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면서도 그 사랑을 사랑이라 말하지 못하던 주군과 태양이 극적인 모습으로 서로의 마음을 모두 드러냈습니다. 계약 결혼과 엇갈리는 감정과 아쉬운 마음이 충돌하며 이끌어낸 이들의 사랑은 하지만 차희주가 증오하는 차희주의 등장으로 또 다른 변수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내 여자는 내가 지킨다;
주군과 태양을 위협하는 차희주와 차희주

중국 출장을 다녀온 주군은 태양을 위한 선물이 아니라 약혼자와 함께 킹덤에 나타났습니다. 반가워 한달음에 달려간 태양으로서는 당황스럽기만 했습니다. 일주일 동안 보지 못한 주군을 보기 위해 달려간 그의 앞에는 결혼 상대인 세진그룹 딸이 있었습니다.

주군의 행동을 보면서 뒤늦게 자신이 그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알게 된 태양은 힘들기만 합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자신이 주군의 연인이 될 수는 없다는 자각을 하게 됩니다. 주군을 찾아간 태양은 결혼을 축하한다는 말과 함께 방공호와 안테나 역할이 지속될 수 있기를 기대합니다. 하지만 연애가 익숙하지 못한 둘이 보여주는 행동 패턴은 능숙하지 못해서 더욱 매력적이었습니다.

언제나 그렇듯 주군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강호를 사랑한다고 이야기하며 떠나는 태양과 그런 그녀를 보면서 발끈하는 주군은 사랑 방식은 미숙한 신생아나 다름없었습니다. 어린 시절 첫사랑 희주의 죽음은 커다란 트라우마가 되어 주군을 지배하고 있습니다. 귀신을 보면서 인생이 바뀐 태양에게 남자친구란 그저 희망사항일 뿐이었습니다.

주군 곁에서 태양을 떼어놓으려는 고모 성란은 의외의 상황에 빠지고 맙니다. 세진그룹의 딸인 박서현과 결혼을 시키려는 고모로서는 어떻게든 태양이 주군에게 가까이 가지 못하도록 하려는 상황에서 홍자매 특유의 언어유희와 복선이 흥미롭게 이어졌습니다.

약혼 선물로 준 도자기를 이용해 태양에게 현실을 직시하라는 성란과 그 안에 담긴 귀신을 보며 깨트려야 한다는 발언 사이에 주군의 결혼이 존재했습니다. 주군과 태양의 감정과 매 회 등장하는 에피소드의 재미마저 채워내는 홍자매의 장점들이 잘 살아나 있었습니다. 코미디 프로그램의 유행어를 자연스럽게 등장인물의 대사 속에 숨겨두고, 상황 속에 드라마를 패러디하는 센스까지 담으며 효과적인 이야기 전달로 이어가는 모습은 흥미로웠습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인 <폭풍우 치는 밤에> 줄거리인 늑대와 염소의 이야기를 적절하게 묘사해 주군과 태양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도 흥미로웠습니다. 여기에 같은 방송사에서 방송 중인 <황금의 제국>을 패러디한 주군과 서현의 계약 결혼 과정엔 음악까지 그대로 차용하고, 상황들을 적극적으로 인용하면서 드라마 속의 또 다른 드라마의 재미를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알라딘의 램프 지니는 즐거운 소원을 들어주는 역할을 하지만 성란이 애지중지하는 도자기는 마음 속 감정을 지배하는 귀신의 램프였습니다. 점잖은 선비 같은 남자를 선호했다는 성란의 마음은 이미 귀신에 의해 지배당하고 있었습니다. 도자기를 만지며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내기 시작한 그녀에게 현재 남편인 석철은 증오스러울 정도로 미운 존재로 전락하기 시작했습니다.

뭐하나 사랑스러운 것이 없는 이 한심한 남자를 왜 자신이 사랑했는지 알 수 없다는 성란은 숨 쉬는 것조차 증오스러웠습니다. 모든 행동이 불쾌하기만 한 성란은 점점 도자기 귀신의 희생양이 되어갔습니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며 위협을 느낀 석철은 태양이 한 이야기를 떠올립니다. 저주가 걸린 도자기를 깨지 않으면 안 된다는 말을 기억해내며 주군에게 가져간 도자기는 이제 성란과 석철의 이야기에서 주군과 태양의 것으로 옮겨졌습니다.

성란이 가지고 있을 때는 자신의 마음속에 남아 있는 욕망을 자극하는 용도였다면, 주군에게는 계약 결혼을 깨고 태양에게 다가가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었습니다. 억대의 도자기를 아무렇지도 않게 깨트릴 정도로 주군에게 태양은 소중한 존재였습니다. 뭔가 그럴 듯한 이유를 준비해야 했던 주군에게는 고모에게 일어난 변화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강우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된 스타 태이령과 감시자에서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바뀐 태양에 대한 강우의 감정의 변화는 당연한 다각관계로 다가옵니다. 하지만 이런 관계들이 홍자매 특유의 사물 비유와 은유 등으로 효과적으로 사용되기는 했지만 흥미롭게 다가오는 데는 2% 부족해 보였습니다. 코미디를 기본에 깔고 하는 이야기의 흐름은 결국 이런 관계들마저 가볍게 만드는 부작용이 만들어지고 있으니 말입니다.

이령이 태양을 친구들 앞에서 망신주기 위해 만든 자리가 주군의 마음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계기가 된다는 설정은 무척이나 식상한 방식입니다. 모두가 예상할 수 있는 이야기의 흐름은 주군의 투박하지만 강렬한 매력을 모두 담아내기는 아쉬운 점이 더욱 많았습니다.

6회를 남긴 상황에서 주군과 태양은 공개적인 연인이 되었습니다. 첫사랑의 저주에서 벗어나지 못한 주군을 사로잡은 태양의 매력은 단순히 귀신을 보기 때문은 아닐 것입니다. 캔디이지만 캔디일 수 없는 태양에게 느끼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강하게 막고 있는 것은 바로 첫사랑의 저주 차희주였습니다.

차희주라는 존재와 사라진 납치범에 대해 조사하고 있던 주군의 아버지는 유럽에서 중요한 단서를 찾아냈습니다. 환하게 웃으며 찍은 사진 속 인물은 죽었다는 차희주와 너무 닮아 있었습니다. 차희주가 죽은 1년 후부터 등장하기 시작한 이 인물이 차희주인지 알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녀의 모습은 주군을 향해있다는 점에서 차희주를 의심하게 합니다.

희주의 죽음 이후 방황하던 주군은 미국을 시작으로 다양한 나라를 떠돌았습니다. 흥미롭게도 희주를 닮은 그 여인 역시 주군이 살던 나라에 함께 거주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범인이라 확신하는 주군의 아버지는 그 존재를 찾는 데 집중합니다. 5년 전 한국으로 돌아온 주군을 따라 들어온 차희주를 닮은 그 여인의 정체는 곧 과거 사건의 진실을 풀어낼 수 있는 마지막 퍼즐이 되었습니다.

주군이 살고 있는 단지로 이사까지 온 그 묘령의 여인과 증오하듯 쳐다보는 귀신이 된 차희주의 모습은 그녀가 과연 누구일지에 대한 궁금증을 키웠습니다. 주군의 아버지가 강우와 이야기하면서 ‘쌍둥이라면 이해할 수 있는데’라는 말처럼 그녀는 쌍둥이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차피 피해갈 수 없는 반전 설정이 아니라면 등장인물을 통해 드러내놓는 방식 역시 나쁘지는 않아 보였습니다. 문제는 그녀가 쌍둥이라는 사실이 아니라, '왜?'라는 한 단어에 집중될 수밖에는 없단 점입니다.

과거 주군을 납치한 이유가 무엇이고, 왜 희주는 죽음을 의연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는지도 궁금해집니다. 주군과 아버지 사이의 문제와 이들의 관계에 무엇이 존재하느냐는 사실도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주군의 태양>은 이제 2회 동안 주군과 태양의 로맨틱 코미디 특유의 사랑이야기가 전달될 것입니다. 하지만 남은 4회 동안 복잡하게 흘러갈 흐름 속에 드러난 과거 사건의 진실은 과연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기대됩니다.

영화를 꿈꾸었던 어린시절의 철없는 흥겨움이 현실에서는 얼마나 힘겨움으로 다가오는지 몸소 체험하며 살아가는 dramastory2.tistory.com를 운영하는 블로거입니다. 늘어진 테이프처럼 재미없게 글을 쓰는 '자이미'라는 이름과는 달리 유쾌한 글쓰기를 통해 다양한 소통이 가능하도록 노력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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