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계발서라 불리는 책들이 있다. 요즘 출판 시장에서는 자기계발서가 이전처럼 인기가 없어서 경제경영서로 포장해 자기계발서를 내는 경우도 많다. 작년까지 힐링 열풍을 주도한 책들도 넓은 의미의 자기계발서 도서들이었다.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에세이 분야에 있다고 해도, 에세이로 읽히지 않는다. 반대로 우리가 흔히 아는 중국 고전들이나 《명상록》도 자기계발서다.

유독 자기계발서 만큼은 출판 시장의 대표적인 스캔들인 선인세 문제가 드물다. 왜냐하면 자기계발서는 외서보다 국내서가 많기 때문이다. 외국 저자 중 스티븐 코비나 데일 카네기는 이 분야의 고전 작가다. 예를 들어 데일 카네기의 도서는 온라인 서점에서 540건이나 검색이 된다. 저자의 저작권은 사후 50년까지만 보장되기 때문에 1955년에 사망한 저자의 도서가 2006년부터 여기저기서 출간되었기 때문이다. 한편 최근 몇 년 동안 가장 유명했던 자기계발서는 《시크릿》과 《긍정의 힘》으로 다소 종교적인 성향이 강한 미국식 자기계발서라는 특징이 있다. 근면과 자기관리보다는 믿음, 자기 확신, 이를 위한 간절함 등을 강조한다. 따라서 강연과 함께 책이 팔려나가고 저자가 스타를 넘어 교주의 반열에 오른다. 충성독자가 작가의 이후 출간작에 대해서도 든든한 타겟 독자가 되어줌은 물론이다.
“변화는 불행한 사람들의 주제다. ‘지금의 나’와 ‘내가 바라는 나’ 사이의 간격을 인식하는 불행한 자각으로부터 변화는 시작한다. 이 간격을 못 견디는 절박한 사람만이 이 길을 선택한다.”《나는 이렇게 될 것이다》(125쪽)
《나는 이렇게 될 것이다》의 저자 구본형은 그런 점에서 많은 직장인들과 비슷하게 살다가 자기 길을 선택해낸 사람이다. IBM을 관두고 1인 기업을 열어 '변화경영 전문가'라는 명함을 만든 사람, 스스로 소장이 되고 연구원을 뽑아 이들에게 1년에 1권의 책을 쓰게 훈련시켰다. 하루 2시간, 이왕이면 새벽 시간에 스스로를 위한 R&D시간을 가질 것 (그는 주로 이 시간에 글을 써서 1년에 책 1권씩을 집필했다고 한다), 시처럼 살 것, 그의 방법론은 일상적이면서도 적용 가능한 것들이 많다. '변화경영 전문가'에서 '변화경영 사상가'를 거쳐 《나는 이렇게 될 것이다》에서는 스스로를 '변화경영 시인'이라고 부른다. 이 책은 유고집으로 지난 4월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썼던 칼럼을 연구원들이 골라 묶은 것이다. 지금이라면 이런 시간을 예감이나 했을 법한, 다음과 같은 쓸쓸한 비장함이 느껴진다.
‘다시 살자. 내게 시간이 아직 남아 있는 유일한 이유는 인생을 다시 시작하기 위함이다. 아침마다 세수하는 이유도 오늘이 어제와 다르기 때문이다. 매일 세끼 밥을 먹는 이유도 밥을 먹을 때마다 ’내가 다른 것들을 죽여 그것을 먹고 내 삶이 살아지는 것이구나‘라는 각성을 주기 위해서다. 죽음을 먹고 삶이 자라는 것이니 어찌 치열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날마다 새로운 인생, 새봄 물오른 나무처럼 다시 살고 싶구나.’(257쪽)
사람은 누구나 자기계발의 욕망이 있다. 다른 말로 하면, 누구나 ‘어제보다 더 나은 자신’의 모습을 꿈꾼다. 이 욕망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 바로 자기계발서다. 또한 이 욕망을 구체적으로 실현시킬 수 있게 장치를 만들어주는 것도 바로 자기계발서다. 경제적으로 불황이 계속되고 격차가 심해질수록 ‘나도 잘 살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책들을 독자들은 더욱 원했다. 그러다보니 최근 몇 년간 자기계발서는 실로 많은 구박을 받아왔다. ‘자기계발서’만 읽는 치들은 인문, 사회과학적 소양이 부족하고, 그저 성공하고 싶은 마음만 품은 채 제대로 된 연마는 하지 않는 무식한 이들로 묘사되었다. 처음에는 인문서 독자들 위주로 이런 비판이 시작되었지만, 이제 자기계발서 비판은 스스로 '남들과 다르다 여기는 이들'의 레파토리가 되었다. 이들은 ‘자기계발서를 읽을 시간에 이런 책을 읽으라’며 자신들이 읽는 책을 트위터로 권한다.
내 세대는 사실 구본형 선생의 글을 읽고 자란 세대는 아니다. 1998년 《익숙한 것과의 결별》, 2001년 《그대 스스로를 고용하라》 는 IMF이후 명퇴와 사오정이 유행할 당시, 개인들의 평생 고용을 담론을 주도할 강력한 메시지였을 것이다. 저자 스스로 지은 ‘변화 경영’이라는 이름도 마찬가지다. 그는 ‘매일 하는 일상의 업무를 전략적으로 재구성하고 창조적으로 집중 계발하는 스스로 고용하는 자’가 되라고 말했다. 이 ‘스스로 고용하는 자’는 평생 직업을 가질 수 있고, 자신의 브랜드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1인 기업이라 생각하라. 시키는 일을 하며 품삯을 버는 피고용인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자신의 비즈니스를 경영하는 경영자라고 생각하라. 나를 ’나me'라고 불리는 1인 기업의 경영자라 생각하라. 그 순간 자신의 서비스를 개선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불안과 욕망이 머리를 치켜들 것이다.‘(114쪽)
어렴풋한 이미지로 공병호가 저 쪽 진영의 자기계발 전도사라면, 이쪽 진영의 도사는 구본형 선생이겠거니 라고 생각했다. 새삼 그의 책을 휴일에 꺼내본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첫 번째로, 보편적인 메시지를 좀 배우고 싶었다. 문화산업 종사자로 글을 쓰다보면 내 이야기가 너무 일반 대중 정서에서 멀어지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둘째로, 일반적인 의미의 공감 메시지를 읽으며 연휴를 달래고 싶었다. 좀 우습지만, 사람이 사는 데에는 그런 보편적 언어들이 필요하다. 나는 사실 고등학교 수험시절 도서관에서 공부를 할 때 소설뿐 아니라 당시 유행했던 합격 수기를 꽤 많이 읽기도 했다. 어차피 누군가에게는 힘이 되는 말이 필요하다. 그리고 책은 정말로 그 역할을 잘 한다. 셋째로 구본형은 이지성과 (혹은 공병호와, 조엘 오스틴과) 결정적으로 무엇이 달랐을까를 확인하고 싶었다. 이지성은 몇 권의 책으로 유명해진 후 자신을 따르던 이 중 한 명과 공저 《독서 천재가 된 홍대리》등을 집필했다. 그리고 그런 이들을 띄워준다. 이것은 소위 베스트셀러를 낸 자기계발서 저자들의 중요한 역할이자, 그 생태계를 가능케 하는 기본적인 사업이다.
‘내 심장의 소리를, 대중이 원하는 방식으로 원하는 때에 제공해주기 위해 기획하고 구성하면 3만 부는 팔 수 있다. 그러면 대략 연봉 5,000만 원이다. 많지는 않지만 죽을 때까지 작가로서 먹고살 수 있다. 평생 직업이다.’(239쪽)
그런 점에서 내 눈이 멈춘 것은 위와 같은 문장이다. 의도는 이해한다. 평생 직업으로 책 쓰기를 꿈꾸자는 메시지는 도처에 넘처나므로. 하지만, 이런 메시지를 듣고 난 사람들은 오늘도 구본형이나 이지성의 이력을 갖지 못한 채 워드 파일을 수십 장 빽빽히 채워 출판사로 투고를 한다. 언젠가 한 번은 걸리겠지 하는 마음으로 말이다. 이렇게 자기계발서 자체가 철저히 출판 환경과 맞닿아 있다. 온라인 서점을 검색한다. 구본형 선생님은 돌아가셨으나 유고작, 마지막… 등이 들어간 책들이 몇 달 사이에 또 나와있다. 
‘생활 속에서 의미를 찾아 만족을 느끼는 방법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하나는 지금 하는 일을 사랑하는 것이다. 사랑을 할 수 없다면, 지금 하고 있는 일을 작파하고 좋아하는 일을 찾아 떠나는 것이 두 번째 방법이다. 그럴 수도 없다면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한 태도를 바꾸는 것이다. 그것이 세 번째 방법이다.’ (95쪽)
지금 하는 일을 사랑하지 못하는 우리들은, 또 무엇을 꿈꾸어야 할까. 태도를 바꾸라는 말도, 일을 찾을 수 없는 나약한 자신을 탓하는 역할도 책이 대신해준다. 《나는 이렇게 될 것이다》의 구본형 선생의 미덕은 그 자신이 언행일치를 위해 계속해서 노력했다는 점일 것이다. 그가 만든 1인 기업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의 모토는 ‘우리는 어제보다 아름다워지려는 사람을 돕습니다’였다. 누군가는 남들의 변화를 이끌어주어야 하고, 누군가는 보편적 메시지를 던져주어야 한다. 그것이 그나마 선한 의지로, ‘보기 좋기’를, 보다 보편적이기를 바랄 뿐이다. 누군가는 해야하는 역할이므로. 메시지를 직접 겪지 못한 시대를 산 것이 충분히 안타까웠다. 늦었지만 이른 나이에 돌아가신 고인의 명복을 빈다. 그리고 또 누군가가 그 뜻을 이어가기를 빈다.

미스김

블로그를 운영했던 흑역사를 지닌 미혼의 직장인. 현재 글밥을 먹고 산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