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월화드라마 미래의 선택이 시작됐다. 윤은혜와 최명길이 나미래라는 같은 역할을 맡게 되어 기대감을 갖게 만든 드라마이다. 아직 2회까지 밖에 진행되지 않았지만 아쉬운 마음이 큰 드라마다. 기대가 컸기 때문일까? 아직 남은 이야기들이 더 많지만 감정선을 따라가기 힘든 어색한 부분들이 있었다.
미래의 선택은 주인공 나미래가 타임머신을 타고 2038년에서 2013년으로 돌아오면서 시작된다. 미래의 나미래는 자신의 남편으로 인해 사랑하는 사람이 죽자 하루가 한 달인 과거로 돌아와 자신의 인생을 바꾸려 한다. 아마도 그 사랑하는 사람은 자신의 오빠가 아닐까 싶다.
실은 미래의 선택에서 나인을 기대했다. tvN에서 방영했던 수작 나인은 향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과거를 한정된 시간안에 다녀오면서 자신의 미래를 바꾸는, 복잡하면서도 빠져들 수밖에 없게 만든 드라마였다. 하지만 미래의 선택에 그런 복잡함은 없고 그냥 미래의 내가 와서 현재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면서 벌어지는 로코물로 러브라인 재형성에 관한 가벼운 이야기가 전개된다. 가벼운 스토리 속에 미래의 나미래가 과거의 나미래에게 던지는 메시지에는 기성세대가 현재 30대들에게 던지는 메시지들이 담겨 있기도 하다.
1. 넌 조용히 나가죽어
30대, 인생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는 나이다. 또한 무언가를 성취해 나가는 시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청년 실업 문제는 30대까지 실업 문제로 고민하게 만들고 있다. 결혼 전에는 결혼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스트레스를 받고, 결혼 후에는 아이를 가져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게 되고, 아이를 낳고 나서는 육아 및 가정을 꾸려가기 위해 압박감을 받게 되는 시기가 바로 30대이다. 기성세대들은 이런 30대를 향하여 넌 조용히 나가 죽으라고 조용히 말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미 기성세대가 된 30대는 아직도 천덕꾸러기 취급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
좋은 남편을 만나기 위해 좋은 직업을 가져야 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시대가 지금 뿐 아니라 25년 후에도 지속된다니 참 씁쓸하기만 하다. 좋은 남편을 만나기 위해 좋은 직업을 가져야 하는 것이 인생을 제대로 사는 것이라면 그냥 조용히 나가 죽는 것이 나을지도 모르겠다.
2. 미래에는 사자 들어가는 직업이 인기가 없다
현재 많은 결혼정보회사들이 이렇게 등급을 나눠 놓고 있고, 심지어 상류층들만의 결혼정보회사가 있을 정도로 보이지 않는 신분들이 형성되어 있다. 결혼이 임박한 30대들은 이런 결혼정보회사에서 등급이 나뉘며 그것이 곧 자신의 신분 및 계급이 된다. 그리고 사자가 들어가는 전문직종은 너무 많아서 인가기 없는 직업이 된다고 하는데 이는 공급이 너무 많고 수요는 한정되어 있어서 가격이 떨어진다는 경제 논리에 입각한 판단이다. 미래에도 돈을 많이 버는 직업에 따라 계급이 나뉘는 것에는 변함이 없는 것 같다.
3. 나미래가 문제일까, 큰 미래가 문제일까
그러나 큰 미래의 생각은 미래에도 별반 다를 것이 없는 것 같다. 미디어 재벌인 박세주를 차지하기 위해, 즉 자신의 남편을 바꾸기 위해 과거로 돌아온 것이니 말이다. 미래에는 같은 계급끼리만 결혼하기 때문에 이런 신데렐라 티켓은 박세주가 유일하다며 그를 꼬시기 위해 온 큰 미래. 그러나 오히려 물질만능주의에 빠져있고, 신분 상승과 화려한 인생을 탐욕하는 큰 미래에게서 나미래의 순수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나미래가 문제가 있어서 자신의 문제를 바꾸려고 미래에서 오지만 문제는 나미래가 아닌 큰 미래에게 있는 것이다. 이는 기성세대에게 던지는 또 다른 메시지가 아닐까 싶다. 30대의 한심한 모습은 과거의 자신의 모습이니 말이다. 기원전 고대 그리스 신전의 한 기둥에서 "요즘 젊은 것들은 버릇이 없다"는 글귀가 발견되었다고 한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세대간의 갈등이 있었던 것이다. 인생을 살아보니 그것이 아니더라고 말하지만 그것은 곧 과거 자신의 모습이다. 그리고 더 순수성을 잃은 상태가 미래의 모습인 것이다.
나미래는 아무 미래도 바꾸지 못하고 미래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하지만 달라질 것이 있다면 과거의 자신을 인정하고 사랑하며 딸처럼 뿌듯함을 느끼게 될 것이고, 이는 미래 자신의 삶 또한 행복하게 바꿔줄 것이다. 대부분의 문제는 남에게 있지 않고, 자기 자신에게 있기 때문이 아닐까.
"문화평론가, 블로그 http://tvexciting.com 운영하고 있다. 바보상자 TV 속에서 창조적 가치를 찾아내고 픈 욕심이 있다. TV의 가치를 찾아라! TV익사이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