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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지성- 설렘의 정도가 다른 재벌 2세, 그 미묘한 차이[블로그와] DUAI의 연예토픽
DUAI | 승인 2013.10.18 12:49

재벌의 후계자가 그야말로 우연치 않게 만난 가난한 여자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 모든 것을 갖춘 남자는 아무것도 갖추지 못한 여자에게 맹목적인 사랑을 퍼붓기 시작한다. 그 어떤 장애나 고난도 그의 사랑을 빼앗아 갈 수는 없다. 회를 거듭할수록 가난한 여자를 향한 재벌 2세의 사랑은 점점 강인해지고 멋있어지기만 한다.

드라마 속 재벌 2세의 사랑은 두 손을 모으고 그것을 바라보는 여성들에게 늘 동경과 판타지를 심어준다. 그러면서 황홀경에 빠져든 여성 시청자들은 몽롱한 상상을 하기 시작한다. ‘어쩌면 내게도 이런 사랑이 찾아올지도 몰라. 나에게 첫눈에 반하는 그런 남자가 생기지 말라는 법은 없어!’라는 말을 되뇌면서 말이다.

재벌 2세가 등장하고 신데렐라를 주연으로 하는 비현실적인 이야기가 식상함에도 불구하고 연이어 방송되는 이유는, 로또에 맞을 확률보다도 더 희박한 확률을 지닌 찬란하고 꿈결 같은 사랑을 TV에서나마 체험하고 싶기 때문일 테다. 돈이 들지도, 체력이 소모되지도 않은 선에서 느낄 수 있는 대리만족으로 이만한 것이 또 없기도 하니까.

드라마 ‘비밀’ 역시 결국은 재벌 2세의 사랑이야기다. 온갖 비밀들로 얽히고설키게 하면서 잔재미를 선사하고는 있지만, 이 드라마의 핵심은 하나다. 강유정(황정음 분)을 향한 조민혁(지성 분)의 위험하고도 무모한 사랑! 드라마 속 비밀들은 이 사랑을 더욱 완벽하게, 혹은 처참하게 만드는 일종의 장치일 뿐이다.

   
 
사실 ‘비밀’의 조민혁은 여느 드라마에 등장하는 재벌 2세와 별반 다를 바가 없다. 그룹의 후계자이긴 하지만 사업에는 일절 관심이 없고, 반항아적 기질만 다분해 회사 내에서 골칫덩어리 취급만 받는 존재. 정말로 사랑하는 여자와는 이별해야 하고 정략결혼에 옴짝달싹 못하는 나약하고 힘없는 왕자. 조민혁은 그저 그 전부터 쭉 있어왔던 평이한 재벌 2세 캐릭터일 뿐이다.

가난한 여자 강유정에게 하는 꼴도 어디서 많이 본 듯하다. 돈 있는 자가 돈 없는 이에게 돈을 빨리 갚으라고 다그친다거나, 함부로 끌고 다니면서 명품 옷을 입혀 근사한 곳에 데려가는 등의 서툰 냉혹함은 다른 재벌 2세 캐릭터들과도 참 많이 닮아있다. 한마디로 조민혁에게서는 기존의 재벌 2세 캐릭터와 확연하게 구분되는 그 무엇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그런데 조민혁을 보면 유난히 설렌다. 다른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재벌 2세들보다 설렘의 정도가 다르다. 그에게 찾아온 감정의 변화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왠지 모르게 가슴이 콩닥거리고 심장이 조여오는 듯하다. 그의 흥분에 같이 격해지기도 하고, 그의 진정에 같이 가라앉게 되기도 한다. 도대체 조민혁이 안기는 이 설렘의 비밀은 뭘까?

보통 재벌 2세 캐릭터들은 가난한 여자를 우연히 알게 되고, 그 여자에게 첫눈에 반해 하염없이 빠져 들어가고 만다. 부자에게도 이런 순수한 사랑의 감정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부각시키고, 그의 맹목적인 사랑을 극대화함으로써 멋진 실장님, 이상형의 본부장님으로 변모해 간다. 이것이 전형적인 재벌 2세의 러브스토리다.

   
 
그런데 조민혁은 이 점이 다르다. 조민혁에게 강유정은 그가 사랑했던 여자를 죽인 살인자일뿐이었다. 첫눈에 반하지도, 우연히 만난 것도 아니다. 회사의 상사와 부하직원 관계도, 도로에서 접촉사고를 일으켜 실랑이를 벌인 사이도 아니다. 이들은 원한 관계로 만났고, 그들의 만남의 시작점에는 설렘과 호감이 아닌 증오와 복수심, 분노와 절규가 자리잡고 있었다.

점입가경으로 이제 강유정은 자신의 아들을 조민혁이 죽였다고 생각하기 시작한다. 이로써 이 둘은 완벽한 원수지간이 되어버렸다. 하지만 조금씩 조민혁 쪽에서 심경의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어쩌면 강유정이 아닌 다른 인물이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을 죽여 놓고, 그녀에게 모든 죄를 덮어씌운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조민혁의 마음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제부터는 조민혁이 강유정에게 품은 증오가 호감으로 바뀌어가고, 복수가 후회로 돌아서며, 분노가 사랑으로 변화되는 과정을 목격하게 될 것이다. 지금까지 자신이 강유정에게 했던 모든 응징이 사실은 다른 사람에게 가해져야 했던 것임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 조민혁이 강유정을 품게 될 결정적인 터닝포인트가 될 테다.

조민혁이 갖게 될 극과극의 감정은 여느 재벌 2세에게서는 찾아볼 수 없는 감정이다. 지성은 이 반전의 감정 변화를 긴장감 넘치게 그려내고 있으며, 세밀한 연기로 몰입도를 한층 더 높이고 있다. 거기에 황정음은 갈수록 강유정에 빙의되어 그녀의 연기생활에 있어서 최고의 연기를 보여주고 있다.

있는 척, 멋있는 척, 순수한 척을 하지 않는 재벌 2세 조민혁이다. 강유정에게 왜 마음이 가는지 본인도 명확히 알지 못하는 바보 같은 왕자지만, 그녀를 똑바로 보려는 마음 하나만은 올곧은 그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를 보면 설렌다. 그가 ‘비밀’ 속 세상을 180도 바꾸어 놓을 것만 같아서… 설명할 수 없는 미묘한 차이. 조민혁은 분명 그것을 지니고 있는 재벌 2세 캐릭터다.

대중문화에 대한 통쾌한 쓴소리, 상쾌한 단소리 http://topicasia.tistory.com/

DUAI  rayinbkk@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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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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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pdpa 2013-10-18 13:38:16

    와.. 기자님 글 대박 잘쓰시네. 어쩜!! 이렇게 분석을 잘해놓으셨을까.
    글을 읽는내내 맞아맞아를 얼마나 내뱉었는지 ㅋㅋㅋ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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