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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청춘의 덫 떠올리게 하는 클리셰의 함정[블로그와] DUAI의 연예토픽
DUAI | 승인 2013.10.31 14:18

‘부셔버릴거야’ 우리는 아직도 이 대사를 기억하고 있다. 드라마 ‘청춘의 덫’ 에서 심은하가 이종원을 향해 내뱉은 서릿발 가득한 한 마디. 1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 대사는 철저하게 버림 받은 여자의 한 맺힌 복수심을 가장 잘 표현한 표본이 되어 왔고, 여자의 복수극을 접할 때마다 심심치 않게 꺼내 드는 명대사가 됐다.

심은하의 이 한 마디가 이토록 강렬하게 뇌리에 박혀 지금까지도 잊히지 않는 것은 ‘부셔버릴거야’ 대사 속에 포함된 함축적인 의미가 대중들이 느낀 감정과 정확하게 합일치가 됐기 때문일 테다. 사랑이 증오로 바뀌는 순간, 이해가 분노로 달라지는 순간, 용서가 원한으로 탈바꿈하는 순간을 시청자들은 공감했다. 심은하의 독하게 변해버린 눈빛을, 죽이고 싶은 맹렬한 복수의 칼날을 함께 품게 된 순간이었다.

   
 
거의 남편이나 마찬가지인 사람이 출세를 위해 떠났다.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여자는 떠난 그 사람을 달래보기도 하고, 애원해보기도 한다. 하지만 그 사람은 돌아오지 않는다. 돌아온 것은 그의 배신과 멸시, 자신을 바라보는 혐오스러운 표정뿐이다. 거기에 둘 사이에서 낳은 아이까지 잃어버리고 만다. 한 번 무너졌던 하늘이 또 다시 무너져 버리고 말았다. 졸지에 심은하는 가장 소중한 이들을 잃은 가장 가여운 여자가 돼버렸다.

‘청춘의 덫’ 이 복수극의 명작이 된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바닥까지 떨어진 여자가 복수심 하나로 한 남자의 인생을 파멸시키려는 과정을 너무도 심도 있게, 그러면서도 이보다 더 드라마틱하게 그릴 수는 없을 정도의 완벽함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그 후에 만들어진 몇몇의 여자의 복수극들이 ‘청춘의 덫’ 을 모티브로 했다는 점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현재 수목드라마 시청률 1위를 달리고 있으며, 매회마다 심장을 조이게 하는 스토리 전개, 이를 연기하는 배우들의 열연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드라마 ‘비밀’ 도 그러하다. 여자의 복수극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청춘의 덫’ 이 지녔던 플롯의 여러 부분들을 그대로 차용했다. 그런데 그 닮은 구석이 점점 더 짙어지고 있다. 이 정도면 클리셰를 넘어 모방에 가깝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말이다.

강유정(황정음 분) 역시 남편이나 마찬가지였던 안도훈(배수빈 분)에게 버림을 당한다. 안도훈 사이에서 낳은 산이라는 아이도 잃어버렸다. 자식이 전부였던 아버지도 의문의 죽음으로 그녀 곁을 떠났다. 남자와 아이, 자신을 키워준 할머니와 작별을 해야 했던 ‘청춘의 덫’ 여주인공 서윤희와 무척이나 흡사한 처지다.

안도훈이 강유정을 밀치고 윽박지르고 독설을 퍼붓는 것은 이제는 일도 아니다. 사과를 하라고 해도, 용서를 빌라고 해도 안도훈은 눈 하나 꿈쩍하지 않는다. 그것이 결국 강유정의 심장을 꽂는 결정적인 비수가 됐고, 그 비수는 다시 안도훈을 향한 복수의 칼날이 되고 말았다. 여기서 강유정은 서윤희가 몸을 부르르 떨며 외치던 ‘부셔버릴거야’ 에 버금가는 대사를 안도훈에게 쏟아내고 만다.

‘사라져 달라구? 꿈도 꾸지마! 어딜 가든 내가 있을 거야. 징그럽게 날 보게 될거야. 도망칠 생각 하지마!’

끝까지 당신을 괴롭힐 것이라는 엄포이고, 그렇게 서서히 당신에게 복수해 파멸에 이르게 할 것이라는 다짐이다. 강유정의 눈빛이 달라졌다. 안도훈에게 남아있던 마지막 연민이 연기처럼 날아갔고, 이해를 하겠다는 굳은 의지도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그녀의 눈빛에 어린 것은 어떻게 해서라도 안도훈에게 벌을 가해야 한다는 필사적인 복수심뿐이다.

강유정의 복수의 서막은 조민혁(지성 분)을 이용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그가 가진 힘과 권력을 등에 업고 안도훈 곁에 머무르면서 하루하루 그의 숨통을 조이는 것이다. 더군다나 조민혁은 강유정을 서서히 마음에 두려 하고 있다. 자신을 이용해 복수를 하겠다는 강유정의 마음을 알면서도, 그녀를 돕겠다고 자진해서 나설지도 모르는 그다.

   
 
어제 방송된 ‘비밀’ 11회는 유난히 ‘청춘의 덫’ 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그토록 맹목적이고 헌신적이던 여자가 어느 순간 복수의 화신으로 돌변을 하게 된 장면을 보면서, 그녀의 계획이 어떻게 흘러가게 될 지를 감지하게 되면서, 그녀를 돕는 또 한 남자의 순정이 조금씩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음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말이다.

‘비밀’ 이 ‘청춘의 덫’ 을 그대로 따라 한 모방작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지금은 그저 클리세의 단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지금부터 ‘비밀’ 은 조심할 필요가 있다. 클리셰라는 말 안에는 진부하고 케케묵은 답습이라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된다. 커다란 변화를 주지 않고, 이대로 흘러가다 보면 클리세의 함정에 덜컥 걸려들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비밀’ 은 숨 가쁘게 달려왔다. 시청자들의 관심과 사랑, 몰입도까지 충분히 거머쥔 채 말이다. 지금까지 잘 해왔던 것을 물거품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클리셰를 외치게 하는 일은 이제 그만했음 싶다. 황정음, 지성, 배수빈, 이다희의 연기가 더욱 빛날 수 있도록, 이들이 그리는 복수극은 전혀 다른 이야기였으며 또한 완벽했다는 호평의 종영소감을 듣기 위해서라도!

대중문화에 대한 통쾌한 쓴소리, 상쾌한 단소리 http://topicasia.tistory.com/

DUAI  rayinbkk@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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