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채널 스토리온 렛미인에 거짓사연 사건이 있었다. 지난 8월 29일 방송에 출연한 방글라데시 출신의 라보니 루나(33)는 렛미인3에 선정됐으나, 제작진은 그녀의 사연이 모두 거짓이라며 선정을 취소했다. 선정된 지원자들을 렛미인 닥터스들이 온갖 성형으로 완전히 다른 사람으로 변형시켜 지원자들의 고민을 해결해 주는 프로그램으로, 성형을 홍보하는 프로그램으로 논란이 되기도 한다.
이번 사건은 ‘남편에게 7년간 버림받은 외국인 노안 아내’로 제목이 붙여져 출연한 루나는 렛미인에 선정되기 위해 제작진과 닥터스들을 거짓사연으로 감쪽같이 속였다는 것이다. 결국 이로 인해 선정이 취소되었다는 내용으로 방송이 나간 후 언론들도 일제히 방송내용 그대로 또 제작진의 의도대로 지원자를 마치 거짓사기극을 벌인 사람으로 매도했다. 렛미인 사상초유의 선정취소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으로 출연자는 졸지에 사연을 속인 사기꾼이 되고 말았다.
어떤 언론도 그녀의 사연이 제작진들이 말하는 것처럼 정말 모두 거짓인지 관심을 갖는 곳은 없었다. 언론사의 이름만 다를 뿐 내용은 모두 천편일률적으로 그야말로 복제되다시피 동일한 내용의 보도가 줄을 이었다. 한 방송의 폭력과 전형적인 ‘복제저널리즘’이 그녀를 한국사회에서 생매장시킨 것이나 다름없다.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그녀는 방송이 나간 이후 심한 우울증과 불면증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
렛미인에 방송된 그녀의 사연은 대충 다음과 같다.
라보니 루나(33세)는 방글라데시에서 7년 전 남편을 만나 한국으로 시집오게 되었지만, 검은 피부 때문에 주변의 차가운 시선과 잦은 멸시로 결벽증까지 생겼다. 한국에서 디스크 수술 이후 살도 많이 빠지고 부부관계도 악화되어 각방을 쓰고 있으며, 남편은 자신을 여자로 취급도 하지 않으며, 술을 마시면 가끔 폭력적으로 변하기도 한다. 칼을 들고 그녀를 죽이겠다고 협박한 일도 있다. 시댁에서 ‘외국에서 원숭이 사왔냐?’ 등의 말로 많은 상처를 받았다. 한국에 온 이후 단 한 번도 고향을 방문한 적이 없고, (이슬람과 기독교 사람들이) 결혼했다 이혼하면 돌을 던질지도 모른다. 그래서 남편 없이 혼자 방글라데시에 갈 수도 없다. 이러한 여러 상황들 때문에 자살을 시도하기도 했다는 얘기다.
렛미인 제작진은 남편 몰래 루나의 집에 몰래카메라까지 설치하고 신청자와 남편의 일상을 관찰하기까지 했다. 제작진이 촬영한 것에 따르면, 저녁 밥상에서 나눈 대화에서 남편은 그녀를 여자 취급도 하지 않으며, 서러우면 집으로 가라는 등 그녀에게 상처를 준다. 저녁에 소주 2병을 마시고 각기 따로 잠을 자는 도중에 깨어난 남편의 행동과 말 또한 폭력성을 담고 있다. 그녀는 조용히 집을 나와 방글라데시 부모에게 안부전화를 걸며 울먹이고 특히 뇌졸중으로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아버지와의 대화는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인다.
황신혜를 비롯한 렛미인 팀은 그녀의 사연에 안타까워하며, 33세의 그녀의 모습이 믿을 수 없다며 직접 얼굴피부를 만져보며 확인까지 한다. 30대가 아닌 50대는 되어 보인다는 것이다. 결국 닥터스들의 결정으로 렛미인에 선정되게 된다. 하지만 선정 일주일 후 정신과 양재진 원장은 검사결과 우울증은 그녀에게서 나타나지 않았다며 그녀의 선정을 재고해 봐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제작진은 인터넷 조사를 통해 루나의 사연이 모두 거짓으로 드러났다며 선정취소를 결정했다. 지원자도 이 부분에 대해 충분히 동의하였다는 자막도 나갔다.
렛미인 제작진들이 방송한 것처럼 그녀의 사연이 정말 모두 거짓인가?
필자는 이미 이 사건을 5월부터 알고 있었고 방송피해사례로 조사하고 있었다. 필자는 렛미인 지원자인 루나를 이주민방송 관련으로 몇 년 전부터 알고 있고, 또 그녀의 말 못할 고민들을 상담해 주고 있었기에 그녀의 사연을 어떤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검의 피부 때문에 일상에서 받는 상처들, 이에 관해선 필자가 미디어스의 칼럼에서도 그녀의 사연을 일부 소개한 바 있다.
백인 이외에 피부색이 다른 이주민들에 대한 한국사회의 편견을 극복하기 위해 다문화 및 이주민 관련 단체들이 이주민들의 활동을 독려하고 있다. 또한 수많은 단체들이 자신들의 행사를 위해 소위 ‘다문화가정’ 주부들이나 이주민들을 시시때때로 불러 다양한 행사를 치루며 활동을 홍보하기도 한다. 이러한 단체들의 잦은 행사는 형식에 치우치고, 일회성 행사들이라 이주민들의 활동은 지속적이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지원자 루나의 활동도 직업으로 연결되지 못하고 일회성으로 끝난 경우에 해당된다.
언론과 방송이 언제부터 진실만을 말하나?
렛미인 제작진들이 지원자 루나의 사연이 거짓이란 증거로 ‘다양한 활동’, ‘금실 좋은 부부관계’와 ‘우울증 증세 없음’ 등을 제시하고 있다. ‘다양한 활동과 남편의 격려로 우울증 극복’이란 인터넷기사를 예로 들면, 기사내용이 모두 거짓은 아니다. 당시 그녀의 모습은 남편과의 관계도 개선되었고, 또 컴퓨터를 배우며 직장이 없는 그녀가 직업을 얻을 수 있다는 기대감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대는 피부색이 검다는 이유로 좌절되어 결국엔 실현되지 못했다. 유치원에선 아이들이 무서워한다는 이유로 3일 만에 거절당했다. 이러한 일은 병원에서, 시장에서와 같이 일상생활에서 겪는 일들이며, 그녀가 렛미인 방송신청서에도 쓰고 있다.
제작진은 또한 샐러드 극단에서 지원자가 ‘배우’로 활동했다는 내용을 부각시켰지만, 실제로 지원자는 배역이 없었고 단지 마지막에 나라별로 무대에서 인사했던 것이 전부다. 역할이 없는 배우도 배우인가? 기사를 쓴 기자가 루나의 활동사항을 가능한 긍정적으로 썼던 것에서 생긴 오해이다. 또한 방송엔 없지만, 제작진은 한 인터넷 신문에서 그녀의 나이를 22 세로 적은 것도 문제 삼으며, 루나가 의도적으로 나이를 속인 것이라 주장한다. 언론의 오보도 지원자의 책임이란 얘기다.
제작진들은 언론보도를 모두 진실로 규정하고 지나치게 신뢰하면서 지원자의 말을 거짓으로 매도했다. 방송 관계자들은 언론보도에 얼마나 많은 오류가 있는지 모르는가? 이러한 기자의 오류까지 지원자에게 거짓이라며 책임을 묻고 있으니 황당할 따름이다. 더구나 그녀의 신청서에 적은 닉네임이 주민등록상의 이름과 다문화 사람들에게 알려진 ‘루나’로 불러달라는 것도 무시한 채 지원자가 이름도 의도적으로 속인 것으로 치부한다. 그렇다면 렛미인 MC 황신혜도 의도적으로 이름을 속였는가? 황신혜의 본명이 ‘황정만’이란 사실은 언론에 뒤늦게 공개됐다. 왜 방송출연 처음부터 본명을 밝히지 않았는가? 렛미인 제작진의 논리대로라면 황신혜도 자신의 이름을 의도적으로 속인 셈이다.
더구나 방송에 목발을 집고 출연한 것은 렛미인 촬영하러 가던 중 전철역에서 다리를 다쳤기 때문이다. 영등포 충무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걷기도 힘든 상태인데, 다리를 끌며 촬영장에 가야했다고 한다. 엄격히 따져 렛미인이 루나의 병원치료비를 물어야 함에도 적반하장으로 다리 다친 것도 지원자가 연기를 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과거 방송프로에서 금실 좋은 부부로 출연한 사실이 현재 남편과의 관계를 말해 주는가? 어떤 누가 방송프로에 자신의 은밀한 부부관계를 솔직히 말하는가? 어떤 누가 행복한 부부의 모습을 연출하는 프로에서 ‘남편의 폭력’을 얘기하는가? 방송내용이 얼마나 연출된 것인지는 렛미인 제작진 스스로가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녹취록에 따르면, 제작진은 루나에게 방송의 모습과 루나의 사연 중 어떤 부부관계가 진짜 모습이야 다그친다.
3년 전에 부부관계가 좋았다고 여전히 좋기만 한가? 당시엔 루나도 남편과의 관계가 좋아질 수 있다고 믿었고, 또 시댁식구들이 받아줄 것이라 생각했다는 것이다. 또한 그녀는 초창기에 행복했던 순간들을 가슴에 담고 악화된 부부관계를 견디며 살아 왔다. 그녀의 방송출연과 다문화 활동은 시댁식구들과 남편에게 인정받기 위한 것으로 말하자면 ‘인정투쟁’이다. 그녀가 “저도 돈만 있어면 남편 좋아하는배우 황신혜에 서럼 얼굴 만들고 십어요”라고 렛미인 신청서에 쓰듯이 남편 사랑을 얻기 위해 성형까지 하려는 여성이다.
방송에서 잉꼬부부 혹은 모법부부로 소개된 방송인이나 연예인들이 얼마 안가 이혼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또 방송에서 누가 자신들의 말 못할 부부관계까지 떠벌리나? 렛미인 MC인 황신혜는 왜 두 번이나 이혼했나? 방송과 언론에서 모법부부로까지 소개된 사람들이 말이다. 그렇다면 황신혜도 당시 언론을 기만한 것이 아니겠는가! 부부관계야 말로 외부에서 보는 것과 달리 말 못할 속사정이 많다. 이를 남들에게 속속들이 언론에 공개하며 사는 사람들이 대한민국에 얼마나 되겠는가?
방송마다 다문화 관련 프로를 제작하기 위해 다문화가정 주부들을 소개해 달라고 이주민방송이나 다문화 관련 단체들에게 종종 전화가 걸려온다. 이주민방송도 타 방송국들의 다문화프로그램 제작에 필요한 이주민을 연결시켜주는 ‘이주민 소개소’로 이용되기 일쑤다. 방송내용은 연출된 장면들이 워낙 많아 출연자들의 불만도 높고, 또 이주민들의 실제 삶의 모습은 왜곡되어 필자와 같은 미디어학자들이 문제시하고 있다.
사실 따지자면, 뉴스나 시사다큐도 왜곡과 거짓이 난무한데, 오락프로 내용을 어떤 누가 액면 그대로 믿는단 말인가? 더구나 렛미인 제작진도 지원자들의 사연을 과장해 꾸미고 연출해 방송을 내보내면서 마치 사실만을 방송하는 것처럼 말한다면 그것이야 말로 거짓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 제작진이 의도한 질문에만 대답하게 하고, 원하는 장면만 편집해 방송하지 않는가?
방송된 사연은 사실이지만 지원자가 렛미인 신청서에 쓴 내용과 비교하면 제작진의 의도를 파악할 수 있다. 루나의 신청서엔 피부색 때문에 한국에서 받는 편견과 시댁에서 받는 멸시와 오래 전부터 사라진 부부관계를 얘기하지만, 남편의 폭력에 대한 언급은 없다. 하지만 루나의 말대로 렛미인 제작진은 지원자의 사연을 ‘남편의 폭력’ 중심으로 몰아갔다고 한다. 심지어 작가에게 전화를 걸어 남편의 폭력 때문에 신청한 것이 아니라 항변까지 했다고 한다. 이것도 거짓인가?
제작진은 루나에게 자신에 대한 얘기를 모두 하지 않았다며, 또 사연이 거짓임을 인정하라고 2 시간이 넘게 루나를 추궁했다. 어려운 사연을 부각시켜야 렛미인에 선정될 수 있는데 어떤 지원자가 온갖 행복한 삶을 얘기하며 선정되기를 기대하겠는가? 제작팀이 신청자들의 사연을 상세히 알아보고 선정하지 못한 것에 대한 책임까지 지원자들에게 떠넘긴다면 이것이야 말로 문제가 아닌가? 지원자들의 고민을 해결해 준다는 방송이 오히려 부부관계를 파탄으로 몰아넣고도 책임이 없다할 것인가? 제작진의 의도대로 진행되지 않았다고 해서 출연자를 일방적으로 거짓사기꾼으로 매도해도 되는가?
지원자 루나는 본인의 사연이 거짓이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허리디스크 병원 진료기록, 남편이 서명한 이혼신고서, 다리부상 진단서(부분파열 4주) 등을 제작진에게 제시까지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짓이라며 자신을 믿어주지 않았다고 한다. 필자는 방송된 지원자 루나의 사연과 부부관계를 잘 알고 있다. 남편이 칼로 위협해 경찰까지 출동했던 사건도 필자에게 이미 알려진 사실이며, 당시 사용된 칼의 사진도 확인했다. 이 사건 이후 필자는 항시 그녀의 부부관계를 걱정해왔다. 별다른 직업도 없는 그녀를 무작정 집에서 나오라 하지도, 또 가족도 아닌 필자가 이혼을 상상도 못하는 그녀에게 이혼을 강요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방송이 나간 후 필자는 루나가 상담했던 인천의 황 변호사와 전화통화를 했다. 황 변호사 또한 남편과의 문제로 루나의 상황을 안타까워하며 이혼을 도와주려했고, 거쳐도 알아봤다고 한다. 문제는 방글라데시에서의 이혼은 죽음을 뜻하기 때문에 그녀는 절대 이혼을 생각지 않고 있다. 더구나 불행한 한국에서의 생활을 고향의 부모님께 털어 놓을 수도 없다. 거동도 하지 못하는 그녀의 아버님이 딸의 불행한 소식을 듣고 충격에 그리운 딸 한 번 만나지 못한 채 돌아가실까 걱정이기 때문이다.
렛미인 지원자 루나가 신청서에도 썼듯이, 그녀는 7년차 부부생활을 하면서도 결혼식도 올리지 못했고, 물론 결혼사진도 없다. 한국에 온 이후 단 한 번도 고향에 가지 못했다. 남편이 싫어하기 때문에 집에선 방글라데시 음식도 요리하지 못한다. 방송된 내용처럼 부부관계도 없는 상태이며, 그녀가 소망하는 아이도 없다. 남편은 이미 이혼서류에 사인까지 해 놓았다. 이러한 루나의 사연이 렛미인 제작진들의 눈에 행복한 부부생활로 보이는가?
그녀가 필자에게 호소하는 것은 자신이 거짓말쟁이로 몰려 더 이상 한국사회에서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녀의 명예가 치명적으로 훼손되었기 때문이다. 명예훼손은 황신혜 같은 유명연예인이나 정치인들만이 누리는 권리가 아니다! 아무도 자신의 말을 믿어주지 않기에 죽고 싶다는 것이다. 하지만 죽더라도 자신이 ‘거짓말쟁이가 아니란 사실’은 밝히고 싶다는 것이 그녀의 한 가지 소망이다.
사실 필자는 그녀에게 렛미인 방송신청에 대해 화를 내기도 했다. 자신의 사생활을 폭로해야하는 프로이며, 또 남편의 폭력까지 드러나게 되면 결국 남편과의 관계는 더욱 악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렛미인의 거짓사연 사건은 ‘외국인’이란 딱지가 붙어 방송되었기에 지원자 한 사람의 명예뿐 아니라 이주민 전체의 이미지까지 훼손시켰기에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