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라디오스타>에는 예능 최초로 일반인인 송호준이 초대되었다. 이날의 <라디오스타>의 게스트는 장동민, 신봉선, 크리스티나 등으로 '왜 저래?' 특집이었다. 한마디로 일반인들이 보기엔 '돌아이'로 보이는 이상한 사람들 특집이다.

특집 제목 '왜 저래?'에서 짐작할 수 있듯, <라디오스타>는 게스트들의 다양한 면면 중에서 '왜 저래?'하는 측면에 초점을 맞추어 게스트들을 다루었다. 신봉선은 이제 나이도 들었으니, ‘드센 여자’라는 것 외에 다른 면이 부각되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밝혔다. 하지만 그녀가 새로 낸 노래 '브런치처럼'을 부른 짧은 순간 외에 신봉선이 자신의 소망대로 ‘드센 신봉선’ 외의 다른 면에 집중된 시간은 거의 없었다. 다른 게스트들도 거의 마찬가지였다.

일반인 송호준의 경우 ‘그가 누구인가?’라는 궁금증에서 시작해서, ‘왜 왜 저래? 특집에 나왔는가’로 이어지다 ‘홀로 인공위성을 띄운 이상한 사람’, 결국은 ‘인공위성을 띄우기 위해 그저 평범한 면티를 3만5천원에 팔려고 애쓰는 의류업자’로 결론을 맺었다.

물론 <라디오스타>의 말미 그날의 소감을 묻는 장면에서, 송호준은 자신을 영웅시하는 프로그이나 인터뷰에 대해 불만을 느낀다며, 이렇게 웃고 편하게 이야기하는 <라디오스타>가 좋았다고 소회를 밝힌다. 그런데 그 소감이 긴 시간 동안 촬영장이 아니라, 편집된 <라디오스타>를 보고도 여전히 이어질까?

<라디오스타>는 송호준의 인공위성을 과연 송호준의 인공위성이라 부를 수 있는가라는 부분에서 트집을 잡기 시작했다. 러시아에서 쏘아준, 겨우 본인은 30만 원을 들여 설비를 만든 걸 자신의 것이라 할 수 있느냐고 파고들었다. 그리고 그걸 만들기 위해 면티를 만들어 판 것을 두고, 그것이 더 좋지 않았느냐, 사실은 그게 더 본질이 아니냐는 식으로 몰아갔다.

물론 송호준의 소망대로, 그가 한 일을 심각한 시선이 아니라 가볍게 바라봐주는 것은 나쁘지 않다. 하지만 그것을 예능적으로 즐기는 것과, 그것이 가진 의미를 폄하하는 것은 다르지 않을까?

송호준은 자신을 작가라고 부른다. 인공위성으로 상징이 된 그의 작업은, 인공위성처럼 중요한 정보가 국가 등 권력기관에 편향되거나 집중되어 있으며 일반인들이 배제된 상황, 정보내셔널리즘을 비판하기 위한 일종의 퍼포먼스였을 것이다.

하지만 <라디오스타>의 진행자들은 그의 작업에 대한 이해에 앞서 그를 그저 '돌아이'로 몰아가기에 급급했다. 작가라고 하자 무슨 작가냐며 반문한다. 아마도 돌아가신 백남준 작가도 <라디오스타>에 출연했다면 그저 텔레비전을 가지고 뚱땅거리는 돌아이로 취급받았을 거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라디오스타>는 이제 현대 예술에서 중요한 장르로 자리잡고 있는 설치 예술, 혹은 퍼포먼스를 한낱 젊은 청년의 치기 이상으로 다루지 않는다.

아니 애초에 그런 장르에 대한 이해에 무지했다. 그러니 그가 인공위성을 쏘아 올리려 했던 의도, 크게 보자면 '정보의 민주화'로 이어지는 예술적 지향을 다룰 소양은 더더욱 없는 게 당연하다. 왜 카이스트 등에 소속된 사람들이 그의 시도에 한결같은 공감과 동조를 보내는지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저 무얼 가지고 웃길 것인가에만 급급했던 것이다.

애초 송호준이 <라디오스타> 출연을 결심했을 때는 그 자신이, 그리고 그가 한 일이 예능의 먹잇감이 될 거라는 각오를 가지고 나왔을 것이다. 즉 우스개의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웃음거리가 되는 데에도 수준이 필요하다. 그의 작업과 취지를 이해하는 선에서 보이는 웃음의 소재와 그저 뜯어 먹을 것 없나하고 달려드는 건 엄청난 차이를 낳는다.

비단 <라디오스타>만의 문제는 아니다. 사회적 문제 혹은 사안을 마주하는 예능은 대부분 한결 같이 단세포적인 반응만을 보인다.

24일 방송된 <화신>은 일본 방사능 오염과 관련하여, 방사능의 위험 때문에 생선 섭취를 줄이거나 먹지 않게 된다는 김지훈을 극성스런 사람으로 몰아갔다. 방송 말미에 여론 조사 결과 68%의 사람들이 김지훈처럼 줄였거나 안 먹는다는 생각을 보인 것과 달리, 24일 <화신>을 이끌어가는 엠씨들의 방사능 위험에 대한 인식은 딱 jtbc 뉴스9의 손석희 앵커로부터 '안일하다'는 평가를 받은 윤진숙 해양수산부 장관 수준이었다.

심지어 임창정은 일본 방사능 오염 수산물 등을 탄 음식에 빗대면서 마음 편히 먹겠다는 수준을 보였다. 비슷한 시기 일본 아이돌 그룹 멤버가 자국의 농수산물을 아끼겠다면서 1년간 후쿠시마산 음식을 먹다가 피폭된 뉴스가 보도된 상황에서, 김지훈의 생각을 과민하다 몰아가며 스트레스 받지 않고 먹으면 엔돌핀 때문에 건강이 나빠지지 않을 거라는 의견을 거르지 않고 내보낸 것은 무신경이라고 해야할지 무지라고 해야할지 모를 일이다.

사회적 문제는 연예인 개개인의 사생활과는 다르다. 그걸 연예인 가십거리 파내기와 동일한 방식으로 접근하면, 결국 그 사안이 가진 본질을 왜곡하거나 사안의 본질에 대해 눈을 감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송호준이란 사람을 인공위성을 빌미로 옷장사나 하는 돌아이로 몰아가거나, 김지훈을 방사능에 과민 반응을 보이는 건강염려증 환자로 몰아가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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