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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가정부’, 왜 아직도 가정부 박복녀가 낯설까?[블로그와] 톺아보기
meditator | 승인 2013.10.15 13:35

   
 
2013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마지막 경기 중계, 하지만 야구를 즐기지 않는 누군가라면 리모컨의 향방은 드라마로 향했을 것이다. 대부분의 선택지는 새로 시작하는 KBS2의 <미래의 선택>과 SBS <수상한 가정부> 중 하나였을 것이다.

사극 마니아들의 <불의여신 정이>가 야구로 인해 결방, 대놓고 CG로 만화 캐릭터까지 들이밀며 로맨틱 코미디임을 표방한 <미래의 선택>이 낯설다면 결국 선택은 <수상한 가정부>의 몫이다. 그 덕분인지 <수상한 가정부>의 전주에 비해 상당히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다.(닐슨 전국10.6%, 서울 12.2%)

7회, 드라마가 시작하자마자 스스로 죽을 용기가 없으니 자신을 죽여 달라며 더 이상 살 이유가 없다고 절규하는 맏딸 한결이의 해프닝은 이목을 끌 만큼 다분히 충격적이다. 그에 이은 어머니의 죽음을 생각해 보라며, 자신이 죽은 후 자신을 위해 슬퍼해주는 사람들이 없다면 죽어도 된다는 가정부 박복녀의 해법은 감동적이기까지 했다.

실제 부모의 이혼이나 부모 사이의 불화를 두고 자녀들의 경우 그 원인을 자기에게 돌리는 경우가 많다는 조사 결과로 보았을 때, 자신을 임신하는 바람에 아버지와 결혼하게 된 어머니, 그런 어머니를 사랑하지 않았던 아버지로 이루어진 가정의 원죄를 한결이가 스스로에게 돌리는 이유는 충분히 공감이 갔다. 어머니의 죽음 이후 뻥튀기처럼 뿜어져 나온, 하지만 그저 수상하고 낯설기만 하던 한결이네 가족 이야기들이 조금씩 조금씩 우리네 가족의 고민거리 속으로 들어온다.

물론 한결이네 가족이 뿜어내는 각양각색의 사건들은 현대 가족의 시금석이 될 문제들이었다. 하지만 어머니의 자살, 아버지의 불륜 등 굵직굵직한 사건들은 실제 많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가족 지상주의' 대한민국에선 선뜻 인정하기 힘든 사실들이다. 더구나 여전히 가부장적인 분위기가 남아있는 대한민국에서 가정에 충실하지 않았다고 아버지를 내쫓거나, 남자 친구를 사귀자마자 그 아이랑 자느니 마느니를 두고 실랑이를 벌이는 청소년의 모습은 대놓고 공감할 수 없는 '사실'들이다.

그러던 <수상한 가정부>에서 아버지에게 복수를 하겠다고 그 방법을 가정부 박복녀에게 묻고, 부모가 가장 무서워하는 것이 자식이 망가지는 것이라는 대답에 그 말을 실행하기 위해 남자 친구와 밤을 보내고 가출을 감행하는 한결이의 반항에 들어서면서 공감의 밀도는 한결 짙어진다. 뿐만 아니라 한결이네 가족 문제와 맞물려 조금씩 풀려나가는 박복녀의 비밀들이 다음을 기약하도록 만든다.

그런데 <수상한 가정부>가 일본에서 센세이션을 일으켰듯이, 현대 가족이 지니는 문제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그 해결 역시 감동적으로 끌고나가는 전체적인 틀에서 동의는 하지만, 과연 지금 여기서 그것이 적절한가에 대해서는 여전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사랑과 전쟁>의 에피소드들을 실감나게 보면서 그것들이 다른 드라마 속에서 등장하면 '막장'이라고 규정하는 묘한 이중 잣대가 여전한 것이다.

게다가 <수상한 가정부>의 박복녀 식 해법은 결코 에돌아가지 않는 직문직답이다. 아버지에게 복수하고 싶다고 하면 망가지는 것이라 답해주는 식이다. 이런 해법은 한결이의 가출, 외박, 심지어 자살시도처럼 극단적인 수순을 밟아 가족의 화해에 도달하게 된다. 또한 이런 식의 문제 해결 방식은 <여왕의 교실> 마여진 선생의 방식과 동일하다. 자율성 있는 아이들로 키우기 위해, 가장 타율적인,그리고 죽자고 공부에만 매달리게 했던 역설적 해법이다.

하지만 <여왕의 교실>의 상대적으로 낮은 시청률 추이를 보았을 때 그런 충격 요법이 공감의 정도에서는 낮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비슷한 양식의 일본 드라마를 리메이크하면서도 <수상한 가정부>는 <여왕의 교실>의 여러 한계들을 반면교사로 삼지 못한 채 진행시키고 있는 듯하다.

   
 
심지어 한 술 더 떠, 2013년 동안 리메이크되었던 일본 드라마 중 원작의 색채를 가장 그대로 드러낸다. 각 에피소드별 해법이 빈번하게 폭력과 죽음으로 치닫는 방식도 극단적이다.  극단적 선택이나 죽음을 통해 정반대의 결과에 도달하는 방식은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낫다’고 생각하는 현실적이고 낙천적인 한국인의 정서와는 어긋난다.

그래서 아쉽다. 조금 더 우리나라의 현실에 맞게 각색을 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박복녀의 복색이나 말투를 그대로 따라하는 것은 이제와 새삼 또 지적하는 것조차 입 아픈 일이다. 하지만 최지우라는 배우에 맞는 박복녀로 재탄생되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드라마를 볼 때마다 남는 건 어쩔 수 없다.

제 아무리 최지우가 노력한다 해도, 대중에게 각인된 최지우의 이미지는 여전히 멜로드라마의 가련한 여주인공이다. 선덕여왕에서 신라를 쥐락펴락하던 카리스마를 발산했던 미실의 고현정도, 그 등장만으로도 스크린을 꽉 채우는 김혜수가 아닌 것이다. 최지우의 매력은 그녀의 가녀린 몸매와 우수에 젖은 얼굴에서 뿜어져 나오는 비련의 아우라이다. 그저 일본 여배우가 했듯이 딱딱한 대사를 흉내 내는 듯한 말투가 아니라, 최지우스러운 사연 있는 대사였다면 <수상한 가정부>는 훨씬 더 보고 싶은 비밀을 간직한 드라마가 되었을 듯싶다.

이미 중반에 들어선 <수상한 가정부>가 궤도를 수정하기엔 늦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조금 더 섬세하게 우리의 정서와 상황 그리고 그것을 연기하는 배우를 배려한 대본과 연출이 가능하다면 <수상한 가정부>는 '유종지미'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지금이야말로 그 유종지미에 다가서는 절호의 기회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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