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민주당 관계자는 “패배가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분석도 나오지 않는 상황이다”라고 쓸쓸하게 말했다. 경기도 화성갑이라는 지역구 특성상 패배를 예상하면서도 선거 전 격차였던 12%를 극복하자고 했지만 결과는 30% 격차였다.

민주당의 정치전략 자체가 총체적 난국에 봉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은 ‘반MB 전선’을 5년간 유지하고도 박근혜에게 정권을 뺐긴 과거의 경험을 성찰하지 못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는 “정권에 대한 비판세력만을 모아서는 야당이 이기기 힘들고 오히려 여권 내 정권 비판세력에게 밀릴 수도 있다는 걸 보여준 것이 2012년의 두 번의 선거(총선 및 대선) 결과가 아니었나”고 반문하면서 “최근 민주당의 행보는 이명박 정부 시기와 달라진 바가 없다”고 비판했다.

지난 대선 민주당 패배의 핵심 요인은 유권자들이 그들을 수권정당으로 인지하지 못했다는 데에 있다. 하지만 대선 이후에도 민주당은 그 패배의 원인을 인지하지 못하는 모습이다. 한 정치부 기자는 “국정원이 댓글로 대선을 좌지우지했다고까지 보지는 않는다. 국정원 댓글에 대한 경찰 수사 발표가 제대로 나왔다면 대선 결과가 바뀌었을 수도 있지만, 아예 댓글 작업을 안 했다 한들 결과가 바뀌진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물론 그와 상관없이 그 행위는 엄벌해야 하는 것이긴 하다. 그런데 국정원이 제대로 박근혜를 도와주고 있는 건 댓글을 핑계로 민주당이 혁신을 하지 않는 부분이 아닐까 한다”고 지적했다. 민주당이 권력기관의 정치적 중립 문제를 강력하게 지적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와중에 자신들의 잘못을 가리는 알리바이를 얻고 있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이 재보선 정국에서 ‘견제와 균형’과 ‘정권심판’이란 프레임을 들고 나온 것도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명박 정권 때 정권심판 프레임으로 5년을 재미를 보고 지방선거까지 이겼지만 대선은 졌다. 솔직히 말하면 왜 계속해서 그걸 가져가려 하는지 모르겠다. (내년) 지방선거를 이기면 또 예전처럼 그걸로 정권교체가 가능하다는 이들이 당권을 장악할 텐데 그러다 대선을 또 지는 수도 있다”고 한탄했다.

정권심판이란 구호는 보수정권의 우위를 인정하는 것이고 임기 중 선거에서 승리할 수는 있지만 대권을 가져오기엔 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다른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당이 70년대 신민당만도 못하다. 정권을 가져와야 한다는 고민이 없는, 야성이 없는, 야당을 위한 야당이 되어 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4월 재보선에 여의도 정치권에 입성한 이후 이렇다 할 시사점을 보여주지 못하는 무소속 안철수 의원 측도 민주당의 침체된 분위기에 다시 기회를 얻고 있다. 무소속 안철수 의원 측은 지방선거 이전 정치세력화를 꾀할 가능성이 높다. 안 의원 주변에서는 “(안 의원 측) 강경파들은 서울시장 선거를 말하고 있고 온건파들은 박원순과의 단일화 협상 후 경기도에 대응하는 것을 말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시정을 제법 잘했다는 평가를 받는 민주당 박원순 시장으로서도 ‘1여2야’ 선거에 대한 부담감을 떨칠 수가 없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차라리 지방선거에서 안 의원 측이 존재감을 보이는 결과를 이끌어내고 야권 내에서 민주당의 혁신을 이끌어내는 편이 낫겠다”면서도 “요즘은 민주당의 역량도 안 의원의 역량도 믿을 수 없는 시국이라 그런 결과가 나올지 의문이다”고 밝혔다. 재보선 이후 야권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은 점점 더 냉소로 바뀌고 있다. 정국을 직시한 책임 있는 정치전략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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