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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94’, 유심히 보면 더 재미있는 세 가지 포인트[블로그와] 이종범의 TV익사이팅
이종범 | 승인 2013.10.24 17:38

응답하라 1994가 시작되었다. 응답하라 1997보다 과거로 흘러갔지만 내용은 한층 업그레이드된 느낌이다. 비슷한 포맷으로 현재에서 과거를 회상하면서 남편이 누구일까 추측하게 만드는 방식을 취했지만 더욱 디테일한 설정들이 눈에 띄었다. 또한 배우들의 연기도 업그레이드된 느낌이다. 1회 만에 극에 몰입되게 만들고 캐릭터를 확실하게 만들어준 것은 작가의 역량도 있지만 배우들의 연기력이 주효했다. 응답하라 1997은 걸그룹 소속의 정은지와 슈퍼스타K의 서인국, 아이돌 호야와 가수였던 은지원이 주축을 이루었지만, 1994에는 SM의 배우 고아라, 신데렐라맨 및 최고다 이순신에 나왔던 정우, 구가의 서에 출연했던 유연석, 연극배우이자 화이에서 칼잡이 동범으로 나왔던 연기파 배우 김성균이 주축을 이룬다. 응답하라 1994를 어떻게 즐기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을지 살펴보도록 하자.

1. 예능인이 만든, 예능보다 더 재미있는 드라마

   
 
응답하라 1994는 기획 이명한, 연출 신원호, 극본 이우정, 이선혜, 김대주, 김란주, 정보훈에 특별출연으로 나영석PD까지 출연했다. 모두 해피선데이의 PD들과 작가들이다. 해피선데이의 1박 2일과 남자의 자격을 만들어낸 주역들이 tvN으로 와서 또 다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해피선데이 사단이 예능도 아닌 드라마로 돌풍을 일으킨 것이 재미있는 점이다. 또한 나영석PD는 꽃보다 할배로 역시 나영석이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게 만들며 돌풍을 일으키고 있으니 응답하라 1994가 아닌 ‘응답하라 해피선데이’가 아닐까 싶다.

신기한 것은 예능을 만들던 사람들이 드라마도 잘 만든다는 것이다. 구성이나 연출이나 모두 다를 텐데 말이다. 이는 기획이나 연출을 맡은 PD들의 능력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작가가 천재가 아닌가 싶다. 특히 이우정 작가는 꽃보다 할배에서 혀를 내두르게 할 정도였다. 내용 및 설정은 물론 PPL까지, 그렇게 자연스럽게 거부감 없는 PPL을 넣는 작가는 처음 본 것 같다. 실제로 1박 2일, 남자의 자격, 꽃보다 할배, 응답하라 1997, 응답하라 1994. PD는 조금씩 달랐어도 작가는 모두 이우정 작가였고, 이우정 작가의 손을 거쳐 간 작품들이다.

2. 1994년도로의 회귀, 고증이 더 재미있는 드라마

   
 
장인정신은 디테일에서 차이가 난다. 한땀 한땀이란 말은 장인정신을 나타내고 이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명품이 된다. 응답하라 시리즈는 감히 명품 드라마라 말할 수 있다. 한땀 한땀 고증 작업을 거쳐 1994년으로 회귀하기 때문이다. 그런 디테일은 tvN의 다른 드라마 나인에서도 볼 수 있었는데 극의 몰입도 및 신뢰도, 그리고 재미를 주는 요소로 작용한다.
 
빨간색 지하철 1호선은 정말 추억을 돋게 만드는 장면이었고, 각종 과자 및 신촌의 사라진 건물들까지 완벽하게 재현해내면서 1994년 속으로 들어가게 만들었다. 심지어 농구 스타였던 우지원은 1994년보다 더 젊어진 것 같은 느낌이었다. 물론 문경은은 감독답게 후덕해지긴 했지만 그때로 돌아간 느낌이어서 새록새록 추억이 떠올랐다.

응답하라 1994의 고증 작업은 1994년의 다양한 사건 사고들과도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1994년 김일성 사망과 성수대교 붕괴 사건, 신은경, 차인표, 김건모, 서태지, 농구대잔치, 지존파 체포, 아현동 가스 폭발 등의 일들이 있었다. 결혼식 비디오테이프에 나왔던 시간은 2002년 6월 22일. 이날은 월드컵 스페인전에서 승부차기로 짜릿하게 이긴 날이기도 하다. 이런 일들이 어떻게 응답하라 1994에서 다뤄질지도 궁금하다.

배경음악 역시 관심이 쏠린다. 응답하라 1997에서 1997년의 음악만 들려주어서 새로운 감성으로 빠져들 수 있었는데 이번에는 어떤 음악들이 나올까. 우선 OST는 1993년생의 로이킴이 "서울 이곳은"이라는 곡을 편곡하여 내놓았다. "서울 이곳은"은 1994년에 한석규, 최민식, 채시라 등이 출연해 50%에 육박하는 시청률을 올린 국민드라마 "서울의 달"에 나온 곡이다. 우선 1회에서는 ‘마지막 승부’와 ‘서울 이곳은’이 나왔고, 2회에서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너에게’와 장혜진의 ‘1994년 어느 늦은 밤’, 이승환의 ‘플란다스의 개’가 나왔다. 플란다스의 개는 1992년에 나온 노래이지만 나왔던 상황이 성나정이 쓰레기의 입술을 깨무는 장면이어서 상황과 잘 맞아 떨어지는 추억 돋는 곡이었다.

3. 응답하라 1997과 같은 듯 다른 듯

   
 
응답하라 1997은 고등학교에 부산이 배경이었다. 하지만 응답하라 1994는 대학교에 서울 신촌이 배경이다. 전국팔도에서 올라온 하숙생들이 겪는 이야기들이다. 응답하라 1997은 고등학생이기에 윤윤제처럼 공부를 잘하는 수재도 있었지만, 성시원, 모유정처럼 노는 데 일가견 있는 학생도 나온다. 하지만 응답하라 1994는 기본적으로 모두 연대 학생들이며 성나정, 해태, 삼천포, 조윤진은 모두 컴퓨터공학과이고, 쓰레기와 빙그레는 의대이다. 칠봉이는 연대 야구부이다. 칠봉이는 칠연속 완봉승을 거둔 야구천재이고, 서울 토박이, 대치동 은마아파트에 사는 부자이다. 해태는 전남 순천 출신이고 순천의 모든 버스가 아버지 회사의 것일 정도로 부자이다. 삼천포는 경남 사천시 삼천포에서 왔으며 30톤짜리 배가 두 척이나 있을 정도로 역시 부자이다. 빙그레는 충북 괴산군에서 왔으며 아버지가 큰 양계장을 하는, 역시 부자이다. 수재와 부자, 응답하라 1994가 1997과 다른 점이다. 

반면 성동일과 이일화는 역할은 물론 이름까지 동일하다. 성동일은 응답하라 1997에서는 롯데 자이언츠 2군 감독이었고, 응답하라 1994에서는 서울 쌍둥이 (LG 트윈스) 코치이다. 이일화는 주부에서 신촌하숙 손큰 주인으로 나오게 된다. 성동일이 서울 쌍둥이 코치로 나온 것은 1994년에 서울 쌍둥이가 우승을 한 해이기도 하기에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한 가지 더 비슷한 점은 러브라인이다. 응답하라 1997에서는 형제 사이에서 성시원의 선택이 끝까지 궁금하게 만들었다. 응답하라 1994에서는 성나정이 친오빠 같은 쓰레기와 칠봉이 사이에서 갈등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 과연 누가 성나정의 남편이 될 것인가? 블루베리 요거트 및 이것저것을 주문했던 성나정에게 귀찮은 듯 답한 것으로 보아서는 성나정에게 젠틀하게 잘해주는 칠봉이보다는 쓰레기가 아닐까 싶지만, 끝까지 알 수 없는 러브라인의 밀당은 계속될 것으로 기대된다.

응답하라 1994는 응답하라 1997의 성공으로 인해 더 나은 환경에서 촬영이 되고 있다. 배우들도 1997에서는 아이돌과 가수들을 활용하고, 섭외나 캐스팅에 애로사항이 있었던 것이 느껴졌으나 1994에서는 첫 회부터 캐릭터를 강하게 잡으며 연기파 배우들이 대거 등장하며 고아라의 연기력까지 덩달아 상승되는 효과가 나오게 되었다. 가장 쇼킹했던 이는 삼천포 김성균이다. 이웃사람과 화이에서 섬뜩한 범죄자의 모습을 보여주었는데 응답하라 1994에서는 순박하고 새침하면서 감수성 예민한 학생으로 나와 다 보고 나서야 김성균인 줄 알았을 정도로 놀라운 연기력을 보여주고 있다. 응답하라 1994, 한층 업그레이드된 모습으로 나타나 더욱 기대되고 금-토요일이 기다려진다.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tvexciting.com 운영하고 있다. 바보상자 TV 속에서 창조적 가치를 찾아내고 픈 욕심이 있다. TV의 가치를 찾아라! TV익사이팅"

이종범  powerblo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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