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이 3년 동안의 미국 생활을 접고 한국행을 선택합니다. 제국그룹에 대한 조금의 야망도 품을 수 없도록 요구하는 형을 그래도 좋아하는 탄의 입국은 결국 <상속자들>이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한다는 의미와도 같습니다. 여기에 드러나지 않던 원의 이야기를 담당할 임주은의 등장은 균형을 잡으며 이들의 이야기를 전개해갈 것으로 기대됩니다.

원과 현주의 사랑이 가져올 변수;
탄의 집에 입주한 은상, 두 형제의 사랑 이야기가 핵심이다

찬영의 도움으로 한국행 비행기 티켓을 끊은 은상은 공항에서 탄을 품은 라헬을 목격합니다. 민망한 상황에 뒤돌아선 은상과 우연히 발견한 그녀를 보고는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차은상"을 외치는 탄이에게는 약혼자인 라헬은 안중에도 없었습니다.

탄의 관심과 애정의 농도와 달리, 은상은 탄과의 그 짧은 시간들을 그저 한여름 밤의 꿈으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오르지 못할 나무를 오르려는 것은 결과적으로 모두에게 큰 상처를 줄 수밖에는 없기 때문입니다. 외면하는 은상과 그런 그녀를 놓치지 않으려는 탄, 그런 그들을 주의 깊게 보는 라헬의 모습은 이들의 관계가 어떻게 구축될지 충분히 예측 가능하게 합니다.

한국으로 돌아오는 기내에서 주소와 관련된 은상의 개인정보를 당당하게 빼앗는 라헬은 누구보다 탄을 좋아하지만, 나쁜 남자 탄을 너무 잘 알고 있기에 은상을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는 사실도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탄에게서 은상을 떼어 놓으려는 라헬에게는 기본적인 은상의 정보가 절실했습니다. 태어나면서부터 모든 것을 얻었고, 단 한 번도 자신이 원하는 것을 놓쳐 본적이 없는 그녀에게 은상은 귀찮은 존재일 뿐이었습니다.

언니가 가지고 도망간 돈은 은상과 어머니가 함께 살던 집의 보증금이었습니다. 그 모든 것을 딸에게 주고 입주 가정부로 들어간 어머니의 현실을 바라보며 은상이 느끼는 좌절감은 당연히 클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자신들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어머니. 그런 어머니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가장 가까운 곳에서 느끼게 되는 순간들이 은상에게는 힘겹기만 했습니다.

은상이 빈부차가 만든 새로운 계급 사회의 가장 낮은 곳에 위치해 힘겨워하는 것과 달리, 탄은 가장 높은 곳에 있어 힘겨운 시간들을 보냅니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주어진 엄청난 부는 현대 사회에서 강력한 권력이 되었습니다. 이런 권력은 자연스럽게 지독한 상처들을 남길 수밖에는 없습니다. 배다른 형제인 원은 자신을 밀어내기에 급급하고, 그럼에도 형을 좋아하는 형바라기 탄은 외롭고 힘겹기만 합니다. 그리고 학교에 차마 낼 수 없었던 에세이를 건네고 결심한 탄은 한국으로 돌아갑니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라는 에세이를 남기고 한국으로 돌아온 탄은 가족과의 3년만의 재회이지만 행복할 수 없었습니다. 여전히 형에 대한 애착이 강한 탄과 달리, 경계만 하는 원의 모습은 원망스럽기까지 합니다. 탄이 돌아왔다는 말에 그저 잠깐 들리는 여행 정도로 압박하는 원의 모습에는 긴장만 존재할 뿐이었습니다. 제국그룹을 자신의 것으로만 하고 싶은 원은 그저 자신이 가질 수 있는 권력에 집착할 뿐이었습니다.

철없는 어머니는 그저 아들을 다시 볼 수 있다는 사실과 아들이 떠난 후 받았던 설움을 이제는 만회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습니다. 하지만 병으로 그룹에서 떠나있는 아버지는 탄이를 따뜻하게 받아주지 않습니다. 그가 어떤 공부를 하고 어떤 야심을 가지고 있는지에만 관심을 둘 뿐이었습니다. 원과 탄이 경쟁을 통해 자신의 회사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주기를 원하는 아버지의 바람과 원과 적이 되기 싫어 스스로 권력 다툼에서 물러난 탄이의 관계가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 궁금해집니다.

집으로 돌아온 탄은 이상한 사실 하나를 발견합니다. 3년 전에는 없었던 이상한 존재감이 자신의 집 안에 존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빨랫감 중 낯익은 운동화가 보이고, 언뜻 긴 머리카락을 가진 여인의 모습을 목격하는 탄은 이상하기만 합니다. 이런 탄이의 이상함은 은상의 경계에서도 보입니다. 가끔 목격하기는 하지만 자신을 숨겨야 하는 처지에서 탄인 줄도 알지 못하는 은상은 그저 재벌가 둘째 아들이 집으로 돌아왔다는 생각만 할 뿐이었습니다.

재벌가 집안싸움에 새우 등이 터져 집밖으로 긴급 대피한 은상은 편의점에서 음료 한 잔을 들이키고 다시 잠 속으로 빠져듭니다. 그 옆에 호텔 제우스의 상속자인 최영도가 있다는 사실도 알지 못한 채 말입니다. 아무런 인식도 하지 않은 채 자신의 일에만 집중하는 은상과 달리, 영도에게 그녀는 두 번째 만난 인연이었습니다. 오토바이를 구입하던 날 목격했던 치킨배달부 은상을 눈여겨보던 영도에게 편의점에서 다시 만난 은상은 탄에게나 마찬가지로 특별한 존재였습니다.

편의점 앞에서 무서운 형의 한 마디에 우는 아이들과 그런 아이들을 보며 엄마 없다고 놀리냐고 야단치는 영도와 그런 영도에게 맞장구를 치는 명수의 모습은 <상속자들>이 보여줄 수 있는 재미였습니다. 명수라는 존재가 긴장되는 분위기 속에서 재미를 던져주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한 집에 있으면서도 만날 수 없었던 탄과 은상은 거대한 성과 같은 그 집에서 결국 마주하게 됩니다. 은상이 남긴 글에 댓글을 달면서 둘의 인연은 다시 시작을 알렸습니다. 은상을 잊지 못한 탄은 결국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은상 하나만을 위한 귀국은 아니지만, 은상이 큰 이유로 다가왔다는 점에서 이후 둘의 이야기는 흥미롭게 이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탄이가 입주 가정부의 딸인 은상을 좋아하는 것과 원이 고아원에서 자라 제국고등학교 선생으로 있는 현주와의 관계와 연결되며 흥미롭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배다른 형제이지만 그들이 좋아하는 여인이 모두 재벌가와는 너무 다른 존재라는 점에서 둘의 멀어진 관계가 가까워질 수 있는 교점을 만들어주는 열쇠 역할을 은상과 현주가 해줄 수 있다는 사실도 재미있습니다.

유령과도 같은 여인이 바로 은상이라는 확신을 가진 탄은 은상이 물을 마시고 있다는 글을 읽고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부엌문을 열어 자신의 눈앞에 그토록 찾던 은상이 있음을 확인합니다. 그 긴장감을 어떻게 주체할 수 없어 그저 심호흡만 하는 탄이에게는 강렬한 사랑이 그의 가슴 깊숙이 들어와 있었습니다.

돈 권력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상속자들>이 보여주려는 가치는 결과적으로 우리 사회의 지배구조와 관계에 대한 이야기일 수밖에는 없습니다. 단순히 과거 일본 만화 속 왕자들의 일상만 담기에는 그 무게가 너무 무겁기 때문입니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라는 단순히 제목에 국한되지 않고, 작가 자신에게도 큰 무게감으로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과연 새로운 신분제도 사회에서 단순한 로맨스가 아닌 적절한 사회비판까지 담보한 드라마가 될 수 있을지 기대됩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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