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사람 속에는 또 누구나 천사가 살고 있다. 사랑하기 때문에, 또 그 사랑을 믿기에 자신의 무죄를 굳게 믿은 강유정은 안도훈 대신 일단 조사에 임하기로 한다. 공직자에게 이런 스캔들이 좋지 않다는 것쯤은 알 수 있는 나이기도 하지만 사랑하는 남자에게 흠이 가는 일을 내버려 둘 수는 없었을 것이다. 그쯤은 홍도야 우지마라 시대가 아닌 지금이라도 충분히 가능한 선한 마음씨다.
이제는 안도훈 스스로가 악마가 되는 길만 남았다. 사람은 스스로 양심에 거리낄 때 더 비정직해진다. 두려움을 느낄 때 잔인해진다. 자신의 잘못을 대신 짊어진 애인을 위해 순애보를 쓸 새 공책 한 권을 사야 할 때에 안도훈은 본능적으로 도망칠 마음의 준비를 하게 된다. 물론 아직 안도훈의 이성은 그런 감정의 도주를 모른다. 적어도 모른 체한다. 그도 그럴 것이 하필 이 사건에 얽힌 사람이 재벌2세이고, 정치권 실세의 딸이다. 그 딸이 또 문제다.
그런 신세연 앞에 잘 생기고 이상하게 만나지는 한 남자가 나타났다. 신세연에게도 이제 악마가 등장할 것이다. 이 악마는 그런데 조금은 매조키스트적인 놈이다. 노민혁에게 화가 나고, 또 자신에게 화가 난 신세연은 이 남자 안도훈에게 어떤 대리만족을 얻으려 할 것이다. 이 역시 사랑이 죄다. 사랑 때문에 사랑하지도 않을 남자를 바라보려고 하는 쓸쓸한 마음 역시 모두 사랑이 시킨 일탈이다.
한 남자 안도훈으로 인해 강유정과 노민혁 모두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다. 강유정은 안도훈을 잃고, 노민혁은 서지희와 세상빛도 보지 못한 자식을 잃었다. 아무리 실수라도 벌을 받아야 마땅한데 오히려 벌을 주고 앉아있다. 이 부조리를 깨뜨릴 강유정과 노민혁이 두 번째 사랑이라는 상을 받게 되기를 기대하라는 의미일 것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