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TV 사업법 시행령을 제정하자마자, 방송통신위원회가 방송법 시행령 개정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들은 방송법 시행령 개정 관련 간담회를 지난 7월9일 열었다. 그리고 이번 주 시행령 개정안을 방통위 전체회의에 상정해 통과시킬 예정으로 있다.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의 핵심은 케이블방송 규제 완화다. IPTV 사업과의 형평성 차원에서 케이블방송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게 방통위의 명분이다. 물론, 유료매체 간 규제의 형평성은 매우 중요하다. 문제는 규제 완화가 형평성을 떠나 케이블방송에 대한 노골적인 지원의 양상을 띨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이미 케이블TV협회 관계자는 "(대기업 진입 기준을 빼곤) 케이블TV 규제완화 방안들 대부분이 이미 방통위와 업계가 충분히 검증을 마친 상태여서 크게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하고 있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은 방송위원회가 해체(2월28일)되기 직전인 지난 2월19일 전체회의에서 확정된 것이다. 방송통신위는 방송위가 확정한 개정안을 그대로 이어받았다. 이렇게 급조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은 IPTV 사업법 시행령 제정과정에서 미디어 소유 대기업 기준을 3조원 미만에서 10조원 미만으로 완화하는 데 일등공신 구실을 했다. 방송법 시행령에서 미디어 소유 대기업 기준을 완화하려고 하니, IPTV 사업법 시행령에서도 완화해야 한다는 게 방통위의 논리였던 것이다.

방송법 시행령 개정에 나서면서, 이제 방통위는 논리를 거꾸로 들이댈 가능성이 높아졌다. IPTV 사업법 시행령에서 미디어 소유 대기업 기준이 10조원 미만으로 된 이상, 방송법 시행령에서도 '지상파방송, 종합편성채널, 보도전문채널'을 소유할 수 있는 대기업 기준을 10조원 미만으로 높여야 한다고 식으로 말이다. 이는 명백한 규제당국의 무책임한 '꼼수'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방통위가 해야 일은 미디어 소유 대기업 기준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조직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하에선, 미디어 소유 대기업 기준을 제외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의 주요 내용을 살펴본다.

IPTV 사업법 시행령과 비대칭이 극심한 SO의 겸영 규제 완화

현행 방송법 시행령은 특정 SO(특수관계자 포함)가 전체 SO 매출액의 33%를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와 함께, 특정 SO가 전체 방송구역(77개)의 5분의 1을 초과하는 구역에서 겸영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방송법 개정안은 매출액 규제를 삭제하고, 특정 SO(특수관계자 포함)의 겸영규제 범위를 방송구역의 5분의 1에서 총 케이블 가입자의 3분의 1 이하로 변경하는 내용이다. 매출액 규제를 삭제하는 것은 그다지 논란의 소지가 되지 않는다. 문제는 전체 방송구역 5분의 1 이하에서 총 케이블 가입자의 3분의 1로 변경하는 데 있다.

먼저, 사전규제와 사후규제라는 차이가 있다. 전체 방송구역의 5분의 1로 SO의 겸영범위를 제한하는 것은 사전규제이다. 전체 방송구역이 77개의 5분의 1 이하인 15개 이하의 방송구역에만 진입할 수 있다는 게 사전규제이다. 이에 따라 티브로드와 C&M 등 2개 MSO는 방송구역에 추가 진입할 수 없는 상태다(표 참조). 규제효과가 매우 명확한 셈이다. 반면, 총 케이블 가입자의 3분의 1 이하는 사후규제이다. 몇 개의 방송구역에 진출하든 상관없으며, 그 진출의 결과 총 케이블 가입자의 3분의 1을 넘어선 안 된다는 것이다. 3분의 1을 넘는다 해도 마땅히 제재할 수단이 없는 게 사후규제다.

물론, SO 끼리 인수/합병을 할 때 3분의 1을 넘을 경우, SK텔레콤이 2002년 신세기통신을 인수/합병할 때처럼 가입자 축소를 조건으로 걸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수/합병 이후에 자체 영업을 통해 3분의 1을 넘을 경우 이를 사후에 금지할 만한 마땅한 제재수단이 없고 원상회복 조처를 내리기도 힘들다. SO의 인수/합병을 통한 덩치 키우기를 유도하고 있는 정책을 사용하고 있는 마당에, 방통위가 적극적인 제재에 나설 것이라고 기대하기도 어렵다.

사전규제를 사후규제로 변경하는 데 따른 가장 큰 문제점은 거대 MSO에 의한 '크림 스키밍'(cream skimming)을 방지할 수 없다는 것이다. 크림 스키밍은 이른바 돈 되는 알짜배기 방송구역에만 집중하고 나머지 방송구역은 외면하는 것을 말한다. 현행 사전규제에서는 이에 대한 예방이 어느 정도 가능했다. 일부 예외가 있기는 하지만, SO는 지역독점인 상태다. 하나의 방송구역에 하나의 SO만 있다는 얘기다. 그러니 영업을 확장하려면 방송구역 단위로 넓힐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방통위가 추진하고 있는 사후규제에서는 사정이 달라진다. 돈 안 되는 방송구역에선 철수하고 돈 되는 방송구역에 집중할 수 있다. 그렇게 해도 총 케이블 가입자의 3분의 1만 넘지 않으면 '만사형통'이다. 돈 안 되는 방송구역에서 철수하진 않는다 해도, 돈 되는 방송구역보다 투자와 서비스 개선에 인색하게 굴 위험성이 상존한다. 따라서 사후규제로 전환한다고 해도 방송구역 기준을 아예 없애는 것은 대단히 경솔한 행위다.

두 번째로 꼽을 수 있는 문제점은, 겸영규제 기준이 IPTV 사업자와 견줘볼 때 형평성을 잃었다는 점이다. IPTV 사업법 제13조는 특정 IPTV 사업자(특수관계자 포함)가 방송구역별로 IPTV, 케이블방송, 위성방송을 포함한 유료방송사업 가입 가구의 3분의 1을 초과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법 발효 뒤 1년 동안은 5분의 1을 적용하도록 하고 있다. 77개 방송구역 각각에서 3분의 1을 넘지 못하게 하고 있는 한편, IPTV뿐 아니라 케이블방송과 위성방송을 포함하는 전체 유료방송을 적용대상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케이블방송만을 대상으로 전체 방송구역에서 가입가구의 3분의 1로 규정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과 확실히 구별된다.

같은 유료방송인 IPTV와의 형평성을 위해서라도, SO에 대해서도 IPTV 사업자와 동일한 겸영규제 기준이 적용돼야 한다. 방송법 시행령 역시, 케이블방송만이 아닌 전체 유료방송을 적용대상으로 하되, 특정 SO의 겸영 범위는 방송구역 각각에서 전체 유료방송 가입가구의 3분의 1을 넘지 못하도록 하는 게 타당하다.

아울러, IPTV 사업법처럼 사후규제의 실효성을 명확하게 하기 위해 시장점유율 상한선을 초과할 경우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는 근거규정을 마련해야 한다. IPTV 사업법은 제13조 제2항에서 전체 유료방송 가입가구의 3분의 1을 넘어섰을 경우 6개월 이내에 이를 시정하도록 명령할 수 있도록 하고 있는 반면, 현행 방송법은 이와 관련된 어떠한 내용도 포함하고 있지 않다. 이에 비춰볼 때, 방통위가 애초 개정안을 강행할 경우, 방통위는 케이블방송에 포획(captured)됐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케이블방송만을 위한 재허가/재승인 기간의 확대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에는 케이블방송의 재허가 또는 재승인 기간을 현행 3년에서 5년으로 확대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허가 또는 승인의 유효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하되, 최초 허가 또는 승인 유효기간은 3년으로 한다'는 것이다. IPTV 사업법에서 IPTV 사업자의 허가 기간을 5년으로 하되 최초 허가 때에는 3년으로 한다는 내용과 형평성에서 어긋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케이블방송이나 위성방송의 경우 최초로 허가나 승인을 받는 SO나 위성방송 사업자는 없다. 모두가 다 기존(incumbent) 사업자다. 반면, IPTV 사업자는 모두 최초 허가를 받는 사업자다. 이에 비춰볼 때, 방통위가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그대로 고수하는 것은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SO와 위성방송 사업자의 허가 또는 승인 기간을 5년으로 확대하되, IPTV와의 형평성 차원에서 3년 동안은 적용을 유예한다'는 정도가 방통위가 보여야 할 태도다.

언론/시민단체 쪽에서는 '그동안 일부 케이블 SO들의 불법/탈법 행위로 인해 재허가 거부가 지속되고 있는 시점에서 재허가 기간 확대는 논의하기에 이르다. 따라서 케이블방송 사업자들이 정상적이고 투명한 경영이 보장되는 - 재허가 거부가 거의 없는 시점 - 시기에 재허가 기간의 조정은 가능'하다며 훨씬 더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유료방송 사업자 간의 형평성과는 별도로, 유료방송 사업자의 허가나 승인 기간은 확대하면서, 무료방송인 지상파방송의 허가기간은 3년으로 그대로 묶어두는 것은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현 정권과 방통위의 행보로 볼 때, 유료방송은 사업기간을 늘려두고, 지상파방송은 묶어두는 것은 그 자체로 '지상파 길들이기'라는 의혹을 사는 데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특히 올해는 여러 지상파의 재허가 심사가 있는 때이다. 아울러, 시도 때도 없이 현 정권(청와대, 정부, 한나라당)은 지금의 지상파 방송체제를 통째로 흔들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방통위가 지상파 방송의 허가 기간 연장에 대해 침묵하고 있는 것은 주파수 경매제 도입과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방통위는 디지털 전환 이후 지상파 방송으로부터 주파수를 회수해 경매제를 통해 재배치할 계획을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디지털 전환 완료 시점은 2012년이다. 지상파 방송의 허가 기간을 현행 3년에서 5년으로 늘릴 경우, 내년부터 적용된다고 해도 2013년 재허가 기간이 끝나게 돼 자신들의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는 셈이다.

우리는 올해 지상파 방송 재허가 심사 때부터 방통위가 전체 지상파 방송으로부터 자신들의 주파수 재배치 계획에 대한 동의를 미리 얻겠다는 전략을 세웠다고 판단한다. 최근 발표한 '하반기 정책방향'에서 '올해 9월 안에 디지털TV채널 재배치 종합계획을 수립한다'고 밝힌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 계획을 재허가 심사와 연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미 OBS경인TV의 경우, 당시 정보통신부는 허가증을 내주면서 '디지털 전환에 따른 주파수 재배치 계획을 충실히 따른다'는 조건을 붙인 바 있다.

SO만을 위한 운영 채널 하한선의 하향 조정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은 SO가 운영해야 할 채널의 하한선을 현행 70개에서 50개로 낮추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SO의 채널 하한선은 아날로그 방송을 일컫는 것이다. 이는 케이블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디지털 채널을 늘리는 대신 아날로그 채널을 축소하는 것을 방통위가 합법적으로 인정해 주겠다는 뜻이나 마찬가지다. 문제는 방통위가 케이블의 주파수 대역을 상향대역은 물론 하향대역까지 확대해 주면서, 아날로그 채널 하한선을 축소하려 한다는 것이다. 이는 SO로 하여금 확대되는 주파수 대역을 몽땅 통신사업을 하라고 부추기는 것에 해당한다(자세한 내용은 주간정책브리핑 4호 참조).

실제로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6월27일 케이블방송의 원활한 디짙털 전환을 지원하고 새로운 기술 도입을 가능하도록 지원하기 위해 '유선방송국설비 등에 관한 기술기준'을 개정했다. 여기에서 방통위는 SO의 상/하향 주파수 대역을 확대해 준 이유를 밝히며 "(상향대역 확대로) 전송속도가 획기적으로 개선된 인터넷 기술 도입이 활발해질 것", "(하행대역 확대로) 인터넷 신기술 도입이 가능해져 케이블 전송망을 이용한 인터넷 전송속도가 종전 10~50Mbs에서 최대 80Mbs까지 개선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아날로그 채널 축소에 대해선 아무런 언급도 없는 것이다.

SO의 아날로그 채널 축소, 이에 따른 군소 PP들의 송출 기획 축소와는 별도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이 SO의 채널 하한선만 50개로 줄이고 위성방송 사업자의 채널 하한선은 70개로 두는 것은 기본적인 형평성 형평성에서 어긋난다. 사업자의 재량권을 넓혀주는 뜻에서 이뤄지는 유료방송의 채널 하한선은 동일하게 유지하는 것이 타당하기 때문이다. IPTV 사업법 시행령은 방송법 시행령을 준용해 IPTV 채널 하한선을 규정하도록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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