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라이타에 '유인촌과 자전거-웃기되 우습지 않은 연극'(7월 10일)이라는 글을 썼다. 고유가 시대라며 정부가 한다는 짓이 <유머1번지>의 인기 코너였던 '변방의 북소리'에 나오는 심형래 짓이요, 기사거리라고 생각해낸다는 것이 쌍팔년식 애국조회 모델이라는 것을 비난하기 위함이었다. 그 후진적 행태에 '자전거'라는 급진적 교통수단이 이용당하는 꼬락서니도 영 거슬렸다. 신났다고 2mb 정부의 광대 노릇을 하고 있는 유인촌 문화부 장관의 뽐내기에도 신물이 났다. 이 글이 평소 즐겨 찾던 몇몇 블로그와 교양의 수준이 다소 높은 네티즌들에게 소위 좀 '발렸다.'

미디어스에 달린 직접적인 댓글에도 갑갑한 타격이라는 비판이 있었고, '떼거리 진영 논리'라는 힐난이 있었다. 자전거에 대한 교양의 수준이 남들보다 조금 높다고 믿는 분들의 의도적인 오해가 걸쩍지근한 면도 없진 않았지만, 기꺼이 수용했다. 수용의 동인은 2가지였다. 장관은 원래 쑈하는 자리라는 점, 자전거가 자동차보다 진보라는 점에 완전히 동의했다. 개인적으로는 글을 쓸 때 표현 하나라도 조금 더 깔끔한 접근 방식을 고민해야겠다는 반성도 살짝 했다. 그리곤 언제나처럼 바빠서 넘어가려 했다.

▲ ⓒ문화체육관광부
진짜, 사단은 이후에 생겼다. 절친한(?) 블로그 이웃인 놀이기계님이 내 글의 반론(!) 성격인 '달려라 유인촌'(14일, 계속 날짜에 주목하시라)이라는 글을 썼다.(지난 번 라이타의 영감을 제공한 이가 바로 놀이기계님이다. 블로거와 네티즌 사이에서 동시에 문제가 됐던 유인촌의 자전거 값 150만원 추정은 놀이기계님의 블로그에 있던 표현을 그대로 가져다 쓴 것이다.) 온라인의 놀이기계님은 오프라인에선 컬처뉴스(www.culturenews.net)의 안태호 기자로 살고 있다.

평소 '반장'이라는 살가운 애칭으로 부르는 안태호 기자의 이 문제적 기사는 속된 표현으로 너무 유인촌의 자전거를 핥는 기사였다. 뜨거운 것이 속으로 부르르 역류하는 순간을 억누르며 이렇게 뇌까렸다. '좋아, 자기들 포스트 모던한 거 강조하려고, 정치입네/쑈입네 하는 나는 완전 모던 뽀이로 만든다 이거지. 알만한 사이에 이렇게 피도 눈물도 없이, 인정사정 볼 것 없이 나오면 나도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거든, 어디 두고 보자고. 흥쳇핏! (만면엔 교양인의 웃음을 지으며 그러나 이는 살포시 물며)한 번만 걸려 아주...' 삐질뻔 했다.

그런데 안태호 기자가 글을 쓴 여기까지도 아직은 진짜가 아니었더랬다. 진짜 진짜는 문화부 대변인(유병한)이 안태호 기자에게 전화를 한 것(17일)이다. 안태호 기자가 전한 그 통화의 내용은 뜻밖에도 지능적 칭송기사를 써준 것에 대해 감사하는 프렌들리의 표명이 아니라 '왜 이렇게 부정적으로 생각했느냐?'는 단호한 프레스의 입장이었단다. 오우~ 신이시여, 이런 정줄놓(정신줄 놓은 사람)을 봤나.

컬처뉴스에 전화를 건 유병한 문화체육관광부 대변인의 통화는 이동관 청와대 대변인의 국민일보 통화와 함께 2mb정권의 '프레스 프렌들리'의 본질을 설명하는 귀중한 다이얼이 될 것 이다. 문화관광부 국어정책과장을 지내고, 동아일보에 '영어 많이 쓴다고 일류도시 되나'(2004년 6월 15일)라는 기명 발언까지 했던 이가 안태호 기자의 글을 상식의 수준에서 해석하지 못했으리라고 생각하기는 어렵다. 그가 자신의 상식적 해석에 반하는 다이얼을 누른 것은 철저히 유인촌 장관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런 추정은 안태호 기자가 다른 채널로 확인한 상황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 다른 채널로 들어보니 장관님이 ‘모멸감’을 느끼셨다고 하더군요...."
_ 컬처뉴스, '유인촌 장관님, 억울합니다' 중에서

완전히 우연이겠지만, 그 날(18일) 문화체육관광부 신재민 제2차관은 “저작권법 개정안에 포커스를 두고 있다. 특히 세 번 이상 불법저작물 관련 과태료 처분을 받은 인터넷 사이트를 폐쇄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누군가 내서 의견을 수렴하는 중”이라며 저작권법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정말로 우연이겠지만, 안태호 기자에게 17일에 전화를 하고, 18일에 굳이 논란을 피해갈 수도 있는 복잡한 내용이 많은 저작권법임에도 불구하고 친절하게도 포털을 폐쇄할 수 있다는 것에 방점을 찍어서 홍보했다. 18일은 안태호 기자의 "달려라 자전거②_장관님, 억울합니다"가 다음(daum)의 메인 화면에 뜬 날이기도 하다.

▲ ⓒ문화체육관광부
논술 첨삭을 했던 경험을 살려 맥락을 추적해보자. 불법이라 함은 법을 어그러트리는 것이다. 저작물은 나와 안태호 기자 따위가 쓰는 글이다. 어그러지는 것은 계획이나 예상이 빗나가는 것이다. 지칭하는 인터넷 사이트의 과녁은 포털이다. 문화부 홈페이지에 따르면 어디에서 하고 누가 참가했는지는 모르지만, 저작권법 개정안의 공청회는 17일에 이미 개최됐다.

종합해보면, 공청회는 이미 17일에 해 놓고서, 18일에 차관이 직접 입법 예고를 했다. 까마귀 날면 배 떨어진다(이게 바로 논리를 비약하여 문화부를 어그러트리는 거라면 문화부 논리에 따라 불법이 된다)고 18일에는 특정 저작물이 포털에 떴다. 그 기사가 마구 불법 복제되어 인터넷에 퍼졌다. 다음은 수시로 불법 저작물이 게재되고 언제라도 과태료 처분을 할 수 있다. 고로, 애써 다음을 관리하려는 예상이나 계획을 세울 것도 없이 다음을 폐쇄할 수 있다.

전혀 원치 않았는데, 오호라 통재할 수밖에 시일야 포털 대곡을 쓰게 생겼다. 이 글에 사용된 모든 정보를 나는 포털을 통해 얻었다. 말하자면, 나는 정부에 의해 괴담 유포자라는 별칭을 얻은 '자기정체성을 상당부분 숨기거나 밀쳐놓은' 평범한 보통 네티즌의 한 명이다. 신재민 차관은 내 ID를 추적할까? 유병한 대변인은 무슨 생각으로 이런 기사를 올렸냐고 미디어스에 전화를 할까? 2mb는 나를 (정보)전염병 보균자로 지정해줄까? 잠 못 드는 밤 갈매기 구슬프게 비는 내리고 서글픈 질문은 끝나질 않는다.

상식적이고 종합적인 완전히 포털(portal)화된 시민과 몰상식적이고 편협한 완전히 비포털적인 정부가 함께 뒹굴고 있다.

<덧붙임>

안태호 기자를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저도 장관이 되기 전의 유인촌과 몇 번 만난 적이 있습죠. 장관님, 제 글 억울하십니까? 혹시, 이번에도 모멸감 느끼셨습니까? 알만도 한 사이이기에, 전 피도 눈물도 있는 사람이이기에, 인정사정 봐드리며 한 말씀 단도직입적으로 드리죠. 싸나이의 몸매 만들기를 위한 자전거 그만 타시고, 더 흉측한 괴물이 되기 전에 그냥 지하철 타십시오. 지하철 푹신한 의자에 앉아서 웹 2.0 시대의 상식이 적혀있는 책을 좀 읽으십시오.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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