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히 일본드라마의 공습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정도이다. 2013년에 들어 <그 겨울, 바람이 분다>와 <직장의 신>, <여왕의 교실>에 이어 <수상한 가정부>가 한국 시청자에게 연이어 노크를 하고 있다.

<그 겨울, 바람이 분다>를 제외한 <직장의 신>, <여왕의 교실>과 이번에 선보이는 신작 <수상한 가정부>는 캐릭터 면에 있어 하나의 공통분모가 보인다. 인간미가 배제되다시피 한 여주인공 캐릭터이다. 이들 여주인공에게 있어 감정은 마치 불필요한 맹장이나 되는 듯 감정 표현을 극도로 배제하거나, 혹은 피도 눈물도 없어 보이는 냉혈한 같은 캐릭터를 표현하고 있다.

이들 리메이크 드라마 중 <수상한 가정부>는 앞에서 열거한 드라마로 말미암아 선도가 다소 떨어질 수 있다는 위험성을 갖고 있다. 지난봄 <직장의 신> 속 미스김(김혜수 분)을 접하지만 않았더라도 최지우가 연기하는 박복녀라는 캐릭터가 신선하게 다가올 수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미 미스김이 선구자 격으로 무표정한 얼굴의 슈퍼우먼을 탁월하게 소화했기에, 시청자들은 박복녀의 무표정한 슈퍼우먼 연기에서 미스김의 아우라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박복녀가 완벽한 가사도우미의 역할을 수행해 나간다는 설정 역시 미스김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미스김이 없었다면 비교 대상 없이 한드에서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독창적인 캐릭터를 구축했겠지만, 이는 순전히 후발 주자의 비애인 인듯하다. 반년도 안 되어 <직장의 신> 미스김의 아우라를 연상하게끔 만드는 박복녀가 탄생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수상한 가정부>는 <직장의 신>의 아우라에 갇혀 비교만 당할 것인가. <수상한 가정부>가 <직장의 신>과 달리 독창성을 발휘할 수 있는 지점은 은상철(이성재 분)의 네 자녀의 몫일 듯하다. 박복녀와 미스김이 슈퍼우먼 파워를 발휘하는 대상과 공간이 다르다는 점 말이다.

미스김은 위기에 빠진 사무실과 장규직을 구하고, 박복녀는 알라딘의 램프 속 지니처럼 은상철의 네 자녀에게 없어서는 안 될 원더우먼의 역할을 감당할 것이다. 다 큰 어른과 어린이라는, 혹은 사무실과 가정이라는 대상과 공간의 차이점이 존재할 것이다.

또 다른 차이점 하나 더, <직장의 신> 안에는 인위적으로 직조한 듯 보이는 캐릭터가 미스김 혼자만이 아니었다. 황갑득(김응수 분)과 깉은 몇몇 캐릭터를 제외하고는 하나같이 착한 캐릭터 열전이다. 무정한(이희준 분)은 입사동기 장규직(오지호 분)과는 달리 사내 분위기를 성과지상주의로 몰고 갈 줄 모르는 착한 상사이고, 정주리(정유미 분)와 고정도(김기천 분), 금빛나(전혜진 분) 역시 악한 구석이라고는 찾으려야 찾을 수 없는 착한 사원들이다.

하지만 <수상한 가정부>는 다르다. 은상철의 아내가 죽음을 맞게 된 일등 공신은 다름 아닌 그의 남편 은상철이다. 아내와 사별하자마자 직접 낳은 네 자녀를, 내연녀와의 사랑을 이루기 위해 버릴 것인가 말 것인가를 고민하는 파렴치한이다.

은상철의 아들 은두결(채상우 분)이라고 사정은 다르지 않다. 박복녀가 엄마의 유품을 불태우자 어른인 박복녀에게 서슴없이 손찌검을 하는 아이가 은두결이다. 두 남동생은 누나 은한결(김소현 분)의 등골을 빼먹을 작정으로 장녀인 누나를 도와줄 생각은 하지 못한다. 아버지 은상철을 비롯하여 그의 두 아들은 이기주의적인 행보를 거침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작징의 신> 속 미스김이 착한 캐릭터들 가운데서 슈퍼우먼이 되었다면 박복녀는 반대로 나쁜 남자들의 틈바구니 안에서 슈퍼 가정부 역할을 감내해야 한다. 이 점은 <직장의 신>과 <수상한 가정부> 속 두 여주인공이 감정을 탈색한 여주인공이라는 공통점을 보여주면서도 이들 주위의 구성원이 어떻게 다른가를 보여주고 있다.

<수상한 가정부>가 독창적인 면모를 발휘하고자 한다면, 은상철을 위시한 이들 불량 부자들이 박복녀로 말미암아 어떻게 개과천선하는가를 시청자에게 효율적으로 제시해야 한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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