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가 미국산 쇠고기 시식 사진 조작과 관련, 지난 10일자 2면 <사진·기사 검증시스템 강화하겠습니다>을 통해 "연출 사진은 취재 윤리 불감증이 부른 중대 실책"이라고 사과하며 취재 및 사진 게재 경위를 해명했다. 하지만 사진 조작에 대한 논란이 여전히 뜨겁다.

중앙은 당시 사진 전송 과정에서의 착오를 설명하며 "(사진 속에 있는)경제부문 기자와 인턴 기자를 알아보지 못했다"며 "문제와 논란을 확인한 본사가 바로 경위에 나설 무렵 한 인터넷 언론사가 취재해 오기도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번 중앙의 사과에 대해 현업 언론인, 언론·시민단체, 학계는 "현장 사진기자가 중앙일보 기자들을 찍은 사진을 먼저 전송한 뒤 나중에 교체하겠다고 한 것과 사진부 내근기자가 이를 몰랐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중앙의 해명이 석연치 않다"는 등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 중앙일보 7월 8일자 2면.
언론노조 최상재 위원장 "중앙, 변명하지 말고 진심으로 사과해야"

먼저 사진 조작과 관련, 검찰에 수사 여부를 공개 질의한 전국언론노동조합 최상재 위원장은 "언론사에서 있을 수 없는 죄질이 나왔는데 중앙은 이를 숨기려했다"며 "다른 문제도 아닌 온 국민의 관심이 집중돼 있는 사안인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조작을 할 수 있다는 생각 자체가 나쁘다"고 비판했다.

최 위원장은 중앙의 사과문에 대해서도 "사과문에 나와 있는 과정은 모두 거짓말이다. 신문에 종사하는 사람이라면 사진이 어떤 과정으로 어떻게 게재되는지 다 알거다"면서 "변명하지 말고 진심으로 사과하라"고 지적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김유진 사무처장도 "중앙은 '사과'가 아닌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여지가 없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놓였고 언론의 취재가 시작되자 이렇게 사과했다"며 "사진기자 개인의 문제이기 보다는 최종 책임자인 편집국장이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 이재국 기자 "스스로 주류언론 자처하는 조중동, 어떤 모습인지 극명하게 보여줘"

경향신문 이재국 기자 역시 "이번 사진 조작은 사실에 근거해 진실을 보여줘야 하는 것이 저널리즘의 기본임에도 스스로 주류언론을 자처하는 언론이 어떤 모습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라며 "단순한 사진 연출이 아닌 조중동의 입장이 고스란히 담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기자는 "끊임없이 <PD수첩> 오역을 지적하며 왜곡하던 이들 스스로 저널리즘의 기본 원칙을 부정한 것"이라며 "이를 단순히 현장 사진기자의 착오로만 보아서는 안 되고 이는 중앙 내에서 횡행하고 있는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앙은 홍석현 회장 비자금 사건 때 정론지로 바뀌겠다고 스스로 다짐했었다"고 강조한 이 기자는 "이번 감봉과 경고는 매우 낮은 수준의 징계라고 본다"며 "홍석현 회장 사건 때 노발대발하면서 정론을 위해 노력하겠다던 조직과는 어울리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사진 조작에 대한 학계의 비판도 이어졌다.

먼저 강상현 교수(연세대 신문방송학과)는 "사진은 기사와 마찬가지로 많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것"이라면서 "기사는 오보에 민감한 것에 반해 사진은 많은 의미를 함축함에도 이러한 논란에서 제외돼 있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사진을 자위적 인위적으로 조작한 것은 명백한 실수이고 사진의 의미를 전달하는 과정에 있어 사실 여부를 충실히 확인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서중 교수(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도 "전 국민이 관심을 갖는 중대한 사안에 '의도'를 가해 보도했다는 것 자체가 옳지 않다"며 "여론 조작 행위"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김 교수는 중앙일보가 윤리적으로 반성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한 뒤, "나아가 중앙일보 뿐 만 아니라 전체 언론이 반성해야 할 과제이다. 기자들의 도덕적 윤리적 무감각 때문에 언론이 현실을 고스란히 보여주기 보단 점점 예측 가능한 상황을 만드는 데 익숙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국기자협회 김경호 회장 "사진 조작, '저널리즘 윤리'측면에서 잘못"

한국기자협회 김경호 회장은 "이번 사진 조작은 '저널리즘 윤리' 측면에서 매우 잘못된 것이다"라면서 "중앙 뿐 아니라 많은 언론들이 묵인하고 관망했던 '저널리즘 윤리'를 강화하는 기폭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어떤 경우라도 진실에 근거하지 않은 일을 보도하는 것은 윤리적 도덕적 측면에서 용서받을 수 없고, 이를 계기로 언론 스스로 진실 보도에 충실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꼭 중앙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과거 언론은 기사에서 '고위 관계자'라고 취재원을 보호하려듯 했지만 마감에 쫓겨 인위적으로 멘트를 만들어 낸 사례가 있었다"며 "정확성과 진실성을 담보하지 않는 언론의 부적절한 관행은 없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언급한 이들 대부분이 표면적으로 드러난 '사진 조작' 자체를 비판했다면 현장에서 직접 사진을 찍으며 취재하는 사진기자들의 주장은 이와는 달랐다. 중앙일보 사건에서 드러난 사진 조작은 분명 잘못된 행위이지만 '연출'에 대한 문제 의식은 끊임없이 제기돼 왔고, 해당 기자 한 사람에게 모든 책임을 묻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다.

A 일간지 기자 "사진 연출 부적절하지만 단순히 사진기자 문제로만 몰아갈 수 없어"

▲ 중앙일보 7월 10일자 2면.
A 일간지의 한 기자는 "이 상황 자체만을 놓고 봤을 때 그 친구(중앙일보 사진기자)가 잘못 한 것은 분명하고 상황 자체가 잘못된 상황인 것 또한 분명하지만 그 친구가 이 상황을 연출하게 된 데에 다른 속사정이 있었는지도 모르겠다"며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혔다.

" '어디까지 연출 되었냐'는 문제가 아니라 왜 연출을 하게 되었는가에 대한 문제다. 매체가 발전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진은 설명적이어야 하고 극적인 장면을 보여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연출의 문제는 단순히 '사진기자 윤리' 차원이 아니다. 신문을 만드는 모든 사람들과 나아가 독자들도 함께 고민해야 할 문제다."

즉 사진 연출 행위 자체는 부적절하지만 매체 상황이 급변하는 것과는 달리 사진을 바라보는 시각은 여전히 편향되어 있고 이러한 요구가 있는 상황에서 단순히 사진기자 '윤리'만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기자는 "현재 매체 상황은 사건 사고를 단순하게 전달하는 것에서 나아가 문화적 추상성과 앞으로의 전망과 해석을 다양하게 전달하고 있으며, 사진의 역할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면서 "그러나 사진 연출에 대해서는 여전히 쉽게 정의내릴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자는 이어 "사진기자들 내부에서도 연출에 대한 치열한 논의가 이전부터 이어져 왔다"며 "사진기자 스스로 독자들을 속이지 않겠다는 마음이 중요하다. 설령 속일 의도가 없었다 하더라도 독자들이 속을 수 있는 환경이 될 수 있음으로 사진기자 스스로 '기준'을 세우는 것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B 일간지 기자 "중앙일보 김 아무개 기자, 먼저 사진 조작하려 하지 않았을 것"

그간 현장에서 중앙일보 김 아무개 사진기자를 보아왔다고 밝힌 B 일간지의 한 기자는 "이번 사건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은 아마 김 아무개 기자의 그간 성향을 고려했을 때 먼저 사진 조작을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기자는 "개인적 느낌이지만 윗선에서 그렇게 하라고 했을 것 같다. 회사마다 분위기가 다르긴 하겠지만 젊은 기자라면 되도록 사진을 연출하지 않으려는 의중이 강한데 반면 선배들이나 데스크는 먼저 스스럼없이 사진 연출을 요구하는 경향이 있다"며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현장기자가 연출 사진을 보낸 후 나중에 제대로 된 사진을 보내겠다고 먼저 밝혔다면 아마 이는 데스크의 요구에 이미 길들여져 있는 것"이라고 주장한 이 기자는 "이번 사건을 사진기자 개인의 문제로 보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일반 기업체가 주최하는 경제 행사의 경우, 사진기자와 기업체의 동의가 이뤄진 상태에서 진행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대부분 사진에서 연출이 이뤄지기도 한다. 하지만 일부 기자들은 기업체 행사에서도 사진 연출을 꺼려한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B 일간지 기자는 "사진 연출에 대해 수치화해 어느 정도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일반화 되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어떤 성격의 현장이냐에 따라 다르다. 연출이 어느 정도인지 섣불리 이야기하기 어려운 현실"이라면서 "연출은 사진기자 사이에서 숱하게 문제가 제기되었던 부분인데 고쳐지지 않았다. 사진기자 내부에서만 맴돌던 문제 제기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외부까지 알려지게 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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