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언론노조 임시대의원회가 열렸다. 언론노조개혁협의회가 그 동안 줄기차게 요구해온 최소한의 언론노조 개혁 방안을 규약에 반영하기 위한 자리였다. 이번 규약 개정으로 언론노조는 전임 집행부의 회계 부정에서 비롯된 내부 갈등을 봉합하고 이명박 정권의 언론 장악 시도에 맞설 수 있는 대오를 갖출 것으로 안팎의 기대를 모았다. 그러나 이런 기대와는 반대로 이번 대의원회는 내부 갈등과 불신을 더욱 증폭시키는 계기가 되고 말았다.

대의원회가 열리기 일주일 전인 지난 10일 언론노조는 일부 지본부에 대의원 수를 축소하겠다는 위원장 명의의 문서를 보냈다. 문서는 KBS 본부의 대의원수를 54명에서 18명으로, 교보문고 지부 5명에서 3명으로, 국민일보 지부 2명에서 0명으로, YTN 지부 4명에서 2명으로, MBN 지부 1명에서 0명으로, 한국경제TV 지부는 2명에서 1명으로 줄이고 있다. 이처럼 지.본부 10여 곳의 대의원 수가 축소됐다. 더구나 언론노조는 해당 지⦁본부와 사전 상의조차 전혀 없이 일방적으로 문서를 발송했다.

대의원수 축소 통보를 받은 지⦁본부는 대부분 언론노조개혁협의회 회원들이다. 언론노조개혁협의회는 회계부정에서 비롯된 언론노조의 난맥을 극복하고 언론노조를 국민과 언론노동자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조직으로 만들고자 하는 충정에서 지속적으로 언론노조의 개혁을 요구해 왔다. 언론노조개혁협의회 회원들의 조합비 납부 유예 투쟁은 이 같은 충정에서 시작됐다. 따라서 임시대의원회 개최와 규약 개정 안건 상정은 언론노조가 언론노조개혁협의회의 개혁 요구를 수용하는 일종의 정치적 대타협으로 받아들여졌다. 언론노조는 일방적인 대의원 축소로 이 같은 대타협의 정신을 일방적으로 훼손한 것이다.

대의원의 임기를 분명하게 보장하고 있는 언론노조 규약도 철저하게 무시됐다. 언론노조 규약 제22조(구성) 1항은 “⦁⦁⦁ 대의원의 임기는 1년으로 하고, 차기 대의원 선출 후 정기대의원회 전일까지로 한다.”고 분명하게 대의원의 임기를 규정하고 있다. 언론노조가 대의원 축소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언론노조 규약 제22조(구성) 3항의 “대의원 배정 조합원 수 산정은 대의원회 직전 12개월간의 평균조합비에 의한다.”는 규정은 1항이 규정하고 있는 대의원을 산정하는 방식일 뿐이다. 즉, 현재 대의원은 이미 지난 1월에 선출됐고 3항의 규정이 적용되려면 지난 1월 현재의 대의원이 선출될 때 적용됐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대의원회 안건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 2일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에서도 대의원수 축소 문제는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이처럼 임기 도중 일방적으로 대의원 자격을 박탈하는 것은 그 자체로 규약 위반이다. 또 대의원회는 대의제로 운영되는 언론노조에서 조합원을 대표하는 총회와 같은 성격을 지닌다. 조합원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아 활동하는 대의원의 자격을 규약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박탈한 것은 조합원들의 권리를 일방적으로 박탈한 것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언론노조는 언론노조개혁협의회의 정당한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도 그렇게 한다. 문제가 없다. 위원장이 대의원회가 열리기 전 대의원회 참여 숫자를 줄일 수 있다.’는 비논리적인 주장만을 되풀이 하고 있다.

대의원수 축소는 그 자체로 끝나지 않는다. 언론노조는 이번 대의원회에서 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 시도를 저지하기 위해 오는 23일 1일 총파업에 들어가기로 의결했다. 이 안건은 대의원 92명 참석에 74명 찬성으로 의결됐다. 노동관계법 상 파업은 재적 조합원 과반 참석에 과반 찬성으로 이뤄진다. 언론노조 규약대로라면 현재 대의원회는 220명의 대의원으로 구성되고 안건이 처리되기 위해서는 최소한 재적의 과반인 111명이 회의에 참석해야 한다. 1일 총파업 안건 의결이 원천적으로 무효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언론노조는 이미 지난달 민주노총 총파업 투표 때도 분명한 근거 없이 언론노조의 조합원 제적을 1만 849명으로 줄인 바 있다.

현재 이명박 정권은 산업적 논리로 언론 시장을 재편하려는 시도를 구체적인 정책으로 실현해 가고 있다. 이를 위해 자신의 선거 참모들을 낙하산으로 내려 보내고 있다. 이 같은 중차대한 상황에 언론노조가 규약을 무시하고 언론노조 내부의 갈등을 부추겨 결과적으로 대 권력 투쟁의 힘을 약화시킨다면 이는 역사에 큰 죄를 짓는 것이다. 언론노조는 이제라도 독선과 교만을 버리고 언론노조의 개혁을 바라는 조합원의 뜻을 존중하는 기구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이 경고를 무시한다면 국민과 조합원들의 극심한 저항에 부딪히게 될 것이다.

2008년 7월18일
언론노조 개혁 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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