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18일 방송위원회 전체회의를 거쳐 국회에 제출된 'TV 수신료 인상안'이 소관 상임위인 문화관광위의 제대로 된 논의 절차 한 번 없이 표류되고 있다.

지난 8일과 9일 국회 문광위에서는 'TV 수신료 인상안'이 검토됐으나 한나라당 의원들의 상식 이하 수준의 반대로 안건이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은 "수신료가 문제가 되는 건 한나라당과 많은 국민이 KBS 사장으로 인정하지 않고 있는 정연주 씨 때문"이라며 "27년된 숙제를 대선 기간 중에 들고 나온 의도가 불순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정연주 사장은 국회의원들이 제 손으로 만든 방송법의 적법한 절차를 거쳐 임명됐다. 정해진 절차에 따라 임명된 사장은 법이 정한 권한과 책임을 행사하면 그만인 것이다. 'TV수신료 인상안' 역시 방송법의 절차에 따라 이사회의 의결(07. 7. 9.)과 방송위원회의 의견서 첨부(07. 9.18.)를 거쳐 국회에 제출된 것이다. KBS이사와 방송위원회 또한 여당과 야당의 정치협상을 통해 적법하게 선출된 이들이다. 남은 것은 법에 정한 순서에 따라 소관 상임위인 문화관광위원회가 이를 검토하고 본회의에서 가부 여부를 의결하면 되는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한나라당이 '정연주 사장이 싫다'는 이유로 상임위에 안건 상정조차 거부하고 있다. 수권정당이라고 자임하는 공당에서 이런 유치한 논리와 발상이 나올 수 있단 말인가? 공당이 특정 인물의 정치적 호·불호에 따라 수신료 인상안 상정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발언은 KBS가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적이어야 한다는 헌법 원리와 방송법상 원칙에 치명적 위해를 가할 뿐만 아니라 재원의 불안정성을 초래하여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성을 저해하는 행위다,

수신료 인상 시기의 부적절성을 언급한 최구식 의원의 발언 또한 무지의 소치다. 이번 수신료 인상안의 추진은 대선기간에 맞춰 기획된 것이 아니고 이미 3년 전부터 추진된 것이다. 현재 디지털 전환과 맞물려 있는 KBS의 재정은 이미 심각한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 수신료 인상에 관한 문제는 국가적 과제인 디지털 전환과 공영방송의 공적기능 확대하는 본연의 책무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옳다. 명백한 이유 없이 수신료 인상안을 대선 이후인 내년 2월에 처리할 수 있다는 한나라당의 주장이야 말로 오히려 불순한 의도를 가지고 '수신료 인상안'을 다루고 있다는 증거다.

국회에 제출된 안건을 심의하고 의결하는 것은 국회의원이 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의무다. 이번에 제출된 'TV수신료 인상안'의 국회 상정은 한국의 방송 현황과 미래에 대해 거시적이고 종합적인 토론과 해결 방안을 제시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자신의 기본적 의무를 해태하고 안건 상정을 빌미로 대가를 요구하거나 이를 미루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이자 대의민주주의의 근간을 부정하는 짓이다.

수신료 인상은 KBS의 독립성과 공영성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다. 공영방송의 수신료 재원은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과 자본으로부터의 독립을 통해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고 방송의 공적 기능을 강화해 국리민복을 실현하려는 공공의 합의이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한나라당은 소아병적 발상에서 벗어나 'TV 수신료 인상안'의 국회 상정을 즉각 처리하라.

2007년 10월 12일

KBS 경영협회, 기술인협회, 기자협회, 방송그래픽협회, 방호인협회, 설비협회, 아나운서협회, 업무협회, 여성협회, 전력기술인협회, 전문인협회, 전환협의회, 조명협회, 지원협회, 촬영감독협회, 카메라감독협회, 카메라기자협회, PD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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