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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링캠프’ 한지혜, 당당함과 불편함 사이[블로그와] 톺아보기
meditator | 승인 2013.10.01 13:50

지인을 만났다. 때가 입시철이다 보니 자연스레 이야기는 대학 입시에 관한 걸로 흘렀다. "괜히 연고대 높은 과 갈 필요가 없어. 차라리 그 성적이면 서울대 낮은 과 가는 게 나아. 요즘은 복수전공 제도가 있어서 경영학과 복수 전공으로 하면, 들어갈 때는 별 볼일 없는 과라도 나올 때는 서울대 경영학과야.“

이 말에는 우리 사회의 왜곡된 사회적 인식들이 담겨 있다. 속칭 SKY라고 하는 곳 중에서도 서울대가 최고요, 서울대에서도 경영학과가 최고요, 소질과 소망이 중요한 게 아니라 그저 아무 과라도 좋으니 서울대 문턱에 들어서서 경영대를 복수 전공하면 우리 사회에서는 위너가 될 수 있다는 등등의 생각 말이다.

이 말을 들은 아들은 ‘서울대가 뭐 그렇게 좋다고?’라며 회의적인 혹은 철모르는 반문을 한다. 하지만 그러던 아들도 <힐링캠프>에 나온 한지혜 씨가, 남편감이 서울대 출신에 사시를 한 번에 통과하고 평창동에 집이 있다는 소리에 단번에 만나기로 결심했다고 이야기하자 대번에 그런다. '난 루저네'.

물론 한지혜 씨의 남편이 서울대 공대 출신으로 사시를 한번에 통과했으며 현직 검사라는 사실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런 사실을 다루는 한지혜 씨의 태도와 그 이야기를  유도하는 <힐링 킴프>의 태도는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

   
 
<힐링캠프>는 말 그대로 힐링을 시켜주겠다는 예능이다. 그 힐링의 대상은 출연하는 게스트이기도 하지만, 그 출연자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시청자들도 포함된다. 하지만 가끔은 그 지점에 혼돈을 가져오곤 한다.

한지혜 씨는 남편의 스펙만 보고 만나보겠다고 한 게 사실이니까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하지만, 굳이 그걸 꼬집어 이야기의 주제로 부각시킨 책임은 제작진에게 있다. 한지혜 씨 이전에도 종종 <힐링캠프>에서 이경규 씨가 '서울대' 참 좋아한다는 언급이 자주 나왔었다. 하지만 텔레비전을 보는, <힐링캠프>의 시청률을 책임지는 다수의 사람들은 참 좋은 서울대를 나오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게 '믿음'이라고 했지만 김제동조차 그 말이 믿기지 않는다 할 만큼 남편의 스펙이 한지혜라는 연예인의 결혼 결심에 중대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사실과, 그 이전 회 문소리의 남편인 장준환 감독이 결혼할 때까지, 심지어 결혼한 이후에도 비닐 옷장을 애지중지했다는 사실은 똑같은 사실임에도 보는 사람들의 마음에 전해지는 파장이 다르다.

문제는 <힐링캠프>의 반응이 전혀 힐링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문소리 씨 남편의 비닐 옷장에 대해서는 뭐 그런 이상한 사람이 다 있어? 요즘도 그런 걸 써?라는 식의 우스개로 치부해 버렸다면, 한지혜 씨 남편의 이야기에는 갖은 호들갑을 다 떨면서 마치 한지혜 씨가 사시 합격에 검사라도 된 것처럼 대우해 준다. 그 반응에 한지혜 씨의 얼굴을 더 밝아지고 더 당당해진 것 같다면 그저 보는 사람의 착각이었을까.

좋은 걸 좋다고 말하니 솔직하다고? 이러니 엄마들이 목숨을 걸고 아들 자질과는 상관없이 서울대에 들이밀려고 하고, 아들이 대학에 입학한 걸 엄마가 대학이라도 간 것 마냥 콧대를 세우게 되는 것이다. 서울대 못 갔다고 루저를 만드는 건 사회의 무섭고도 왜곡된 인식이다. 그런데 <힐링캠프>는 '솔직함' 혹은 '당당함'이란 이름으로 이를 조장하고 있다. 심지어 고등학생들이 이미 수시 1차 결과의 고배를 마시고 고개를 떨구고 있는 이 시점에 말이다.

   
 
게다가 한지혜 씨의 경우 비단 남편과 관련된 언급만이 아니라, 드라마의 캐릭터와 관련된 언급으로도 세간의 평가를 오락가락하게 만들고 있다. 그리고 이미 일간지 등의 인터뷰를 통해 계속 화제가 되었던, '연기 대상을 노리고' 했다던 그 말을 어김없이 <힐링캠프>에서도 또 했다.

연말이 돼서 그녀가 연기 대상을 받고 못 받고는 그 다음의 문제다. 그녀의 연기 대상을 노린 캐릭터 선정은, 앞서 스펙만 보고 남편을 만나기로 했던 그 사고와 연장선상에 있기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배우 개인이 어떻게 생각을 하든 그건 그 사람의 자유이다. 하지만 그녀의 생각이 밖으로 흘러나와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지고, 혹시나 그녀를 좋아하는 그녀보다 어린 사람들에게 영향을 준다면 그 경우는 다르다.

그래도 남편은 스펙을 보고 고르고, 극 중 캐릭터는 상을 받을 목적으로 골라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게 사실이라도 혼자 생각하면 그뿐, 입 밖으로 '나 자랑이요'하면서 떠들 거리는 더더욱 아닌 것이다. 원컨 원치 않건 이는 공인으로 대접받는 자의 도리다. 하지만 어느덧 우리가 사는 세상은 속물로 살아가는 걸 당연스레 여길 뿐만 아니라 심지어 조장하기까지 한다. 솔직함을 가장한 '속물편향주의'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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