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조와 시민단체들이 지역방송과 종교방송을 고사시킬 것이라며 정부의 민영미디어렙 도입 논의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가운데 민영방송 사장단이 한 자리에 모여 민영미디어렙 도입 문제를 논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금열 SBS 사장과 9개 지역민방 사장단은 지난 9일에 열린 간담회에서 민영미디어렙을 도입하게 될 경우 SBS가 지역민방에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를 논의했다는 것이다. 특히 하사장은 “SBS는 정부가 민영미디어렙을 도입할 경우 여기에 참여할 의사가 있다”며 지역민방의 협조를 요청했고, 지역민방 사장단은 SBS에 지금보다 수익이 나아질 것이라는 보장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SBS와 9개 지역민방 노동조합으로 구성된 민영방송노조협의회(의장 심석태)는 민방 사장단이 모든 언론, 시민단체들이 반대 입장을 천명한 민영미디어렙 도입을 놓고 사실상 뒷거래를 위한 흥정을 벌인 사실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무료 보편적 서비스로 공공성을 기본으로 하는 지상파 방송을 자본과 시장의 논리로 재단하고, 당장 눈앞의 매출신장으로 인한 이익에 급급한 민영미디어렙 도입 논의는 지역민방의 존재 자체를 위협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그동안 누차 지적해 왔다.

민영미디어렙이 도입되면 방송3사 등 메이저 방송사들은 광고매출이 크게 늘어나는 반면 지역방송 등 취약매체는 광고매출이 급감할 것이다. 민영미디어렙 도입 이후 3년째부터 이런 현상이 구체화된다는 게 방송광고공사의 시뮬레이션 결과다. 이는 재원 위기를 가속화시킴으로써 지역방송의 존립기반을 뿌리째 흔드는 상황을 가져올 것이다.

아울러 메이저 지상파 방송사들도 시청률 경쟁이 격화되는 것은 물론 광고주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면서 방송의 상업화와 저질화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결국 지상파 방송의 핵심가치인 공익적 기능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급변하는 방송환경 속에서 함께 상생할 수 있는 협력적 관계를 모색하고, 어떻게 하면 공공성과 공익성을 구현할지 고민해야 할 시점에서 민영방송 사장단이 민영미디어렙 도입 문제를 놓고 흥정을 벌인 것은 지역방송 종사자들의 기대를 저버리는 아주 부적절한 처신이다.

작금의 지역방송을 빗대 '풍전등화의 위기상황', '산소호흡기를 부착한 환자'에 비유하는 이유는 그만큼 지역방송에게 닥친 상황이 절박하다는 것이다. 공공재인 방송마저 경쟁과 자본논리로 접근해 약육강식의 정글법칙에 내맡긴다면 지역방송은 퇴출 도미노 현상에 직면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아무런 대책 없는 민영 미디어렙 도입으로 인한 지역방송의 공적기능 훼손을 저지하고 지역성․공공성을 유지하기 위해 현 방송광고공사의 공적기능을 위한 체제는 반드시 유지돼야 한다고 본다.

민영방송노조협의회는 지역방송을 고사 위기로 내몰 수 있는 정부 여당의 민영미디어렙 도입 계획이 철회될 때까지 끝까지 투쟁할 것을 다짐한다. 민방사장단도 이러한 민영방송 종사자들의 뜻을 정확히 알고 민영미디어렙 도입을 둘러싼 더 이상의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 우리는 정부의 민영미디어렙 도입 논의에 장단을 맞추며 지역민방 종사자들의 생존을 위협하려는 모든 세력에 대해 단호히 대처해 나갈 것임을 분명히 밝혀둔다.

2008년 7월 14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영방송노조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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