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방송된 <SBS스페셜>은 ‘총체적 사기’임이 드러났음에도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4대강 사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시청자들은 MB정권의 문제점이 총집합된 ‘4대강 사업’을 작심 비판한 SBS스페셜에 대한 호평을 보내면서도, ‘더 이상 뒤늦은 보도는 보고 싶지 않다’며 쓴소리를 했다.

▲ 29일 방송된 SBS스페셜 '4대강의 반격' (화면 캡처)

<SBS스페셜> 물은 누구의 것인가 1부 ‘4대강의 반격’은 가을이 성큼 다가온 9월에도 여전히 심각한 녹조를 보이는 낙동강을 비추며 시작한다. 녹조의 주범인 남조류는 인체에도 작용하는 독소를 생성시키는데, 100도씨에서 끓여도 독이 파괴되지 않는데다 해독제조차 발견되지 않아 몹시 위험한 독소로 꼽힌다.

1996년 브라질의 한 병원에서 일어난 집단 사망 사고는 우리도 남조류의 위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경고한다. 이들 역시 남조류가 있는 저수지를 수돗물 원수로 쓰다 변을 당했기 때문이다. 선선해진 가을에도 수상 레저 활동을 자제해야 하는 수준으로 번진 녹조의 ‘역습’에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별로 없다.

문제가 되는 것은 낙동강만이 아니다. 4대강 사업 이후 물고기 떼죽음 사태가 3차례나 나타난 금강의 상태도 심상치 않다. <SBS스페셜>이 입수한 ‘충남 수자원종합계획 수립용역 자문회의(2013. 8.)’ 문건에 따르면 금강의 암모니아 검출량은 5달 동안 기준치를 넘어섰고, 발암물질 및 청색증 발생 우려가 있어 상수원수로는 사용이 곤란한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 장밋빛 청사진을 그렸던 4대강 사업은 오히려 강을 오염시키고, 농민들을 시름에 빠지게 한 원인이 됐다. 사진은 금강이 암모니아 검출량이 기준치를 넘어 상수원수로 쓰기 곤란하다는 내용이 담긴 보고서 (화면 캡처)

낙동강 민물 어부인 이제창 씨는 지금의 낙동강을 보며 “물이 흘러야 강인데… 이게 강이 아니구나”라고 탄식한다. 그는 “(4대강 사업 전에는) 1주일 정도 만에 (녹조가) 형성됐다 소멸해 버렸다”며 “4대강 공사 진행 2~3년 전으로만 돌아가도 숨쉬면서 일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털어놓는다.

칠곡보 상류 농민들도 ‘4대강 사업 피해’로 절규한다. “하늘 비가 그렇게 쏟아져도 물이 잘 빠졌던 땅”은 이제 “비가 안 와도 물이 질질질질 나는” 땅으로 변해 버렸다. 열매도 못 맺는 콩을 보는 농민들은 깊은 근심에 빠져 있다. 창녕 합천보 상류에서도 농민들의 피해는 이어진다. 4대강 사업 이후 마을 옆 낙동강 수위가 높아져 수박은 아주 작게 자라거나 아예 썩어버리기 때문이다.

과거 공사로 인한 피해뿐 아니라, 현재 진행형인 4대강 공사 내용도 있었다. <SBS스페셜>은 8,300억원이 투입되는 영주댐 공사가 이루어지고 있는데, 이 공사가 홍수조절 편익보다 '수질 개선'을 우선시해 기존 다목적댐 공사와는 다른 이상한 목적으로 지어지고 있다고 밝혔다.

‘총체적 부실’ 드러났는데도 누구도 책임지지 않아

<SBS스페셜>은 4대강 사업 이후 강이 얼마나 제 모습을 잃었는지 상세하게 보여주는 한편, 이 같은 사업을 적극 추진했던 책임자들의 ‘뻔뻔한’ 과거와 현재를 조명하는 데 집중했다.

이날 방송분에서 가장 많이 등장하는 인물은 스스로 ‘4대강 전도사’를 자처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다. 대선 후보 때부터 대운하 사업을 공약으로 내걸었던 이 전 대통령은, 국민 반발을 무시한 채 사실상 운하 사업인 4대강 사업을 밀어붙였고, 이 과정에서 국민들을 설득하기 위한 장밋빛 청사진 발언을 자주 했다. 정종환 전 국토해양부 장관, 이만의 전 환경부 장관, 심명필 4대강 살리기 추진본부장 등 4대강 사업의 주요 책임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방송에 거론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4대강 사업 관련 발언은 면면이 화려해 보인다.

“제대로 기본적으로 강을 정비하고 복원을 시켜놓으면 홍수 때 피해를 입지 않을 것이고…”
“지금 정부가 21세기에 대한민국의 이 수준에서 보를 만들어 가지고 수질이 나빠지는 걸 그걸 계획을 세워서 그걸 일이라고 한다고 하겠습니까”
“세계에서 생태계 관광을 유일하게 할 수 있는 대한민국을 만들겠습니다”

▲ 이명박 대통령은 대국민연설을 통해 대운하 사업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했으나, 곧이어 '홍수 예방'을 목적으로 한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본인의 꿈을 이뤘다. (화면 캡처)

단군 이래 최대 규모라는 사업은 환경영향평가, 예비타당성 조사, 문화재 조사 등 대부분의 절차를 일사천리로 통과했고 계획에 착수한 지 2년 만에 공사까지 끝났다. 불도저 식으로 진행된 사업에서 부작용이 없을 리 없었다. 하지만 숱한 문제제기에도 4대강 책임자들의 답변은 짜 맞춘 듯 비슷했다.

2009년 국감 당시 이만의 전 환경부 장관은 “환경영향 평가를 안 하는 게 아니라 절차를 줄이는 것이다. 저도 역사적으로 심판받을 각오를 하고 제 임무에 임하고 있다”고 응수했다.

지금까지도 ‘당당한’(?) 태도를 유지하는 이들도 있었다. 정종환 전 국토부 장관은 ‘물이 계속 썩고 있다’는 지적에 “썩고 있다는 것은 근거를 갖고 얘기해야지, 우리가 확인한 바로는 전혀 아니다. 수질이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고, 심명필 전 본부장은 “4대강에 참여한 사람이 굉장히 많은데 이 사람들이 모두 거짓말하면서 사업에 참여할 수는 없지 않나. 그래서 운하라는 건 있을 수 없는 얘기”라며 ‘4대강=대운하설’을 반박했다.

<SBS스페셜>은 4대강 사업이 곧 대운하라는 사실을 밝힌 한 연구원의 양심고백과 건설기술연구원 직원의 증언을 통해 이 같은 ‘일사천리 진행’에는 정부의 엄청난 압박이 있었음을 강조했다. 전문가들 또한 ‘정부는 4대강 사업의 진실을 알았을 테지만, 공개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입을 모았다. 올해 7월 감사원은 “당시 대통령실 요청에 따라 기후 변화 대비와 함께 추후 운하 추진에 지장이 없도록 당초 계획에 비해 준설 및 보의 설치규모를 확대했다”고 밝혔다.

“4대강의 역습은 이명박 정권 때 방송됐어야 할 내용”

<SBS스페셜>은 이날 방송에서 ‘4대강에 침묵했던 언론’을 비판하기도 했다. 권력을 견제하는 최후의 보루 역할인 언론도 제대로 된 감시를 못했다는 자성이었다. 하지만 말미에 잠깐 언급되는 수준이었고, 분량도 짧았다.

‘4대강의 반격’을 본 시청자들은 <SBS스페셜>이 중요한 내용을 다뤘다며 주변인들에게 시청을 권유하는 등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면서도, 이제야 4대강 사업을 정면 비판한 언론의 행태를 비판했다.

“정종환도 나쁘고 이만의도 나쁘지만 제일 나쁜 놈들은 홍보기사 써준 기자들”, “왜 이런 프로그램이 진작에 만들어지지 않았을까. 4대강 재앙은 사전에 충분히 막을 수도 있는 일이었잖아”, “왜 진작 지금처럼 못 했나. 무서웠다고? 기자가? 방송이?”, “<SBS스페셜>은 강의 죽음보다 먼저 언론이 죽었음을 말하는 게 아닌가 하는 씁쓸함이 있다”, “그땐 몰랐나? 5년 쯤은 묵혀둬야 제대로 파악된 기사가 나오나? 참 과묵하다”, “언론도 학계도 다 책임 있는데 남 얘기하듯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정치적으로 권력자들이 왜곡해서 만든, 이 사회에선 생겨나지 말아야 했던 최악의 사업’, ‘총체적 사기’, ‘국토환경에 대한 반역이자 내란’… 전문가들이 밝힌 4대강의 추악한 민낯이다. 하지만 살아있는 권력을 두려워해 4대강 사업을 비판하고 견제하지 못한 언론도 기여한 바가 큰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다. 한 언론인의 지적처럼 ‘살아있는 권력을 추적해 진실을 폭로할 수 있는 언론이 필요한 시대’다.

▲ 전문가들은 4대강 사업을 두고 ‘정치적으로 권력자들이 왜곡해서 만든, 이 사회에선 생겨나지 말아야 했던 최악의 사업’, ‘총체적 사기’, ‘국토환경에 대한 반역이자 내란’이라고 평가했다.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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