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박명진)는 방송과 통신의 융합상황에서 내용규제를 담당하는 기구이다. 내용규제를 융합기구에서 담당하도록 한 근본적인 이유는 궁극적으로 방송과 통신을 일관하는 내용규제의 원리를 찾아내고, 융합환경에서 가장 합리적인 내용 규제의 기준과 범위를 설정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를 형성해 나가기 위한 것이다. 실제로 그러한 기능과 역할을 담당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필요한 것이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과 개방성'이다.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과 개방성'이 매우 중요한 방통심의위

▲ 전응휘 이사
일반적으로, 그리고 방통융합환경에서 내용규제에 대한 세계적인 보편적 추이는 규제의 최소화와 함께 대부분의 행정적 규제를 버리고 형법적 규제로 제한하는 것이다. 물론 대중적 영향력과 전파력이 강한 방송매체에 대해서는 아직도 여전히 전통적 내용규제의 규범과 틀이 크게 바뀌고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매체의 다원화와 다채널 현상에 따라 자율규제의 폭과 범위는 확대되는 한편, 행정적 규제의 수준은 전반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추세에 있는 것이 사실이다.

방통심의위 관련 법령에서 회의를 공개하도록 했고(방통위 설치법 22조 2항), 심의위 자체의 회의공개에 관한 규칙에서도 공개를 원칙으로 하면서 비공개의 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것은 본질적으로 내용규제를 최소화하되, 반드시 내용규제를 해야 하는 경우조차도 그러한 규제의 이유와 명분이 분명한 사회적 지지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의사결정과정에 대한 투명성과 개방성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질적으로 '회의 공개' 최대한 막아

그러나 최근 두 차례 방통심의위 회의를 참가해 본 필자는 과연 현재의 방통심의위가 이러한 본질적인 문제의식과 태도를 갖고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조차 깊은 회의를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아마도 방통심의위가 얼마만큼 파행적으로 회의를 운영하고 있는지를 알려면 정례 회의를 한번만 방청해 보면 알 수 있다. 방청신청을 하는 사람 수가 적든 많든 신청하는 사람은 반드시 24시간 이전에 신청서를 제출해서 허가를 받아야 한다. 24시간에서 1시간만 경과해도 그리고 방청신청한 사람이 몇사람 되지 않아도 사무국은 24시간 전 신청이라는 이유를 들어 방청을 불허한다.

다음 삭제 결정 글 복사 안돼…회의록 업로드도 공개 최대한 늦춰

회의록의 열람이나 복사 또한 신청서를 제출하여 위원장 허가를 받도록 되어 있으나 최근 방통심의위가 다음 게시판에서 삭제를 요구한 58건의 글에 대해서 사무국은 열람은 할 수 있지만 복사는 안된다고 하여 복사신청을 했던 어떤 단체는 58건의 삭제글을 모두 디지털 카메라로 찍어야 했다. 필자는 왜 디지털카메라 촬영은 허용하면서 복사는 안되는 것인지, 열람은 되는데 왜 복사는 안되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참고로 심의위 회의록은 모두 회의록 확인이 끝난 후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하게 되어 있으나 사무국은 홈페이지 개편 등 여러 가지 핑계를 대면서 회의록 업로드를 최대한 늦추고 있다. 홈페이지를 개편한다고 해서 지금 당장 데이터화일을 업로드 못한다는 얘기는 아마 지금 초등학생들도 이해를 할 수 없을 것이다.

녹음신청, 위원장 허가도 받기 전에 "곤란하다" 연락

이번 주 심의위를 방청하면서 필자는 녹음신청서도 함께 제출하였다. 그러나 위원장 허가도 받기 전부터 사무국에서는 녹음은 곤란하다고 얘기하면서 미리 양해를 바란다고 전화연락을 해왔다. 하도 어이가 없어서 회의규칙에서는 절차상 위원장의 허가를 받게 되어 있을 뿐 불허의 요건이 없기 때문에 불허해야 할 이유가 없고, 만약 불허해야 할 이유가 있다면 그 이유를 서면으로 알려달라고 하였다.

▲ 방통심의위가 보낸 '녹음신청 불허' 공문
그렇게 해서 필자가 받은 공문을 여기 첨부한다. 재미있게도 녹음은 언론의 취재 등을 위해 최소한으로 허용하되 일반인의 방청시에는 허용하지 않는다는 토를 달아 놓았다. (방송은 일부 녹음만 할 뿐이고 일반인쇄매체 기자들도 즉시 송고를 해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 녹음을 하지 않는다.) 불행하게도 회의규칙에는 어디에도 녹음과 촬영이 언론만을 위한 것이며, 일반인의 방청시에는 허용하지 않는다는 규정이 없다.

녹음시설 부족해서 불허? 녹음서비스 요청한 적도 없다

박명진 방통심의위원장은 회의중에 녹음을 불허한 것은 방통심의위가 녹음시설도 부족하고 해서 불허했다는 실로 '엉뚱한' 설명을 했다. 필자는 디지털 녹음기를 휴대하고 있었고 그것으로 녹음을 하겠다고 한 것이지 처음부터 기대할 수도 없는 녹음서비스를 제공해 줄 것을 요청한 사실이 없다.

심지어 필자에게 녹음불허공문을 갖다준 방통심의위 직원은 "녹음허가가 되지 않았으므로 나갈 때까지 녹음기를 압수해서 보관하겠다"는, 실로 놀라운 발언까지도 서슴치 않았다. 하도 참을 수가 없어서 녹음은 하지 않을 것이고 당신이 내 휴대품이나 내 행위에 대해서 간섭할 권리가 없으며 그런 규정이 있으면 제시하라고 언성을 높이지 않을 수 없었다.

방통심의위에 방청이 허락된 사람은 격리된 방으로 안내되어 스피커로 회의내용을 듣게 된다. 사무국 직원들은 회의공간이 좁아서 불가피하다고 하지만 회의실을 본 사람들은 회의실에서 공놀이를 할 것도 아닌데 왜 회의장이 좁다고 하는 것인지 정말 이해할 수가 없다.

'비공식' 간담회를 좋아하는 박명진 위원장

더 재미있는 것은 박명진 위원장은 "위원들간에 간담회로 진행한다"는 말을 하기를 정말로 좋아한다는 사실이다. 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격리된 "방청실"의 스피커는 꺼지고 방청실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그때부터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가 없게 된다. (방통심의위원들은 공식회의중에 회의 안건을 벗어나서 수시로 사담을 나눌만큼 공사분별이 없는 사람들인가?)

필자가 방청했던 첫날에는 위원간담회라는 이유로 시작부터 스피커가 50분 가까이 꺼졌고, MBC <PD수첩>을 다룬 두 번째 회의 때에는 위원 3인의 퇴장과 관련된 신상발언부분을 사무국이 자의적으로 스피커를 껐다고 하여 나중에 다시 녹음테이프를 들려주는 대소동이 있었고, <PD수첩>에 대한 심의내용은 100% 비공개로 진행되었다.

위원장, "아무 사안에서나 공개여부 묻냐"는 지적에도 '비공개 여부' 반복해 물어

회의 공개가 원칙이라는 회의규칙이 무색할 정도로 박명진 위원장은 "이 사안은 공개로 할까요 비공개로 할까요"라는 말을 수시로 꺼냈다. 몇몇 위원은 비공개해야 할 이유를 먼저 얘기하고 공개여부를 논의해야지 아무 사안이나 공개여부를 물을 이유가 없다는 점을 거듭 지적했다. 그러나 박명진 위원장은 그런 지적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거침없이 비공개여부를 반복해서 물었다. 참고로 현장에서 방청하는 사람들의 귀에는 위원장의 이런 발언은 "이 사안은 비공개로 하는 게 좋지 않겠어요"라고 발언하는 것으로 들린다.

필자도 통신관련 국제회의를 수도 없이 보기도 했고 직접 의사결정에 참가해 보기도 했다. 오늘날 세계적으로 대부분의 회의는 특별한 이유가 없는 이상 모든 것을 공개하며 IT기술의 혜택을 이용하여 최대한 회의내용을 알리기 위한 다양한 서비스들을 제공한다.

방통심의위원들은 '회의공개' 원칙이 무엇인지 모르나

보통 회의는 개방된 장소에서 모든 사람들이 볼 수 있는 곳에서 열리며, 웹캐스팅을 하는 경우도 많다. 회의 내용은 보통 디지털녹음기로 녹음되어 회의가 끝나면 회의녹음내용이 MP3화일로 웹사이트에 즉시 올려지고,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메일로 전송해 주기도 한다. 이런 경험을 갖고 있는 필자의 눈에는 방통심의위 위원들은 '회의 공개'라는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도무지 모르는 사람들로 보였다.

아니, 방통심의위 회의는 어떤 기준으로 보더라도 결코 '공개된 회의'가 아니다 그것은 최대한 공개를 막고, 공개했다고 형식적인 변명을 하기에는 딱 좋은 수준의 비공개 회의다.

이러한 방통심의위의 '이상한' 회의공개 방침에 따라 다음게시물 58건의 삭제를 결정한 지난 7월 1일의 회의록은 최소한 다음주 정례회의인 7월 23일까지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는다. 이것이 방송통신융합시대에 내용규제를 담당하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최첨단(?) 공개방식이다.

참고로 당시 회의시간은 세시간 내외였다고 한다. 누구나 알고 있듯이 세시간 분량을 녹음한 MP3 파일을 웹사이트에 올리거나 메일로 다른 사람에게 보내는 데에는 최악의 통신환경에서도 몇분이면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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