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전 9시 열린 YTN 임시 주주총회에서 1분여 만에 구본홍 대표이사 선임 안건이 기습적으로 통과된 데 대해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위원장 박경석)가 "주주총회 원천 무효"를 선언했다. YTN지부는 신속하게 법적 절차를 밟아 이날 주주총회의 위법성을 밝히겠다는 계획이다.

▲ YTN은 17일 오전 9시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구본홍 대표이사 선임 안건을 통과시켰다. 용역 직원들이 노조원들을 제지하고 있는 가운데 김재윤 의장과 일부 대주주들이 황급히 퇴장하고 있다. ⓒ송선영
YTN 노조 "사측, 주주인 조합원들 주주총회 입장 제지"

이날 주주총회는 공식적으로 오전 8시30분부터 주주들의 입장을 허용했다. 우리사주를 보유한 YTN 조합원뿐만 아니라 대주주들도 신분 확인 절차를 거친 뒤 입장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일부 대주주들은 오전 8시 이전에 입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오전 8시30분 이후에도 사측이 고용한 용역직원들은 우리사주를 보유한 YTN 조합원들의 주주총회 입장을 제지해 무력 충돌을 빚었다. 이에 일부 조합원들은 적법한 주주 확인절차를 거치지도 못한 상태에서 주주총회에 참여해야 했다.

주주총회 시작 후 노조원들이 거세게 항의하는 상황에서, 김재윤 의장은 주주총회를 강행했다. 총회에 참석한 노조원들에게는 제청, 동의 절차를 묻지 않은 채로 용역직원들의 보호를 받고 있는 일부 대주주들에게만 의견을 구해 진행·처리했다.

박경석 위원장 "불법 과정에 대한 법적 책임 물을 것"

YTN지부 박경석 위원장은 이에 대해 "주주총회가 상식선에서 진행되지 않았다. 이러한 주주총회 결과를 막지 못한 점이 눈물 난다. 그렇지만 오늘로서 주총에 대한 법적 마무리가 된 것 같다"며 "주총 과정에서의 불법 과정을 철저히 밝혀내, 이번 결과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이어 "이 자리를 함께해주신 시민분들께 감사드린다. 이미 대주주들은 자리를 떴다. 더 이상 이 자리에 있는 것이 결말을 뒤집기에 역부족인 것 같다"며 "새로운 투쟁 시점을 알릴 때 함께 힘이 되어달라"고 부탁했다.

노종면 YTN지부 조합원은 "주주총회장 안에(용역직원들의 제지선 안 쪽 의장석 부근) 홍상표 보도국장과 진상옥 경영기획실장이 보였다"고 밝히며 "언론인으로서 소명을 저버린 책임을 물어 반성할 수 있도록 요구해야 한다. 경영기획실장과 보도국장실 앞에서 집회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 YTN 조합원들. 일부 조합원들은 울고 있다. ⓒ송선영
현덕수 전 위원장 "YTN 조합원들의 주주권리 침해"

우리사주조합장인 현덕수 전 YTN노조위원장은 "오전 8시30분부터 사측은 우리사주 조합원 모두에게 주주 여부를 확인하지 않은 채로 회의를 강행한 탈법행위를 했다. 또 주주총회 안에서는 용역 직원들을 동원해 단상을 점거했고 그 안에서 의장이 주주총회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안건에 대한 제청과 동의 과정을 조합원들에게 묻지 않았다"고 비난했다.

이어 그는 "결국 일단 의장이 안건을 상정한 후에 뒤에서 따로 안건을 처리하겠다는 것 아니냐. 이러한 행위는 주주를 많이 보유하고 있든, 적게 보유하고 있든 여부를 떠나 YTN 조합원들의 주주로서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 조합원은 지난 14일 주주총회 연기와 관련, "당시 주주총회의 법적 요건을 성립하기 위해선 의장의 목소리를 녹음해야 하는데 준비가 되지 않아 사측이 당황했다. 그래서 서둘러 임시 주주총회 연기를 선언한 것 같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오늘 김재윤 의장이 거의 들리지 않은 작은 목소리로 주주총회를 진행한 것도 녹음만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YTN 조합원, 선배들 향해 울분 "당신, 내가 존경하는 선배 맞습니까?"

▲ YTN 최기훈 조합원이 선배들을 향해 울분을 표하고 있다. ⓒ송선영

한편 주주총회에 참석한 조합원들은 용역직원들의 보호 저지선 안에 있던 일부 회사 선배들을 강력히 비난했다. 이들은 주주총회장에서 용역 직원들과 조합원들이 거칠게 몸싸움을 벌이는 모습을 보면서도 회사 선배들이 말리기는커녕 용역 제지선 안 의장석 부근에서 그저 자신들을 지켜보고 있었다는 점에 분노했다.

"당신, 내가 존경하는 선배 맞습니까? 이러면서 저에게 기자정신 가르쳐 주셨습니까? 앞으로 우리들과 어떻게 지낼 겁니까? 앞으로 저희들과 어떻게 지내려고 이러십니까?"

"아무리 지켜야 할 자리가 있어서 하수인이 되었다하더라도 같이 일하는 후배는 무섭지 않고 사장 구본홍씨는 무섭습니까? 후배들이 깡패들과 싸우는데 왜 선배는 지켜만 보고만 계십니까? 이게 뭡니까 도대체!"

조합원들은 저마다 홍상표 보도국장과 진상옥 경영기획실장 등을 거론하면서 울분을 터뜨렸다. 현장을 취재하던 기자들 일부도 눈물을 흘렸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