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일자 조선일보 4면 기사
<조선일보>가 이슈의 중심에 서 있는 윤석열 수원지방검찰청 여주지청장의 장외 폭로 발언을 단독보도했다.

<조선일보>는 윤석열 여주지청장과의 통화를 통해 지난 며칠간의 상황에 대한 그의 주장을 소상하게 보도했다. 23일자 <조선일보> 4면 기사에 따르면 윤석열 지청장은 국정원 압수수색 직후인 17일 오전 조영곤 서울중앙지검장에게 "검사장 승인받아서 수사하면 검사장께 피해가 갈 수 있으니 내가 보고 없이 저지른 것으로 하자. 내가 총대를 메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또 윤석열 지청장은 수사팀장에서 배제된 것이 언론에 공개된 18일 오후 배제 사유가 ‘지시 불이행과 보고 누락’으로 알려지자 조 검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왜 파렴치범으로 몰아가느냐"며 항의했지만 조 검사장은 "나는 모르는 일"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윤석열 지청장은 21일 국감을 앞둔 주말(19~20일)엔 조 검사장이 국감 불출석을 종용하기도 했다고 증언했다. 결국 애초 ‘혼자 모든 것을 떠안겠다’고 생각했던 윤 지청장은 수사 지휘부가 수사 자체를 위법행위로 몰고 가고 윤상현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수사팀만 아는 수사 기밀을 언급하자 수사를 망가뜨리지 않기 위해 21일 국정감사에서 작심하고 폭로에 나섰다는 설명이다.

<조선일보>는 해당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조영곤 검사장에게 수차례 접촉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조선일보>는 기타 지면에서 야당이 대선 불복을 해서는 안 된다는 암시를 풍기고 해당 문제를 검찰 조직 내부의 분란으로 바라보는 등 기타 보수언론과 비슷한 접근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이미 윤석열 사건이 이슈가 된 상황에서 <조선일보>는 이 사안을 억지로 가리기보다는 오히려 매체파워를 보여주는 단독보도를 택한 상황이라고 여겨진다. <조선일보>는 윤석열 지청장의 행동이 부적절했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서 애쓰고 있기도 하지만, 시민들의 관심이 집중된 사안에서 윤 지청장의 폭로성 발언을 충실히 받아주는 모습도 보이고 있다.

이는 영향력이 큰 보수언론 역시 사람들의 관심사를 전적으로 좌지우지할 수는 없는 상황을 잘 보여준다. 이슈가 나뉘는 상황에서의 취사선택에서 보수언론의 영향력은 큰 힘을 발휘하지만, 이슈가 집중된 상황에선 그들 역시 이슈의 핵심을 다르게 가져가려는 시도를 할 수 있을 뿐 이슈 자체는 외면하기 어려운 것이다.

<조선일보>의 이러한 행태는 보수언론의 여론독점 구조가 현실인 상황에서 야권 및 진보세력이 원하는 이슈를 내세우려면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야 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러한 사정은 가령 정의당 심상정 의원이 집중 제기한 삼성그룹의 노조탄압 문건이 제대로 이슈화가 되지 않은 이유는 단지 보수언론의 여론독점 구조 때문만은 아니라 민주당이 이러한 사안에서는 그 구조를 적극적으로 깨려고 노력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진단을 가능하게 한다.

즉 보수언론의 여론독점 구조에선 민주당 등 야권세력 역시 적당히 진보적인 제스처만 취하고 핵심적인 문제들은 우회할 수 있는 상황이 전개되는 셈이다. <조선일보>의 단독보도는 ‘언론 탓’만으로 자신의 역량과 노력부족을 회피하려고 하는 야당 정치인에 대한 비판이 필요한 이유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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