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정보통신부를 비롯한 방통위원회의 주파수 정책에 일관성과 투명성이 결여돼 있다는 주장이 불거지고 있다. 특히 ‘없다’던 주파수가 필요에 의해 만들어지는 과정의 연속은 일관성과 투명성 결여의 대표적인 현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수도권 보도전문채널 추진 당시 정책기관은 주파수가 없다고 난색을 표명했던 것과 다르게, 영어FM 도입에선 신속하게 전국을 대상으로 하는 주파수를 찾아낸 바 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DTV 채널배치안의 양상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방통위원회는 자체적인 TFT를 구성해 ‘DTV 채널배치’안을 마련했으며, 이를 관계 기관으로 구성되는 DTV 채널배치 추진협의회에서 논의, 결정하겠다는 계획을 지난 17일 발표했다. 당시 발표엔 TFT의 자체 채널배치 계획도 포함됐다. 논의도 하기 전에 결과를 발표한 셈이다. ‘국내 TV방송 대역 총 68개 채널(2~69번)중 14~51번채널(38개, 470~698㎒)로 전국의 DTV 방송국(보조국 포함)의 채널배치가 가능한 것으로 1차 분석됐다’고 방통위는 발표했다.

▲ 초대 방통위원들이 지난 3월26일 현판 제막식을 갖고 있다. ⓒ미디어스
현재 방통위 홈페이지에 게재된 방통위의 ‘DTV 채널배치’ 보도자료는 수정된 것이다. 초안에는 ‘방통위 자체 TFT 연구결과’라는 문구는 없었다. 지상파방송사들이 항의하자, 방통위 자체안으로 한정하며 급수정한 것이다.

이는 회수와 재배치에 치우친 방통위 주파수 정책의 단면으로, 그 만큼 논의 과정의 일관성과 투명성을 기대하기 어려운 실태를 방증한다.

박종원 미래방송연구회 사무국장은 22일 언론학회 주최로 열린 ‘방통융합시대 지상파방송의 디지털 전환정책’토론회에서 “주파수 때문에 방송의 디지털 전환은 완료되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방통위가 산업적, 경제적 가치에 기준해 주파수 회수와 재배치를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공공적 서비스 측면에서 방송 주파수에 대한 가치 평가는 실종됐다는 진단도 이어졌다.

DTV 난시청 해소와 디지털 전환을 위한 주파수 부족 현상은 방통위엔 관심 밖의 일로 보인다. 이날 토론회에서 박상호 방송협회 연구위원은 현재와 미래 방송서비스를 위한 주파수 소요와 관련해 ‘최소 240㎒에서 최대 360㎒의 대역폭이 추가로 필요할 것’이라는 예측 결과를 내놨다. 하지만 방통위는 DTV 채널로 228㎒(14~51번채널 470~698㎒)만을 언급하는 데 그친다. 방송협회가 주장하는 107개 채널, 642㎒라는 방송용 주파수 수요와는 좁히기 힘든 격차가 존재한다.

전파가 한정된 국민의 재산이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방송협회가 산출한 방송용 주파수 수요량이 원안 그대로 수용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회수와 재배치에만 목적을 둔 방통위의 계획안은 지상파방송사업자는 물론 시청자의 지지를 받기가 더욱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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