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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1994 1회 - 고아라의 정은지 정복하기, 응칠을 넘어서기에는 부족했다[블로그와] 자이미의 베드스토리
자이미 | 승인 2013.10.19 14:59

지난해 최고의 화제가 되었던 <응답하라 1997>은 복고 열풍의 정점에 있던 드라마였습니다. 정은지와 서인국이라는 걸출한 신인 스타들을 만들어냈고, 호야와 이시언 등 주변 인물들 역시 화제의 중심으로 떠오르면서 아이돌들의 연기에 대한 불안마저 잠재웠습니다. 그렇게 1년이 지난 후 그들이 내놓은 <응답하라 1994>는 아쉽게도 전편의 그늘에 갇혀 있었습니다.

응칠을 넘어설 수 없는 응사의 한계;
고아라 망가짐으로 던진 승부수, 정우와 콤비 효과 어디까지 갈까?

세월이 흘러 성인이 된 이들이 모여 과거를 추억하는 형식은 익숙한 방식입니다. 1994년 경남 마산에서 올라와 신촌에서 하숙집을 차린 성동일과 이일화 부부와 그들의 아이들인 나정과 쓰레기, 그리고 하숙집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응답하라 1994>는 분명 흥미로운 요소들을 담고 있습니다.

<응답하라 1994>의 승부수는 결국 1994년이라는 시대일 것입니다. 응칠이 1997년 당시의 삶을 돌아보며 많은 이들에게 큰 화제를 불러 모았듯, 이 드라마 역시 그들이 담고 있는 시대에 대한 공감대가 가장 큰 무기가 될 수밖에는 없습니다. 그런 점에서 연세대 농구부와 서태지의 이야기는 그들이 내세울 수 있는 최고의 가치였습니다.

빠순이의 긍정적인 부분이 크게 부각된 응칠이에 이어 이 드라마 역시 빠순이의 재해석이 중요하게 다뤄졌습니다. 전편에선 H.O.T에 열광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연세대 농구부원들에 열광하는 모습이 주가 되었습니다. 연대 농구부원들 중에서도 이상민을 병적으로 좋아하는 나정이의 이야기입니다. 첫 회는 나정이가 어떤 인물이고 그녀의 결혼 상대가 누구인지에 대한 궁금증을 키우는 데 집중했습니다.

   
 
연대 컴퓨터공학과 1학년생인 나정이가 그 학교에 입학한 것은 이상민을 위한 선택이었습니다. 서태지를 열정적으로 좋아하는 윤진이와 달리, 나정은 당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농구 선수 이상민의 열정적인 광팬이었습니다. 서태지나 다른 연예인들과는 사귀거나 결혼을 할 수 없지만, 농구선수인 이상민과는 결혼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나정이에겐 이상민만이 최고의 가치였습니다.

농구 연습장에서 연습하는 선수들의 모습을 보면서 열광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이상민에게 손수건을 건네며 한없이 수줍어하는 나정의 모습은 현재의 빠순이라 불리는 이들과는 참 많은 차이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물론 사랑이라는 열정은 동일하겠지만, 당시에는 많은 이들이 이야기하듯 낭만이라는 것이 존재했으니 말입니다.

나정이의 오빠인 쓰레기는 이름이 없습니다. 아니 후반 결정적인 순간 본명이 드러나겠지만 현재로서는 쓰레기라는 별명으로 살아갑니다. 맛을 볼 줄도 모르고, 감각도 더딘 그는 집안에서도 쓰레기라고 불리는 것이 당연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나정보다 4살이나 많지만 그는 1994년의 문화에 열정적이지도 않는 그저 조용한 인물입니다. 하지만 여동생과 티격태격하고 과감한 장난도 불사합니다. 볼을 잡고 흔드는 장난에 심취하고 여동생의 속옷으로 장난을 치고는 동생의 역습에 꼼짝도 못하는 그는 또 다른 의미의 무색무취 같은 존재로 다가옵니다.

하숙생들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서태지 빠순이인 윤진이는 항상 조용합니다. 사람들과 함께 어울리는 것도 즐거워하지 않는 그녀는 성동일 부부마저도 얼굴을 제대로 보기 어려울 정도였습니다. 전남 순천에서 올라온 해태 역시 그가 어떤 존재인지 캐릭터를 확인하기는 어려웠다다는 점에서 첫 회 하숙생 중 최고는 삼천포였습니다.

장국영을 닮은 여린 아이라는 어머니의 소개와는 달리, 과연 어디가 장국영과 유사한지 알 수 없는 인물입니다. 서울역에서 하숙집에 전화해 서울이 처음이 아니고 두 번째라 잘 찾아갈 수 있다며 약도 하나로 시작된 그의 서울 생활은 쉽지 않았습니다. 서울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신촌으로 향하는 단순한 행위는 초반부터 위험에 빠졌습니다.

기차는 타봤지만 지하철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삼천포에게 신촌행은 너무나 어려웠습니다. 기차처럼 신촌행 열차가 오기만을 기다리던 삼천포의 첫 걸음은 힘겹기만 했습니다. 시청역에서 환승하는 것도 그에게는 그 무엇보다 힘겨운 과정이었고, 어렵게 신촌을 나온 상황에서도 요지경 같은 서울의 첫 인상은 '나 돌아갈래'가 절로 나올 수밖에 없는 모습이었습니다.

돌아올 시간을 넘겨도 좀처럼 연락이 없는 삼천포는 길 건너 백화점을 찾지 못하고 무한 반복만 하다 힘겹게 택시에 올라탔지만, 촌놈에게 택시기사는 서울구경이 답이었습니다. 기본요금이 나오는 거리를 2만원이나 주면서도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삼천포에게 서울은 눈감으면 코 베어가는 곳이 분명했습니다. 불심검문에 걸려 경찰서에 가서야 겨우 하숙집으로 가게 된 삼천포는 어머니가 보내준 두터운 이불 속에서 고달팠던 서울의 첫 날을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성동일 가족 역시 서울의 낯선 삶이 행복하지는 않았습니다. 마산에서 살 때는 집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 이상할 것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서울에서 그들에게는 집이 자유로운 공간이 아니었습니다. 노래 한 곡이 끝나기 전에 옆집에서 시끄럽다는 이야기가 들리고, 저녁에 TV를 보는 것 역시 입시생이 있는 옆집으로 인해 어렵기만 했습니다. 불쾌한 이웃집이지만 비가 온다며 빨래 걱정을 해주는 모습에서 이들도 별반 다를 것이 없는 좋은 이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서울이든 마산이든 사람 사는 것은 비슷하다는 진리를 다시 한 번 깨닫는 순간이었습니다. 

<응답하라 1994> 1화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장면은 마지막 장면이었습니다. 서태지와 이상민이 같은 동네에 산다는 이유로 나정과 윤진은 그 동네 편의점에서 자신들이 좋아하는 스타가 돌아오기만을 기대합니다. 신호등 앞에 정차한 차를 보고 이상민의 차라고 확신하고 뛰쳐나가는 나정과, 서태지의 차라고 생각하고 달려간 윤진의 모습은 흥미로웠습니다. 디지털이 아닌 수동 카메라를 사용하던 그때 즉시 알아볼 수 없었던 사진의 주인공은 뒤늦게 밝혀집니다.

조용하기만 하고, 누군가와 눈을 마주치는 것도 힘겨워하던 윤진은 나정이 찾아온 사진을 보고 그동안 들어볼 수 없었던 걸쭉한 욕을 한바가지 늘어놓고 아무렇지도 않게 자신의 방으로 돌아갑니다. 그 사진 속의 주인공은 바로 전두환이었습니다. 잔인하고 탐욕스러운 독재자를 향한 윤진의 욕이 시원한 것은 과거나 현재나 그런 악질적인 독재자들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응답하라 1994>는 나정이 역할을 한 고아라의 변신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고아라는 시작부터 망가지는 연기를 강렬하게 보여주며, 제 2의 정은지를 기대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고아라의 첫 회 연기가 그렇게 흐뭇할 수 없었던 것은 의도적인 망가짐이 그대로 드러났기 때문일  것입니다. 기존의 자신을 버리고 새로운 자신을 찾겠다는 의지는 반갑지만, 의식적인 모습이 보이는 고아라의 첫 회 연기는 그리 흡족하지 않았습니다.

응칠이가 보여주었던 추억은 이번 드라마에서도 그대로 재현되었습니다. 당시의 추억을 되새기게 하는 재미가 존재하기는 하지만, 이미 응칠이를 통해 획득했던 그런 경험이 과연 이번에도 동일하게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이미 한 차례 강렬한 재미를 봤던 응칠이 이후 시대를 바꾼 상황에서 동일한 아니, 그 이상의 재미를 보여주기 위해서는 부단한 노력이 필요해 보입니다.

고등학생이 아닌, 대학생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색다른 재미를 찾고 소통하는 데 많은 요소들을 기대할 수 있을 듯합니다. 하지만, 그게 발목을 잡는 한계로 다가올 수도 있어 보입니다. 이미 전편에서 추억을 통한 관심 끌기가 성공한 상황에서 동일한 반복이 얼마나 시청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모호하니 말입니다. 결국 등장인물들의 캐릭터 정착과 시청자들과의 교감이 <응답하라 1994>의 성공을 결정할 수 있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밖에는 없어 보입니다. 첫 회 고아라의 망가짐은 역설적으로 정은지 완전정복에서 발현되었지만, 분명한 한계를 보였다는 사실이 아쉽기만 합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자이미  mfmc8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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