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약달러-저성장이란 세계경제의 흐름을 무시하고 거꾸로 가던 이명박 정부가 한국경제를 침체의 수렁으로 빠뜨리고 있다. 고환율을 통해 수출을 촉진함으로써 고성장을 이룩하겠다던 경제정책의 실패가 물가앙등에 이어 금리상승을 압박하고 있다. 고유가-고환율에 따른 부작용-후유증이 고물가-고금리의 형태로 나타나 내수침체를 가속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고환율 정책이 부분적으로는 수출증대의 효과를 나타냈을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에 따른 물가앙등이 무차별적으로 국민경제를 강타하고 있다는 점이다. 생산자물가가 지난 6월 10.5%나 올랐다. 이것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의 10.9% 이후 가장 높은 것이다. 소비자 물가도 5.5%나 뛴 데 이어 7월에는 6%를 넘어설 듯하다. 곡물, 원유 등 원자재 값이 폭등세를 지속하는데 환율까지 올려 수입물가를 더 뛰게 만든 것이다.

경기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에서는 외국인주식투자자들이 불안한 신흥시장에서 빠져나갈 기회를 노린다. 그런데 고환율 정책을 고수했으니 그들로 하여금 환차익을 누리면서 증시를 탈출하도록 도와준 꼴이 되고 말았다. 금년 들어 외국인 순매도액은 20조원에 이른다. 200억달러가 빠져나갔다는 소리다. 그 바람에 주가가 폭락세를 거듭해 주식투자가들이 더 큰 손실을 입었다.

▲ 한겨레 7월17일자 사설
뒤늦게 환율안정을 위한 시장개입을 공식화하고 나섰다. 문제는 외환사정이 그리 넉넉하지 않다는 점이다. 최근의 외환보유고는 2,580억달러이다. 그런데 1년 내에 갚아야 할 단기외채가 2,150억달러나 된다는 점이 심각하다. 여기에다 경상수지가 계속 악화되고 있어 환율방어가 용이하지 않다는 뜻이다. 외환위기 이후 10년 동안 흑자기조를 유지하던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섰으니 말이다. 올 들어 6월말까지 누적적자가 71억7,000만달러나 된다.

팽창정책을 추구해온 이명박 정부는 고환율과 함께 금리인하를 고집해 왔다. 한국은행의 반대로 실현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그런데 한국은행이 물가안정을 내세워 금리인상을 시사하고 있다. 국고채-양도성예금증서 금리가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외부여건도 금리인상을 압박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최근 기준금리를 4.0%에서 0.25% 포인트 인상했다.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도 내달에는 인상할 가능성을 비치고 있다.

금리인상은 서민가계에 직격탄을 날린다. 지난 3월말 현재 가계대출이 605조원에 달한다. 금리인상은 가계부담을 가중시켜 내수침체를 더욱 가속화시킨다. 무엇보다 심각한 문제는 그 중 주택담보대출이 37.7%인 224조원이나 된다는 점이다. 무리하게 내 집을 마련한 서민들이 빚을 갚지 못해 무더기로 집을 내놓으면 집값이 폭락한다. 경제난과 맞물려 가계신용 위기가 우려되는 것이다.

2007년말 현재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잔액이 371조원에 달한다. 원자재 가격이 폭등하나 납품가격은 원가상승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원청업체에서 가격을 올려주지 않기도 하지만 경기침체로 판로가 막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실에서 금리마저 인상하면 수요는 더욱 감퇴하고 금융부담은 더 커진다. 중소기업의 집단도산도 우려되는 상황인 것이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의 상황인식은 참으로 한심하다. 대통령을 비롯하여 이 입, 저 입이 앞 다퉈 경제난을 촛불시위에 덮어씌우기에 급급하다. 어디에도 정책실패에 대한 책임의식을 찾기 어렵다. 산출근거가 무엇인지 몰라도 피해규모를 계량화해서 위기론을 확산시키고 있다. 위기의식을 고조시켜 정말 위기상황을 전개하자는 것인지 묻고 싶다. 경제난의 원인조차 모르니 이 난국을 어떻게 극복할지 걱정이 태산이다. 경제상황은 고유가-고환율-고물가-고금리가 ‘4고 불황’을 예고하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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