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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스타 - '내 논에 물대기'식 강추 특집, 순수 예능 기대주 봉만대만 빛났다[블로그와] 톺아보기
meditator | 승인 2013.10.10 13:43

10월 9일 <라디오 스타>는 '강추' 특집의 자리를 마련했다.

즉 4명의 MC가 밀고 싶은 예능 기대주 네 명을 이른바 '강력 추천' 해 마련한 자리였다.  늘 누군가를 추천하는 자리면 어김없이 김국진이 안쓰러워 불러내는 김수용에, '애제자'라는 미명 하에 불려온 윤종신 소속사 가수 김예림, 그리고 두말하면 잔소리인 규현과 한솥밥을 먹는 려욱까지, 제목부터가 노골적이었으니, 당연히 그 자리에 초대받은 게스트의 면면이 MC의 이른바 '내 논에 물대기'식이라는 건 불을 보듯 뻔한 노릇이었다.

그런 와중에 돋보이는 건 단연, 김구라가 초대한 봉만대 감독이었다. 김구라의 말 대로 친구라지만 10년 동안 단 두 번을 봤다는 봉만대 감독은 말 그대로 김구라가 강추하고 싶은 순수한 의미의 인물이었다. 그리고 당연히 9일자 라디오 방송은, 말이 강추 특집이지, 결국은 '봉만대' 특집이 되었다.

   
 
봉만대 감독이 누구인가.

장르 영화가 자리 잡지 못한 우리나라에선 보기 드물게 이젠 에로 영화의 거장으로 대접받는 감독이다. <라디오 스타>에서는 우스개로 봉준호와 함께 봉봉 브라더스 운운했지만, 그의 작품 세계를 인정하는 사람들에게는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는 대한민국의 또 한 사람의 봉감독인 것이다. 최근 <아티스트 봉만대>를 통해 자신의 작품 세계를 노골적으로 '디스'하고, 그것을 통해 결국은 진솔함으로 다가가는 시도를 했던 봉감독은, <라디오 스타>에 나와 거리낌 없이 자신의 작품 제작 방식에 대해 '수세미'까지 예를 들면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풀어냈다. '에로'라던가, '섹스'라던가 라는 단어가 아직도 그대로 발음하기조차 어색한 지상파에서 그 분야를 자신의 작품 세계로 추구하는 감독을 초대한 김구라의 배짱과 안목도 대단하고, 그것을 거침없이 소화해 내는 봉만대의 조합은 모처럼 <라디오 스타>의 B급 정서를 제대로 살려낸 듯했다.

하지만 그에 비해 다른 MC들의 게스트들은 낯뜨거웠다.

'강추 특집'의 초반, 소개되는 게스트의 면면을 보면서 김구라는 불편한 듯 일갈한다. 이건 뭐 예능 기대주라고 했는데, 다 자기 측근들을 데려다 앉혔다고. 그러자, 윤종신이 낯 두껍게 반문한다. 그러는 당신도 측근을 데려오지 그랬냐고. 그러자, 김구라는 그런 식이면 난 동현이를 데려다 앉혔다고 말문을 막아버린다.

언제부터인가, 예능 프로그램에서 자기 논에 물대기 식의 게스트 섭외와 토크가 당연한 일이 되어간다. 메인 MC와 같은 소속사의 아이돌이 보조 MC로 들어가는 건 공식같다. 특정 기획사에서 제작된 프로그램은 당연히 그 기획사의 MC가 시청률과 상관없이 메인을 맡는다. 당연히 밉보인 JYJ와 같은 그룹은 방송계에 설 자리가 없다. '예능 기대주' 강추란 미명이 당연하게 내 측근 데려다 앉히는 자리가 되었다. 마치 내가 선생인 우리 반에 내 자식을 전학시켜다 앉혀 놓는 것처럼, 내가 사장인 우리 회사에 사원으로 내 친척을 들이미는 것처럼. 내 연줄, 내 인맥을 끌어대는 것이 뻔뻔하거나, 이상하지 않은 일이 되어간다. 그저 대한민국은 인맥이 짱이야! 라는 진리를 몸소 실천 중이다. 아니 인맥을 넘어 이젠 '카르텔'이 되어간다.

1년에 5번 정도 예능 나들이를 한다는 김수용은 <라디오 스타>에만 유독 출입이 잦다. 능력은 있지만, 운이 따라 주지 않는다는 그에 대한 소개 멘트가 이젠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한다. 김국진이 신혼여행 비용을 대주었다는 에피소드도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다. 차라리, 방송 말미 그가 케이블에서 한다는 19금 토크쇼를 화제로 삼았다면 봉만대 감독이랑 접점이라도 있었을 텐데, 여전히 불쌍한 수용씨는 '강추'하기엔 좀 진부하다.

   
 
윤종신이 예능 기대주라고 말하면서 그 자신의 얼굴이 붉어지듯, 그의 소속사 가수 김예림은 <라디오 스타> 방영 내내 알듯 모를 듯 미소만 짓는 얼굴로 비춰졌다. 윤종신의 소속사 가수 김예림이라서 나올 수 없는 곳이어도 안 되겠지만, 예능 기대주라 밀어붙이기엔 낯 부끄러운 게스트였다. 그래도 억지로 갖다 붙여도 그러려니 하는 게 언제부터인가 <라디오 스타>가 되었다. 그나마 그걸 가지고 웃음의 소재로 삼았으니, 면피했다고 할 수 있을까. 방송 말미, 지금의 이미지가 좋으니 오히려 굳이 예능으로 뜨려 할 필요 없는 김구라의 한 마디야 말로 김예림의 소속사 사장 윤종신에게 필요한 촌철살인의 한 마디였다.

그나저나 궁금해지는 게 있다. 과연, SM 소속이 아닌 규현의 인맥이 등장할 날이 <라디오 스타>에 올까? 어김없이 규현의 예능 기대주는 그와 같은 그룹의 멤버 려욱이었다. 처음 슈퍼 주니어 멤버 이특, 최시원, 은혁을 필두로 해서, 설리, 크리스탈에, 지난 추석에 김민종, 다나, 키에 이르기까지, 이러다 느 소속 연예인들은 <라디오 스타>에 안 나오는 게 이상한 상황이 될 듯하다. 마치 전용 토크쇼인 듯이, 잊을만 하면 SM 소속 연예인들이 둥그렇게 게스트의 자리에 앉아있다.

'강추'를 받아 나왔지만 김구라를 폭로하겠다던 봉만대는 김구라의 단점이 이른바 '라인'을 만들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한다. 이렇게 카르텔화 되어가는 연예계에서 봉만대의 지적은 일견 의미 있다. 누구나 다 라인을 따라 밥 벌이가 정해지는 상황에서 '독고다이'로 살아가는 건, 앞날을 보장할 수 없다는 의미이니까.

하지만, 엄마들 사이에서, 엄마의 이른바 '푸쉬'로 밀어붙일 수 있는 아이의 성적은 중학교 까지라는 씁쓸한 우스개가 있다. 고등학교 정도 되면 머리가 커서 더는 엄마의 푸쉬와 잔소리를 들어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게 고등학교만 돼도 내 손을 넘어가는 아이들인데, 다 큰 연예인들의 '푸쉬'가 어느 정도 먹힐 지는 두고 볼 일이다. 그렇게 김국진이 기대주라고 밀어 줘도, 여전히 일 년에 몇 번 예능 출연을 못하는 김수용을 보면, '푸쉬'만이 능사가 아닌 건 맞는 거 같기도 하고. '디스'를 예능감으로 착각하는 듯한 려욱을 봐도, 기회가 모든 걸 해결해 주는 건 아닌 건 분명한 듯 하다. 하지만, 이른바 '공적 영역'이라는 방송이 특정인들의 카르텔화 되는 걸, 그 흥망성쇠를 고스란히 감내해야 하는 시청자들은 뭔 죄란 말인가.

허긴 대학을 가서도 수강 신청도 엄마가 해주는 세상에, 국적을 포기해서라도 자식의 군대를 빼주는 세상에, 연예계 캥거루족이 뭐 그리 새삼스러운 것이냐 하면 유구무언이기는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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