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동아일보 최영해 논설위원이 쓴 칼럼의 결을 최대한 살려 패러디한 것입니다. 일부 문장의 구성이 함량 미달로 읽히는 것은 원문의 낙후함 때문임을 밝힙니다.

아버지, 동아일보 논설위원이 된 지도 꽤 되셨네요. ‘기자질’이란 걸 하시며 이러저런 글 많이 써보셨겠지만 이따위 글은 정말 처음이에요. 아버지는 초등학교 5학년 소설 창작 교실에 들어가셔야 하나 봅니다. 논설위원이 되고 편집국에 드실 때 마다 오너 만나고, 다른 언론의 단독 보도들 보며 며칠씩 눈치 보셨던 적 많았죠? 진보와 보수, 아니 황색과 황색 아닌 한국 언론의 다양한 가치 속에서 동아일보는 참 독특해요. 아직까지도 동아일보는 전부 권력의 입장에서 말하면 돼 쉽게 입이 떨어지죠. 아버지는 추석 연휴 전날 칼럼을 안드로메다에 태우면서 “아버지처럼 훌륭한 사람이 되려면 한글을 개처럼 열심히 써야 한다”면서 한참 우셨어요. 진짜로 열심히 창작해서 아버지처럼 ‘어그로’를 끄는 사람이 될 거예요.

아버지, 그래도 오늘 건은 너무 하셨어요. 인터넷에서 우연히 아버지가 쓴 칼럼이란 걸 읽었어요. 보통 아버지 글은 읽고 싶지도 않은데, SNS에서 난리가 나는 통에 보고 싶지 않아도 볼 수밖에 없었어요. 아버지는 ‘동아일보는 현재의 상식과 인권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는 신문’이라고 했는데,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가요? 동아일보가 권력의 주구잖아요? 아버지는 박근혜가 대통령이 됐을 때 뛸 뜻이 기뻐했잖아요. 아버지도 나쁜 사람이지만, 최고짱이 대통령이 됐다고. 다른 언론도 무척 부러워하는 눈치라고.

아버지가 논설위원이 된 후 우리 가족은 사실 조금 피곤했어요. 지난해 겨울 대선에서 경합을 할 때 아버지가 줄을 잘못 서 사단이 나는 게 아닌가 조마조마했고, 대통령 바뀌고 여섯 달이나 살았는데 아직도 종편은 개판이잖아요. 하루하루 자본금 까먹으며 방송하는 게 불안하지만 그래도 아버지는 논설위원이라 월급은 꼬박꼬박 나오니 언론사 평판 같은 건 개나 줘버리고 밥이나 먹고 살면 되는구나 하는 생각에 눈물을 꾹 참았답니다.

누가, 아버지가 회사의 개가 되어 차라리 소설이라고 해도 소설에 대한 모욕이 되는 돼먹지 않은 글을 썼다고, 한 친구가 페이스북에서 알려줬어요. 그 친구는 세상에 아버지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그러던데, 그게 사실인가요? 아버지가 다른 아저씨들을 시도 때도 없이 종북이라고 해코지를 했다고 어머니가 그러던데, 그 일 때문에 그러는 건가요? 힘없는 민주당 조롱만 너무 많이 해서 아버지를 미워하는 건 아니에요? 매일 밤늦게까지 술 쳐 마시고 다니느라 고생하는 아버지에게 큰 상은 못 줄 망정 왜 아버지를 갖고 이렇게 난리인가요?

어머니는 저에게 “당장은 아버지가 우스워보여도 언젠가 아버지가 개처럼 번 돈으로 잘 살았다고 말할 날이 올 것”이라고 늘 얘기하곤 했죠. 다 필요 없고 우리 가족은 평화롭게 잘 살고 있으니 아버지가 남의 가족 자꾸 수군거리는 건 신경 끄라는 말이었어요. 그래서 저는 아버지가 기자랍시고 검찰총장의 아들 입장에서 ‘포르노’를 쓴 것까지도 트집을 잡는 걸 정말 이해할 수 없네요. 아버지, 어떤 사람들은 아버지가 진짜 기자가 맞는지 머리카락 뽑고 피도 뽑아 검사해보고 입사 시험도 다시 보자고 한다는데 정말 미친 사람들 아닌가요? 아버지 친구가 그러는데 아버지는 그것 하면 기자 못하게 되고 엄마는 울고불고 야단난대요.

아버지, 그러니까 동아일보에서 뽑혀 나가기 전까지 최선을 다해 충성심을 고하세요. 전 진짜 없이 사는 것은 싫거든요. 사람들이 아버지의 피와 사주의 피가 같다는 것을 궁금해 하면 까짓것 피까지 뽑아 바치세요. 검사 뒤엔 ‘그래도 넌 편집국장이 될 수 있으니, 없으니’ 하면서 또 시비를 붙을 수 있는데 그래도 어금니를 꽉 깨무세요. 아버지가 얼굴에 셀프 오물을 뒤집어쓰며 기명으로 이런 퍼포먼스까지 했는데 뭐 어떻습니까. 만에 하나 아버지의 글이 잘못돼 가지고 동아일보는 언론이 아니다라고 나오면 그래도 뭐 어떻습니까. 하루 이틀도 아니고. 여태껏 아버지를 언론인이라고 부르지도 못했는데, 앞으로도 다른 사람이 있으나 없으나 언론인이라고 부르지 않겠다고 약속할게요. 그리고 아버지 제발 제 부탁 좀 들어주실래요? 짖어보세요. ‘멍멍’

2013년 9월 16일

서대문에서 아버지를 사랑하는 아들 올림

※이 칼럼은 동아일보 최영해 논설위원의 존재 여부와 관계없이 개와 언론은 구분되어야 한다는 말을 듣고 자라온 기자의 입장에서 쓴 창작물입니다.

▲ 17일자 동아일보에 실린 최영해 논설위원의 '오늘과 내일'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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