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진정한 수목드라마의 전쟁이 시작됐다. 스타 작가와 스타 군단을 앞세운 두 개의 드라마가 동시에 출격했기 때문이다. 권상우, 정려원, 주지훈, 오연서가 든든하게 포진되어 있는 MBC ‘메디컬 탑팀’, SBS ‘상속자들’ 은 이민호, 박신혜 등의 청춘 스타와 ‘시크릿 가든’, ‘신사의 품격’ 의 김은숙 작가가 손을 잡아 훨씬 더 막강한 포스를 자랑하고 있다. 양쪽에서 이미 중반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KBS ‘비밀’ 의 선두 자리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이다.
벌써부터 시청률 순위가 흔들리고 있는 분위기다. ‘상속자들’ 에 대한 호평이 첫 회부터 줄을 잇고 있어 조금씩 관심이 기울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염려스러운 부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연기력이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청춘 스타와 신인 배우들을 캐스팅한 점이 ‘상속자들’ 의 아킬레스건이 될 것이라는 말이 다분했다. 하지만 ‘상속자들’ 의 첫 회 시청률은 11.6%로 두 자리수를 기록했다. 12.4%로 시청률 1위 자리에 오른 ‘비밀’ 에겐 다소 위협적인 추격이 아닐 수 없다.
먼저 주연배우 황정음의 연기가 ‘비밀’ 의 가장 큰 비밀이다. 모두들 황정음의 연기에 놀라고 있는 중이다. 그녀가 이렇게 연기를 잘했었단 말인가. 허구한 날 잘 울어서가 아니다. 그녀의 연기에 진심이라는 것이 보이기 시작해서다. 한 남자를 맹목적으로 사랑하는 여자, 목숨보다 소중히 여기던 아이를 잃어버린 여자, 유일한 피붙이인 아버지까지 떠나보내야 했던 여자의 마음을 황정음은 진심을 담아 그려내고 있다. ‘비밀’ 속 강유정의 한과, 슬픔과, 고통을 여과 없이 그대로 시청자들에게 전달하는 능력을 갖추고 말았다.
멜로물에서 가장 신경 써서 다뤄야 할 부분은 주인공들이 언제, 어디서, 어떻게 만나느냐다. 주인공들의 인연이 맺어지는 장면이 서투르게 진행되다 보면 극의 흐름이 어색해지고, 그로 인해 시청자들은 몰입에 방해를 받게 된다. 그럴싸한 우연을 잘 만들어야 한다는 얘긴데, 드라마 ‘비밀’ 은 이를 자연스럽게 그려내는 탁월한 재주를 지녔다. 강유정과 안도훈(배수빈 분) 사이를 조민혁(지성 분)과 신세연(이다희 분)이 비집고 들어가게 되는 우연들이 교묘하고 은근하다. 여기에 그 어떤 어색함이나 억지스러움은 느껴지지 않는다. 이 네 명의 주인공들이 비밀스런 틀에 갇혀지기까지의 과정이 꽤나 그럴듯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점이 상당히 매력적이다.
그러면서도 각각의 캐릭터는 일관성을 지니고 있다. 물론 결정적인 계기로 인해, 그리고 반전이 될만한 사건들로 인해 캐릭터의 변화가 일어날 테지만, 아직까지 조민혁, 강유정, 안도훈, 신세연은 그들답게 그려지고 있다. 그래서 ‘비밀’ 은 어이없는 설정이나 생뚱맞은 이야기가 없다. 불편할 정도의 과도함도 보이지 않는다. 변하기는 하되 서서히 움직이는 캐릭터의 일관성이 극에 안정감을 불어 넣고 탄탄한 스토리를 보장해 주고 있는 것이다.
이제 강유정은 모든 것을 잃었고, 더 떨어질 나락이 없다. 다음 주부터 ‘비밀’ 의 이야기는 제 2막이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전개될 것이다. 또 어떤 비밀스러운 이야기로 심금을 울리고, 애를 태울까! 벗겨도 벗겨도 알 수 없는 양파 같은 드라마 ‘비밀’ 이다. 이 네 가지의 비밀만으로도 시청률 1위는 충분히 유지될 수 있지 않을까. 비록 블링블링한 경쟁작이 호시탐탐 그 자리를 노리고 있다고 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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