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 문채원만큼 여인답게 생긴 얼굴도 흔치 않다. 명확한 이목구비와 화사한 미소가 아름다운 그녀는 내 기준으로 한복을 입은 모습이 가장 아름다운 여배우 중 하나다. 아마 국내에서 공주님 역할의 이미지를 꼽으라면 단연코 손꼽아 보태고 싶은 문채원은, 분명 남자의 공주 같은 얼굴을 갖고 있지만 언제부턴가 기묘하게 그녀를 보면 공주님이 아닌 왕자님의 역할이 더 어울리는 배우라는 생각이 든다. 한마디로, 지켜주고 싶은 가련한 여인이 아닌 지킴 받고 싶은 설렘이 존재하는 그녀.

그녀에게 설렘을 느낀 것은 드라마 ‘착한 남자’가 시작이었다. 잠들어있는 송중기를 먼저 깬 문채원이 바라보던 그 장면. 이 씬은 여태껏 멜로드라마에서 볼 수 없는 장면이 아닐까 싶을 만큼 파격적인 시점을 그리고 있었다. 원래 멜로드라마라면 잠들어있는 문채원의 얼굴을 송중기가 내려다보고 있어야 정상이다.

하지만 그날의 씬은 마치 잠자는 숲 속의 왕자 같은 송중기를 문채원 그녀가 바라보고 있었다. 사랑스러워서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는 듯이. 여자와 남자의 역할이 바뀐 듯한 그 장면이 어색하지 않았던 것은 공주님 역할이 누구보다 잘 어울릴 배우 송중기의 사랑스러운 얼굴과 남자 배우보다도 설레는 눈빛을 쏴줬던 문채원의 기사도 덕분이었다.

드라마 ‘착한 남자’의 송중기가 그랬듯이 어딘가 결핍되어있는 남자를 지켜주는 역할이 참 잘 어울리는 그녀. 이번 드라마 ‘굿닥터’의 주원 역시 사람의 보호 본능을 알아서 자극하는 역할이다. 박시온의 능력을 서번트 증후군이라지만 내가 볼 때 그의 진정한 능력은 바로 생존 본능에 가까운 귀여움이다. 부패 의사 고충만(조희봉 분)의 누구도 발견하지 못했던 숨겨진 아킬레스건, 의사의 존엄을 그의 굳은살로 일깨워준 박시온 덕분에 그의 마음은 잠시 나눠 받은 작은 쪽 하드처럼 녹아버렸다.

그야말로 시베리아 커플 같은, 차도남녀 김도한(주상욱 분)과 유채경(김민서 분)의 부모 미소를 끌어낸 것도 바로 박시온의 활약이었다. 심지어 뜨거운 초코 머핀을 어설프게 삼켜 그 얼음장 같던 유채경의 엄마 미소를 구경시킨 기술을 보면, ‘야, 너 일부러 그렇게 먹었지?’ 채근하고 싶은 심정이기까지 했으니까. 모두가 그렇게 박시온의 귀여움에 KO패를 선언할 때 이미 일찌감치 손을 들어버린 인물이 있었다. 바로 차윤서. 어쩌면 박시온을 처음 보자마자 전투력을 상실했을지도 모르는 그녀.

"시온아, 네가 어렵게 살아난 만큼 넌 세상에 보답하면 돼." 형의 죽음에 서린 서글픈 비밀을 알고 자책하는 시온을 다독이는 차윤서를 보며 너무 슬픈 장면이지만 묘하게 가슴이 설렜다. 어쩐지 여주인공의 베이스를 벗어난 것 같아서. 소녀처럼 울먹이는 남주인공과 남자 같은 눈길과 목소리 그리고 포스로 그의 머리를 쓸어주는 문채원. "도대체 누가 너더러 어린아이 같대. 네가 하는 자책, 그거 아이들이 할 수 없는 거야. 네가 사람들을 너무 사랑해서 하는 자책. 그거 어른들도 잘 못해.“

이런 강인한 이미지를 낼 수 있는 것은 문채원의 소위 척하지 않는 연기 덕분이다. 예쁜 얼굴을 십분 활용할 수 있고 또한 그러고 싶을 여배우가 기꺼이 왕자님의 역할을 맡고 소년의 미소를 날려준다. 신뢰가 스며드는 묵직한 목소리, 호기심이 가득한 반짝이는 눈동자, 신사의 애티튜드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문채원. "큰일 하셨습니다. 박시온 선생!" 그의 목을 끌어안는 차윤서 때문에 들킬 만큼 그의 심장이 두근거렸던 것은 오히려 소녀의 설렘과 더 닮아있지 않았을까.

이날 ‘굿닥터’를 보며 웃음이 터져버린 장면이 있었다. 울먹이다 잠든 박시온의 머리를 침대 맡에서 쓸어주는 차윤서. 이 포즈는 지난 ‘착한 남자’에서 그랬듯이 성별의 역할을 바꾸어버린 씬이 아닌가. 처음 그녀를 만났을 때 속옷 차림으로 양치를 하면서도 호들갑을 떨지 않았던 박시온. 이제는 그녀와 함께 만지는 마우스의 손가락질만으로도 깔짝대는 심장을 어찌할 바 모른다. "뭐든지 말해. 네 부탁이라면 다아 들어줄 테니까." "...식사 하셨습니까?" 사랑의 열병을 마치 소녀처럼 앓는 박시온. 그가 과연 왕자님의 마음을 가질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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