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를 할 수 있다면 뮤지컬이든 영화든 장르를 가리지 않고 연기하고픈 배우가 있다. 오늘 소개하는 배우 최우리이다. <댄싱퀸>에서 잠깐이지만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최우리는 <리걸리 블론드> 이후 6개월가량의 공백기를 거쳐 <트라이앵글>로 관객을 다시 찾아왔다. 배우 최우리는 반년의 휴식 이후 어떤 모습으로 뮤지컬 팬들에게 다가서고 있을까. 배우 최우리를 대학로에서 만나보았다.

- 극의 전반부는 로맨틱 코미디 분위기지만 후반부 접어들면 진지한 모드로 변모한다.

“평소에 관객과 나눔이 있는 공연을 하고 싶었다. 그러던 차에 <트라이앵글> 대본을 보았다. 이 작품이 단순히 재미있거나 가벼운 작품만은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나 요즘 힘들어’라 하면 제 나이대의 여성은 구체적으로 표현하지 않아도 무엇 때문에 힘든가를 안다. 후반부 들어서서 진중해서 웃기는 부분이 줄어들어도 분명한 메시지를 갖고 갈 수 있다.”

▲ 사진 제공 이다엔터테인먼트
- 최우리 씨의 연기를 통해 관객에게 어떤 메시지를 부여하고 싶은가.

“<트라이앵글>은 세 명의 관계와 그로 인한 균형에 대한 이야기다. 엔딩곡에 천천히 가자고 이야기하는 노래가 있다. 느슨히 가지만 더 멀리, 더 높이 갈 수 있다는 노랫말이다. 힘들수록 아등바등 힘을 꼭 주고 놓지 않으려 하지만 달리지는 건 없다. 마음을 편안하고 여유롭게 가지고 지금 자신이 처한 어려운 상황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상황이 긍정적으로 바뀌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어려운 상황을 받아들이는 자세와 마음가짐이 달라진다. 이를 통해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고 성장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제가 생각하는 <트라이앵글>의 메시지는 아등바등하게 너무 꽉 잡으면 아무 소리도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상황이 바뀌는 것이 아니라 내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 좋지 않은 상황이 변하도록 꽉 잡는 것도 모자란데 자신이 바뀌어야 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려 한다면 최우리 씨의 이러한 의도가 관객에게 얼마만큼 전달이 가능할까 싶다.

“제 자신도 갖고 싶은 것이나 하고자 하는 것들에 대한 집착을 완전히 놓지는 못한 게 사실이다. 이루고자 하는 것도 많지만, 연기를 잘하고자 하는 저 자신의 욕심을 인정하지 않고 ‘오로지 관객만을 위해 연기한다’고 하면 이는 저 자신을 괴롭히는 거다.

하지만 ‘내 욕심이었어’라고 인정하면 보이지 않던 것도 보이게 되더라. 인생에서 고집하고 집착하고 얻으려 하는 것을 쉽게 놓기보다는 ‘이것을 갖고 싶어 하고 이루고 싶어 합니다’라고 인정하면 편해지는 것 같다. 버리라고 하기보다는 인정하고 ‘자기 자신을 사랑해 주세요’라고 답하고 싶다.”

- 연기를 시작할 때에는 보이지 않던 게 지금에 와서는 어떤 부분이 눈에 보일까.

“배우가 관객을 위해 연기한다고는 하지만, 관객을 위해 연기하는 걸 넘어 지나치게 혹사하느라 몸과 마음이 건강하지 않으면 관객을 위해 연기한다고 말하기가 쉽지 않다. 저 역시 그랬으니까. 저의 몸과 마음이 건강하지 않으면 관객이 행복하지 못하다는 걸 어느 순간부터 깨닫기 시작했다.

밝은 역할이든 슬픈 역할이든 배우가 건강한 몸과 마음으로 연기할 때. 자유롭고 행복한 상태에서 연기하는 것과 놓지 못하고 집착해서 아등바등하는 심리 가운데서 연기할 때에는 차이가 크다. 지금도 쉽지는 않지만 몸과 마음이 건강한 가운데 연기하고자 애쓰고 노력한다.”

- 관객이 어떤 반응을 보일 때 행복한가.

“공연을 보고는 ‘오늘 너무 우울했는데 공연을 보고 행복했어요, 혹은 공연을 보면서 제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았어요’할 때다. 몇 년 전에 <트라이앵글>을 연기하는 게 아니라 지금 제 나이대에 연기할 수 있다는 게 다행이다.

공연을 보는 관객의 나이대가 이십 대 후반에서 삼십 대 초중반이다. 이분들의 나이대가 지금 제 나이대와 비슷하기에 더욱 공감하고 사랑할 수 있다. ‘내 이야기를 하는 것 같아서 공감이 되었다’, ‘폭식증 이야기할 때 제 이야기 같았다’가 제가 연기하며 의도한 바였고 제일 행복한 답변이기도 하다.”

- <트라이앵글>은 70-80년대의 정서를 담는 노래들이 많다.

“대본에 있는 노래 제목만 보았을 때에는 무슨 노래인지 몰랐다. 대본에 있는 노래들을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하고 들어보았을 때 ‘아, 이 노래였구나’했다. 거의 다 아는 노래들이었다. 개인적으로 요즘 가요보다 심수봉, 신효범, 고 유재하 씨 등의 노래와 같은 옛날 노래를 더 좋아한다.”

- <리걸리 블론드>를 마치고 어떻게 지냈는지 궁금하다.

▲ 사진 제공 이다엔터테인먼트
“그동안 공연하며 공백기가 없었는데 처음으로 쉴 수 있었다. 예전 같으면 쉬라고 해도 쉬지 못했을 것이다. 푹 쉬어야 다음에 알찬 공연을 관객에게 보여드릴 수 있으니 쉬는 것도 복이라는 걸 깨달았다. 공연하느라 만나지 못한 사람들도 만나고, 앞으로 어떤 공연을 해야 할지, 어떤 배우가 되어야 할지 생각하는 계기도 갖게 되었다.

좋은 공연을 보러 다니면서 공부도 하고 나눔의 시간도 가졌다. 훌륭한 배우가 된다는 건 배우로서의 목표도 되지만 배우 이전에 건강하고 좋은 삶을 사는 사람이 되는 게 제일 먼저라는 걸 깨달았다. 이를 갖추기만 한다면 제 공연을 보는 관객에게도 좋은 영향이 흘러가지 않겠는가.

부족한 부분이 있지만 이를 억지로 채우려 하기보다는 먼저 좋은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배우는 좋은 건강과 정신, 마음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하는 직업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 전에는 이런 점을 잘 느끼지 못하고 공연을 보았는데 지금은 ‘건강한 몸과 마음을 가져야 배우를 하겠구나’하는 생각이 자주 든다.”

- <트라이앵글>을 공연할 때 관객의 특별한 반응이 있다면.

“공연을 감상하려고 친구 셋이 공연장을 찾았다. 지금 남자친구가 있는 친구와, 다음 달에 결혼을 앞두고 있는, 결혼을 앞두고 무산된 친구들이었다. 공연에서 외로움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이 있다. 그 장면에서 흑흑 살짝 흐느끼더라. 친구들의 반응을 보고 노래하다가 순간 울컥했다.

남자친구가 있는 친구는 결혼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로, 결혼을 앞둔 친구는 결혼하는 게 맞는 것일까를, 다른 친구는 내가 다른 남자를 만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면서 공연을 보다가 감정이 북받쳐 울컥한 것이다. 남자가 있으나 없으나 외로움이라는 정서가 세 친구에게 구구절절하게 와 닿은 덕이다. 톱스타도 외로움을 타고 우울할 때가 있다. 사회적으로 높은 사람도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있는 것처럼 사람의 외로움이란 채울 길이 없구나 하는 걸 느꼈다.”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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