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11시 서울 명동에서 이은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회장 및 최용배, 엄용훈, 원동연 부회장과 배장수 상임이사가 참석한 가운데 한국영화제작가협회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는 대기업 위주의 멀티플렉스 생태계에 대항하여 새로운 배급회사인 리틀빅픽쳐스를 설립했다. 리틀빅픽쳐스는 한국영화제작가협회와 영화제작사 리얼라이즈픽쳐스, 명필름, 삼거리픽쳐스, 영화사청어람, 외유내강, 주피터필름, 케이퍼필름, 씨네21, 더컨텐츠콤의 10개 회사가 참여한다.

▲ 자료제공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이은 회장의 표현에 따르면 “대기업의 독과점 및 수직계열화로 양극화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작년 CGV와 롯데시네마의 총 스크린 수와 좌석 점유율이 (전체 시장의 2/3가 넘는) 70%를 점유하는 가운데, 대기업 3사의 배급사별 점유율이 51.3%에 달한다”고 과반수 혹은 독과점이 어느 정도로 심각한가를 구체적인 통계 자료를 들어 설명했다.

현재와 같은 시장 구조라면 대기업이 운영하는 멀티플렉스 극장은 대기업이 배급하는 영화 위주로 상영되는 반면에, 독립영화처럼 대기업이 배급하지 않는 영화는 개봉 첫 주부터 상영관을 찾지 못해 난관에 봉착하는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영화 배급 생태계에 있어 대기업 위주의 배급은 다양성이라는 환경에 저촉되는 현상을 가속화한다.

이은 회장이 지적하는 대기업 위주의 불공정은 이뿐만이 아니다. 극장을 짓는 비용을 극장이 100%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제작사와 배급사에 요구하기도 한다. 최용배 부회장은 다른 부당함을 지적한다. 디지털필름을 상영하는 데에는 이용료가 부과된다고 한다. 전문 약어로 VPF다. CGV와 롯데시네마는 디지털로 개봉하는 영화에 대해 극장에서 한 번 상영될 때마다 1만원을 받았다고 한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가 지적하는 부당함은 또 있었다. 만에 하나 VPF를 징수하는 DCK(디시네마오브코리아)와 배급사가 계약을 맺지 않는다면 해당 배급사의 영화를 내거는 횟수가 줄어드는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영화를 내걸지 않으면 흥행에 차질이 생기니 VPF 징수 관행이 불합리하다는 걸 알면서도 울며 겨자 먹기로 응할 수밖에 없는 부당함이다. 영화 <26년>이 DCK와의 계약을 거부했다가 상영 첫 주에 흥행에 차질을 빚을 뻔한 아찔한 비화도 공개되었다.

▲ 자료제공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영화제작가협회는 타임 스케줄, 즉 구체적인 라인업은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대기업 위주로 편성된 투자 배급 생태계에서 갑의 횡포에 대응하기 위해 그간 을의 입장에 있던 배급사가 연합했다는 점에 큰 의의를 두어야 한다고 본다. 배급에 대한 비용을 창작자에게 보다 많이 돌아가게 만들기 위한, 창작자의 창작 여건 개선을 위한 첫 삽이라는 점에 있어서도 의의가 큰 자리임에 분명했다.

하나 더, 리틀빅픽쳐스가 굳건하게 자리를 잡아간다면 보다 많은 영화제작사가 연합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도 엿볼 수 있는 자리였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가 설립한 리틀빅픽쳐스는 대기업 배급사라는 골리앗에 대항하는 다윗의 돌팔매가 아닐 수 없었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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