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이 뭔지, 우리의 수많은 청춘들은 턱없이 비싼 등록금 때문에 졸업하자마자 부채를 떠안아야 한다고들 말한다. ‘짓’의 여대생 연미(서은아 분)가 호스티스로 내몰린 것도 고액 등록금 때문이다.
하지만 연미가 호스티스로 내몰린 데에는 고액 등록금만 탓할 수는 없다. 의붓오빠라는 사람은 연미가 돈을 만질 만하면 연미의 집을 찾아가서 돈을 빌린다는 명목 아래 빼앗기만 하니, 언덕 위로 바위를 올려놓아도 떨어지고야 마는 시지프스의 바위 마냥 돈을 벌어도 절대로 자기 돈이 될 수 없는 비애를 가질 수밖에 없다.
운명은 얄궂은 걸까. 연미의 스폰서인 동혁이 알고 보니 연미가 다니는 대학교 교수인 주희(김희정 분)의 남편이니 말이다. 주희는 남편 동혁의 다른 여자가 자신의 제자라는 사실에 경악하고, 아르바이트를 빌미로 연미를 주희의 집으로 끌어들인다. <끝과 시작>처럼, 본부인과 내연녀의 한 지붕 아래 동거가 시작된다.
스승과 한 지붕 아래에서 지내기 시작하면서부터 연미의 잘못된 바람이 꿈틀대기 시작한다. 연미는 경제적으로 낙오된 계층이다. 반면 주희는 대학교수라는 안정된 사회 경제적 지위를 갖고 있다. 의붓오빠의 끊임없는 횡포로부터 벗어나려면 동혁이 제공하는 수표만으로는 궁극적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연미의 욕망으로부터 올라서려는 자와, 자신의 지위를 탐내는 연미로부터 지키려는 자 주희라는 여자와 여자의 전쟁이 시작된다. 동혁이라는 남자의 성적 욕구가 연미를 내연녀로 만들었다면, 연미의 신분 상승 욕구는 스승의 경제적인 지위를 탐내는 지경에까지 다다른다.
여성의 어린 몸을 탐내던 남자의 욕망은, 다른 여성의 경제적인 지위를 탐내는 여성의 욕망으로 전이되고 변형된다. <짓>은 한 사람의 욕망이 다른 이에게 어떤 방식으로 변형되어 표출되고 다른 형태의 변형으로 다다르는가를 보여주는 욕망의 이중주다. 동혁의 욕망이자 동시에 연미의 욕망이라는 이중주이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