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ossFit Gear

모든 스포츠 활동에는 그것에 맞는 장비나 복장, 보호구 등이 필요하고, 이것은 크로스핏도 마찬가지이다. 어떤 운동이건 집에서 입던 목 늘어난 면 티셔츠에, 오래된 운동화를 신고 훈련하는 것 보다는 용도에 맞는 장비들을 준비하는 것이 더 안전하고 효율적인 훈련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준다. 그리고 운동을 취미로 하는 사람들에게 장비에 대한 투자가 여러모로 큰 동기부여가 된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번 다이어리에서는 크로스핏에 잘 맞는 신발들을 위주로, 우리에게 필요한 몇 가지 아이템들을 살펴볼까 한다.

The Minimalism, '가장 맨발에 가까운 신발'

운동선수의 운동화를 떠올려 보면, 충격을 흡수할 수 있도록 뒤꿈치에 하이테크 쿠션 기능이 들어가 있는 신발을 생각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운동화들은 가격도 꽤나 비싼 편이다. 하지만 스포츠 전문 저널인 <January 2012 issue of Medicine & Science in Sports & Exercise>는 뒤꿈치가 먼저 지면에 닿는 방식의 달리기는 운동선수에게 더 많은 신체적 스트레스를 주고, 이것은 부상의 위험이 더 높아진다고 말한다. 따라서 운동 중 달리기의 부상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최대한 '미니멀'한 기능을 가진 신발, 즉 맨발에 가까운 신발을 신고 달리는 것이라고 말한다. 더 적은 쿠셔닝 기능을 가진 신발이 푹신한 신발보다 낫다는 것은 비단 달리기에만 적용 되는 것은 아니다. 더 민첩하게 움직이고, 균형을 잡고, 더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맨발에 가까워야 한다.

1. 캔버스화 : '무기능'이지만 모든 것이 가능한 '멀티 플레이어'

▲ Chris Spealler, 맨 뒤에 필자의 모습도 보인다. 2009년이다. 당시만 해도 크로스핏터들이 가장 흔히 애용하던 신발은 캔버스화 였다.

캔버스화는 '無기능' 그 자체이며, 바닥의 높이는 얇고, 앞꿈치에서 부터 뒤꿈치까지의 높이 차이도 거의 없다. 캔버스화는 지금처럼 선택의 폭이 넓지 않았던 때에, 크로스핏터들이 가장 애용하는 신발 중의 하나였다. 내구성이 떨어지고 발에 꼭 맞게 피팅되지 않는 단점이 있지만 가격이 싸고 불필요한 기능이 없어 지금도 많은 크로스핏터들이 신고 있다. 리프팅 훈련과 맨몸훈련, 달리기 모두 가능한 멀티 플레이어.

2. Fivefingers, 가장 맨발에 가까운 신발

가장 맨발에 가까운 신발이다. 하지만 사람마다 발가락 길이가 천차만별이라 잘 맞지 않을 가능성도 높고, 익숙하지 않은 느낌 때문에 오히려 어색해하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또한 달리기를 할 때, 평소 뒤꿈치를 먼저 디디는 방식의 달리기를 해 오던 사람에게는 굉장히 불편할 수 있다.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리긴 하지만 익숙해진 다음에는 다른 신발을 신기가 싫을 정도로 맨발의 자유와 편안함을 느낄 수 있다. 케틀벨 스윙이 들어간 WOD나 Cindy처럼 맨몸 훈련에 가장 적합한 신발이며, 중급자 이상의 달리기 훈련에도 매우 좋다.

3. Bare foot, 아웃도어를 위해 개발된 단단함

일반적인 런닝화 보다 훨씬 얇은 바닥과 가벼운 무게 덕분에 많은 크로스핏터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신발이다. 원래는 아웃도어용 신발로, 거친 노면을 달리기에 적합한 기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내구성이 뛰어나고, 단순한 런닝 위주의 훈련 뿐 아니라 대부분의 동작에 모두 준수한 성능을 낸다. 맨발에 가까운 신발이지만 발가락이 불편할 일은 없다.

4. Runner, 가볍지만 내구성도 약한

런닝화 이지만 바닥이 두껍지 않고 매우 가벼워 한 때 많은 크로스핏터들이 애용했었다. 리프팅 훈련에는 취약하지만 그 외 멀티플한 동작에서 준수한 기능을 낸다. 특히 달리기 훈련에서 가장 뛰어나다. 모델마다 다르지만 가볍고 통기성을 좋게 만들다 보니 갑피의 내구성이 약한 단점이 있다.

5. Nanos, 크로스핏을 위한 크로스핏에 의한

▲ 나노유폼, 2.0, 3.0 순서다.

첫 번째 모델인 나노 유폼은 최초로 크로스핏터들이 직접 제품 개발에 참여하여 탄생했다. 2011년 크로스핏게임에서 선수들에게 처음으로 보급 되었는데, 버피를 할 때 신발의 앞 코 부분이 닳지 않도록 내구력을 강화한 점, 지면이 느껴질 정도로 얇고 자유롭게 휘어지는 바닥 부분과 로프 훈련을 위한 신발 옆쪽의 아웃솔 강화, 그리고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해 넓어진 발볼 부분 등등 모든 면에서 크로스핏을 하기 위해 만들어진 하이브리드 신발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헤어드라이어를 사용하여 발등 부분을 자신의 발 모양에 맞게 성형할 수 있다는 점도 재밌다. 개인적으로 필자가 가장 좋아하는 모델이기도 하다. 하지만 슈레이스가 굉장히 잘 풀린다는 단점이 있다.

다음 해 두 번째 모델이 출시되는데, 기존의 나노가 좀 딱딱한 느낌이었다면, 훨씬 더 자유롭게 구부려지고, 통기성이 월등히 좋아 졌으며 또한 약간의 쿠션감을 느낄 수 있는 제품이다. 나노 시리즈 중 크로스핏터들이 가장 좋아하는 모델이다. 크로스핏 챔피언 리치프로닝이 늘 신고 경기에 나오는 모델이기도 하다.

2013년에 출시된 세 번째 모델은 현존하는 모든 신발 가운데 가장 크로스핏스러운 신발이라고 할 수 있다. 앞꿈치로 디디는 달리기 방식을 강조하는 크로스핏에 맞게, 신발의 앞쪽은 약간의 쿠션을 느낄 수 있고, 리프팅 훈련에 적합하도록 뒤쪽은 딱딱하다. 갑피에 고무 케이지를 만들어 통기성과 내구성을 모두 강화 한 점도 특징이다. 나노 시리즈의 첫 번째 두 번째 모델을 결합한 형태 같아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굳이 단점을 찾아내자면 단단한 앞코 덕분에 너무 꼭 맞는 사이즈를 선택할 경우 발가락이 불편할 수 있다.

The Lifter, 올림픽 리프팅 슈즈를 아시나요?

쿠션이 좋고 가벼운 운동화만이 비싸고 좋은 운동화라고 생각해 왔다면 당신은 올림픽 리프팅 슈즈라는 것이 있다는 것조차 몰랐을 것이다. 물론 맨발 느낌의 신발이나 나노를 신고 리프팅이건 뭐건 다 할 수는 있다. 챔피언인 리치프로닝 조차도 이 전에 모든 경기에서 나노를 신고 우승했었고, 공식 인터뷰에서도 리프팅 슈즈는 필요 없다고 말했던 적이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리프팅 슈즈는 분명 위에 언급한 신발들이 제공할 수 없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 리치프로닝도 결국 올해 경기에서는 결국 리프팅 슈즈를 신게 된 이유가 분명히 있다는 얘기다.

▲ 리프팅슈즈는 필요 없다고 말하던 리치프로닝. 결국 올해는 신고서 경기를 했다.

리프팅 슈즈에는 모두 발등에 스트랩이 달려 있는데, 이것은 바닥을 안정적으로 밀어내기 위함이다. 앞으로 밀리지 않게, 그리고 특히 옆으로 바닥을 밀어내는 것은 엉덩이 관절을 더 활성화 해주게 되고, 이것은 더 많은 힘을 생산해 낸다. 맨발형 운동화들은 이러한 지지력을 제공해 줄 수 없다.

가장 큰 특징은 뒤꿈치가 높고 바닥이 딱딱하다는 점이다. 모든 리프팅 슈즈는 0.5~1인치 가량 뒤쪽이 높은데, 이것은 발목 관절의 가동성을 덜 쓰도록 보상해 주는 역할을 한다. 고작 1인치에 불과하지만 이 높이로 인하여 정강이와 무릎, 허벅지의 각도에서부터 상체의 각도까지 리프팅을 할 때 굉장히 많은 변화를 준다. 이 느낌을 알고 싶다면 집에 있는 아버지 구두를 가져와서 백스쿼트나 오버헤드 스쿼트를 해 보면 된다. 상체가 훨씬 더 똑바로 서게 되고 깊이 앉는 것이 전 보다 편안하게 느껴질 것이다. 또한 쿠션은 전혀 없고 바닥은 구두처럼 딱딱하다. 이것은 지면을 밟고 밀어내는 동안 더욱 중심을 유지하기 쉽게 만들고, 또한 안정적인 리프팅을 가능하게 만들어 준다

전문 역도화(Lifting specialist)와 가벼운 리프팅 슈즈(Hybrid Lifter)

전문 역도화는 말 그대로 스쿼트, 클린, 스내치에 특화 되어 있는 신발이다. 딱딱하고 휘어지지 않는 바닥과 단단한 갑피, 그리고 스트랩은 바닥을 강하게 밀어내고 안정적으로 착지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최근에 출시되는 역도화들은 예전에 비해 조금 더 가벼움을 모티브로 하고 있지만 여전히 점프나 달리기를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 하지만 올림픽 리프팅 훈련에 있어서 이 신발들 보다 좋은 성능을 내는 신발은 없다.

사진에 나와 있는 신발들은 현존하는 가장 가벼운 리프팅 슈즈라고 할 수 있다. 전문 역도화와 같은 기능으로 뒤축을 안정적으로 지지해주며, 스트랩이 있어 발이 밀리지 않는다. 거기에 더해, 크로스핏용 역도화답게 다른 기능들도 들어가 있다. 기존의 역도화들과 달리 앞 축이 자유롭게 휘어지기 때문에 짧은 거리 정도의 달리기가 가능하며, 줄넘기나 박스점프까지 편하게 수행할 수 있다. 전문 역도화가 리프팅에만 특화되어 있다면 이러한 신발들은 WOD를 할 때 여러 가지 동작들을 함께 수행할 수 있도록 만들어 진 것이 특징이다. 가볍고 잘 휘어진다는 점이 다른 역도화와 비교했을 때 장점이 될 수도 있고 단점이 될 수도 있으나, 크로스핏 훈련을 함에 있어서 역도화를 신고 줄넘기 까지 할 수 있다는 점은 기발한 아이디어가 아닐 수 없다. 이 신발을 신고 운동한다면, 리프팅과 다른 동작이 섞여 있는 훈련을 할 때 굉장한 성능을 제공할 것이다.

기본적으로 크로스핏을 할 때 필요한 신발 위주로 몇 가지 장비들을 나열해 보았다. 그 외에도 손목 스트렙, 무릎 보호대, 장갑, 니삭스 그리고 벨트라던가, 보드쇼츠, 타이즈, 그리고 크로스핏 이미지가 멋지게 프린팅 된 티셔츠 같은 것들도 구매리스트에 올려볼 만하다. 어떤 스포츠는 굉장히 많은 돈이 들기도 한다지만 크로스핏은 별로 그렇지 않다. 훈련에 대한 기분 좋은 동기를 얻고, 거기에 더해 자신의 기록도 갱신 한다면? 약간만 투자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스포츠를 취미로 시작할 때, 어떤 사람들은 장비를 먼저 가득 사 놓고 시작 하는 경우가 있다. 물론 이런 소비가 누군가에는 유의미한 동기부여가 되기도 하지만, 대체로 장식품 신세가 되어 버리는 경우도 많다. 어떠한 장비가 필요 하느냐의 문제는 개인의 레벨과 취향에 따라, 또는 목표에 따라 다르다. 처음 크로스핏을 시작하는 사람이 벌써 신발부터 사려고 할 필요는 없다. 우선은 자신의 스킬과 피트니스레벨을 올리는 데 집중하면 된다. 초보 티를 벗고 이제 훈련이 익숙해질 무렵 우선은 미니멀 신발을 구매하는 것을 고려 해보고, 이 때가 되면 테이프 같은 보호 장비들도 하나 둘씩 나에게 어떤 것이 필요한지 알게 될 것이다. 그 시기가 지나 매일매일 WOD에 온 몸을 내 던지고, 조금 더 잘해보고 싶고, 언젠가 대회 출전 까지 생각하게 된다면 그 때는 리프팅 슈즈를 구매하는 것까지도 생각 해 볼만하다는 얘기다.

언제나 중요한 것은, 이런 장비들을 사기 전에 지금 자신이 정말 장비가 필요할 정도로 지속적으로 훈련을 하고 있는지가 먼저이다. 또한 그저 멋내기 용이 아니라 내가 더 훈련을 열심히 할 수 있도록 도와줄 장비인지, 나의 스킬레벨과 기록을 더욱 올려줄 것인지, 그리고 부상에 대한 위험을 줄여줄 것인지를 우선 고려해 보아야 하는 것도 분명하고 말이다.

이근형

리복 크로스핏 마스터 트레이너로 크로스핏 박스 ‘투혼’의 대표.
아시아에 단 3명 뿐인 국내 유일 크로스핏 레벨2 자격 보유자이다.
한국에 크로스핏을 소개한 그를 국내 크로스피터들은 '조상님' 혹은 '두목'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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