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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점점 치명적 멜로로 치닫는 네 사람의 행보[블로그와] 탁발의 티비 읽기
탁발 | 승인 2013.10.18 10:28

비밀은 처절하다. 신파로 시작했지만 어느 샌가 치정멜로로 변신해있다. 아니 치명멜로라고 명명하는 것이 좋겠다. 지성, 황정음, 배수빈의 연기가 마치 연기자 스스로가 끝을 보려고 작정한 듯한 결기를 느끼게 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그들의 연기에 시청자는 뿌듯하다. 드라마에 몰입해서는 안도훈 결국 배수빈에 대해서 주먹이라도 날리고 싶은 심정이지만 드라마가 끝나면 다시금 배수빈의 연기에 넌지시 감탄하게 된다.

또한 배수빈으로부터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귀한 재벌아들의 보기 싫은 행동을 보이면서 동시에 황정음에게 서서히 마음이 이동하는 지성의 두 가지 심리 표현 역시 가히 절정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주에는 황정음의 눈물이 비밀의 추진력이었다면 이번 주는 지성과 배수빈의 전쟁이 엔진역할을 했다고 할 수 있다.

때로는 드라마의 전개보다 두 배우의 연기를 감상 혹은 분석하는 것만으로도 대단히 흥미진진할 정도다. 눈여겨볼 것은 이들의 외연이 아니라 내면을 표현하는 그 섬세함이라고 할 것이다. 그래서 남자이면서도 비밀이라는 드라마를 볼 때는 지성과 배수빈의 분량에 더 몰입이 잘 되는 이상한 경험을 하고 있다.

   
 
예컨대 신세연(이다희)의 집에서 화를 내며 나오는 지성이 거칠게 문을 나서면서 다시 돌아서 안을 들여다보려다가 이내 돌아서는 장면은 그저 별 것 아닌 장면일 수도 있지만 보기에 따라서는 남자라는 존재의 이중성을 상징적으로 드러냈다.

그런가 하면 8회 마지막 장면이 된 파티에서 황정음이 폭행과 모욕을 당하는 모습을 보고만 있는 자신을 비웃는 정신분열적 웃음을 보인 배수빈의 연기도 인상적이었다. 나설 수도 없고, 보고 있자니 비겁한 자신을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상황을 그 웃음 하나로 전부 표현해냈다. 자아가 분열된 그 순간이 안도훈으로서 더 독해지는 터닝포인트가 될 것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반면 가끔씩 얼굴을 비출 뿐이지만 참 재수 없는 또 다른 재벌 아들이 유정에게 폭언과 폭행을 가하자 가만 지켜보던 안도훈과 달리 달려들어 주먹을 날린 조민혁의 행동 역시 복선이라고 말할 수도 없는 내적 변화의 표출이다. 이성이 가로막고 있는 감정, 유정에 대한 조민혁의 연민이 이성을 뚫고 폭발하게 된 계기다.

   
 
남자는 일부러 친구들과 짜고라도 여자를 위기에서 구해낸다. 적어도 그런 생각을 한번은 갖게 된다. 그러니 지성이 황정음을 감싸기 위해 주먹질까지 해대는 모습은 분명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우선 당장은 계약결혼이라지만 약혼자인 신세연(이다희)을 발끈하게 만드는 것은 당연하다. 그 사건 이후 호텔 이사진들이 조민혁을 해임시키기 위한 회의장소에 나타난 신세연은 아무도 찬성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조용히 손을 들었다. 물론 그렇다 할지라도 신세연은 아직 조민혁을 놓지 않을 것이다.

다만 자기 앞에서 다른 여자를 구해준 민혁을 그냥 내버려둘 수 없기에 벌인 해프닝에 불과할 것이다. 신세연에게 다른 남자 편을 들지 말라고 말했던 조민혁이기 때문에 신세연은 더욱 화가 나있을 것이다. 이 상황을 통해 너무도 색깔이 옅었던 신세연이 좀 더 선명해질 기회를 가질 것인가에 대한 기대도 한번 걸어볼 만하다. 지금까지의 신세연은 출연하는 분량에 비해 하는 것이 너무 없었다. 요즘 이다희의 주가로 볼 때 이는 분명 비효율적인 상황이다.

   
 
조민혁의 주먹질은 약혼자 신세연만 움직이게 한 것은 아니다. 그런 모습을 보면 자아분열을 겪은 안도훈은 물론이고 점차 지난 4년의 진실을 알아가게 될 유정의 변화도 그 시점부터라고 할 수 있다. 4년 전 사건의 비밀에 점차 다가서고 있는 상황에서 파티의 해프닝은 의미가 크다. 지성과 황정음이 피해자와 가해자라는 갇힌 관계에서 풀려나는 것은 물론이고 짐작했던  멜로가 시작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에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다. 두 사람의 멜로에 초점을 둘 것인지 아니면 애초에 조민혁의 애인을 죽게 한 진범을 찾아가는 미스터리에 더 관심을 가질 것인지에 대한 선택이다. 무엇을 선택하든 이제 점점 더 치명적인 관계로 치닫는 네 사람의 행보는 달콤하지 않더라도 사랑이라는 격정의 단어를 만끽하기에는 부족하지 않을 것 같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탁발  treeinu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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