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라의 한승연이 또 다시 울음을 터트렸다. 어제 방송된 SBS ‘화신-마음을 지배하는 자’에서 한승연은 자신을 괴롭히던 안티팬의 욕설편지와 그에 대한 자신의 SNS를 얘기하는 도중 눈물을 보였다. 눈물이 많기로 유명한 한승연이 지난주 ‘라디오스타’에서는 잘 참아 내더니, 결국 ‘화신’에서는 이를 참지 못하고 약한 모습을 보인 것이다.

한승연에게는 오랫동안 지능적인 수법으로 비난해댔던 안티팬이 있었다. 단순히 SNS나 인터넷 댓글들을 통해 욕설을 한 수준이 아니라, 직접 손편지를 써서 한승연의 집으로 보내왔던 것이다. 마치 열혈팬이 보낸 것처럼 과자들로 채운 택배 상자 안에 욕설이 난무하는 손편지가 들어있었던 적도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는 급기야 서러운 눈물을 흘리고 만다.

그녀가 울었던 이유는 그러한 비난을 보며 속상해했던 부모님이 떠올라서였다. 그녀는 자신에게 비난하는 것까지는 참을 수 있지만, 부모님의 마음에 상처가 생기는 것은 참기가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그녀의 눈물을 보면서 당시 얼마나 속이 상하고 화가 났으면… 하며 고개가 끄덕여지곤 했다.

그런데 함께 게스트로 초대된 애프터스쿨의 유이는 한승연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를 풍기면서 시종일관 유쾌한 시간을 만들어냈다. 그녀에게도 지저분한 풍문은 떠돌았고, 그것을 유이 본인도 잘 알고 있었다. MC들은 제법 집요하게 그 풍문들을 끄집어내기 시작했다. ‘항간에 떠도는 스폰서설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느냐?’ 김구라의 돌직구는 유이를 절대로 봐주지 않았다.

이에 대해 유이는 또박또박 해명했다. 사실무근이라고 명확하게 언급했고, 본인이 그렇지 않으면 대수롭게 생각할 루머가 아니라고 넘겨버리고 말았다. 아마도 유명 스타들만 섭외한다는 CF에 줄줄이 낙점되어 광고를 찍은 것 때문에 그런 풍문이 돈 것 같다고도 했다. 걸그룹에게 가장 치명적인 루머를 접한 아이돌치고는 무척이나 덤덤한 모습을 보인 유이였다.

유이는 울지 않았다. 그녀의 부모님도 알고 있던 풍문이었고, 당시 꽤 거슬리는 루머였음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그때를 떠올리면서 오히려 추억거리를 애기하듯 기분 좋게 털어 놓았다. 모두가 자신을 좋아할 수는 없다는 것을 그녀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널 좋아하는 사람들을 바라보며 일을 하라는 부모님의 조언을 허투루 듣지 않은 그녀였다.

유이는 방송 내내 웃음을 잃지 않았다. 맹한 구석을 보여주어 엉뚱한 웃음을 전해주기도 했고, 털털한 담소에 MC들의 부담을 덜어주기도 했다. 김희선과 죽이 잘 맞아 들어갔고, 김구라의 독설, 신동엽의 짓궂은 농담도 유쾌하게 받아들이며, 되레 그것을 역으로 이용해 훈훈한 분위기를 이끄는 주춧돌로 삼았다.

‘화신’을 통해서 다시금 호불호가 갈려지게 됐다. 애프터스쿨의 유이, 카라의 한승연. 이 둘을 바라보는 마음은 또 한쪽으로 기울어지고 말았다. 유이의 쿨하고 밝고 소탈한 성격은 더없이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한승연의 분하고 서럽고 속상한 눈물바람은 안쓰럽긴 했지만 그녀에게로의 호감으로 연결되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감수성이 예민한 걸그룹 멤버가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서 눈물을 보이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사실이 아닌 소문이 자신을 괴롭힌다거나, 그것을 웃고 넘길만한 배포가 없으면 두고두고 눈물을 훔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방송에서 카메라가 돌아갔을 때는 상황이 좀 다르다. 시청자들은 눈물을 흘리는 아이돌의 어깨를 끊임없이 다독여주진 않는다.

카라의 눈물은 도를 넘어섰다. 올해로 데뷔 7년차, 눈물을 보이며 속상하다 말하는 것이 어리광을 부리는 것으로밖에 느껴지지 않는 베테랑 걸그룹이 되어버렸다. 왜 힘든 일이 없고 억울한 일이 없으며 말 못할 속사정이 없겠는가. 다만 이제 그러한 것들을 방송에 나와 눈물로 풀려는 행동은 삼갈 때도 되지 않았냐는 것이다.

지난주 ‘라디오스타’에서 카라의 구하라와 강지영이 눈물바람을 일으켰다. 그것 때문에 또 한번 비난을 받아야 했던 카라다. 그런데 이번에는 한승연이 눈물을 보였다. 불 난 집에 기름을 들이 부은 격이다. 지금 카라에게 필요한 것은 눈물의 호소나 그것으로 인해 이슈가 되는 것이 아니다. 데뷔 7년에서 배어 나오는 노련함이며 성숙한 방송 자세가 그들에겐 필요하다.

시청자들은 ‘왜 눈물을 흘렸는가’에 대해서 그렇게 궁금해하지 않는다. 그저 또 눈물을 흘렸다는 것에 대해 인상을 찡그릴 뿐이다. 그래서 유이가 더욱 예뻐 보이는 것이다. 무엇을 얘기해도 웃음을 잃지 않으며, 누구를 탓하지 않으며,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살아가는 모습! 한승연은 동갑내기 친구 유이로부터 이를 본받아야 할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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