빠의 빈자리를 탄식하며 오징어를 씹던 나정이의 귀는 그가 주체가 된 수다에 솔깃해진다. 그에게 쏟아지는 찬사와 동경에 자기도 모르게 빙그레-하며 올라가는 입꼬리. 시청자의 입꼬리 또한 같은 방향을 그렸음은 애써 설명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집에서는 기껏 상한 우유를 마시고도 아무렇지 않은, 세수를 하고 발매트로 얼굴을 닦는 모습조차 당연한 쓰레기 오빠야가 바깥에서는 최고치의 평가를 찍는 멜로드라마의 남주인공인 것이다.
순정만화 판타지의 정점을 찍은 첫 번째는, 그야말로 감성 스틸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귀신같은 음악 타이밍과 시선이다. 나정이는 타인의 평가 속에서 발현되는 쓰레기의 이미지가 얼마나 대단한 것인가를 경험하고 있었다. 남자아이들에겐 두려움이자 선망의 대상, 그리고 학교의 퀸들조차 소녀팬으로 만들어버리는 위력적인 존재감. 그런 그를 나정이의 시선으로 쫓는 쓰레기의 등장은 시청자의 가슴마저 고조시키는 힘이 있었다. 이 대단한 사람을 사랑하고 있다는 자긍심 섞인 두근거림.
판타지 실현의 첫 번째 공로가 제작진의 힘이라면 그것을 사그라지지 않는 현실감으로 완성하는 것이 배우 정우의 연기력이다. 학창시절, 그라운드를 달리는 첫사랑을 단 한 컷의 그림도 놓치지 않고 쫓아다니던 그 시선을 그대로 재연한 카메라 워크가 서운하지 않게 첫사랑하고 싶은 선배의 이미지를 그대로 재림시켰다.
누군가에겐 몇 년 전, 혹은 몇십 년 전의 판타지. 운동장을 누비는 첫사랑을 쫓아가던 소녀의 시선. 그 공간을 2013년의 지금으로 옮겨놓은 환상적인 음악 타이밍. 그리고 판타지를 현실로 다가서게 한 정우의 리얼한 연기력까지. "내 나이 스물, 나는 지금 첫사랑을 한다." 이미 해봤건 처음이건 간에, 우리는 지금 첫사랑에 빠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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