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과 함께 ‘유격왕’ 타이틀을 차지하고, 프로그램의 에이스로 거듭난 <진짜 사나이>의 장혁. 오랜 기간 절권도 수련으로 다져진 다부진 몸과 어떤 훈련도 척척 소화해 내는 그의 능력은 단연 <진짜 사나이> 멤버들 중 최고라 할 만하다. 처음엔 병역비리 과거 때문에 장혁의 합류를 안 좋게 바라보던 시청자 역시 그의 성실한 자세와 노력하는 모습에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했다. 나이 어린 선임에게도 깍듯이 존댓말을 사용하고, 궂은일엔 먼저 나서는 장혁은 누가 봐도 이등병의 모습 그대로다.

하지만 <진짜 사나이> 속 장혁의 모습이 대중으로부터 사랑받는 이유는 단지 그가 너무도 완벽한 군인의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만은 아니다. 모든 일에 능수능란하며 한 치의 빈틈이 없다면 오히려 인간적인 매력은 반감되기 마련. 가장 완벽한 이등병으로 평가받는 장혁 역시 에이스 본능 뒤에 숨은 허당기 넘치는 모습이 있기에 그 매력이 배가되지 않나 싶다.

지난 1일 방영된 이기자 부대 전술훈련 장면에서도 장혁은 실제 전투를 치르는 듯한 진지함과 날카로운 매의 눈으로 전방경계를 완수해내며 '완수신호왕' 배지를 획득했다. 이날 훈련에서 전방 경계조에 속했던 장혁은 적의 움직임을 사전에 파악하며 수신호로 부대원들에게 전달했고, 위병소의 적들을 사격함과 동시에 수류탄을 투척해 적을 제압하는 등 승리의 주춧돌을 놓았다. 역시나 ‘에이스’로 평가받기에 부족함이 없는 몸놀림과 활약이었다.

하지만 에이스 본능도 잠시. 불과 몇 분 만에 장혁은 자신에게 쏟아진 기대를 뒤로 하고, 지난 ‘씨름 굴욕’에 맞먹는 ‘줄넘기 굴욕’을 선보였다. 그야말로 ‘굴욕의 아이콘’으로 거듭난 에이스의 추락이었다. 하지만 ‘에이스’와 ‘굴욕’을 오가는 장혁의 극과 극 모습은 오히려 그의 인간적인 매력으로 다가오며 시청자를 즐겁게 했다.

이날 <진짜 사나이> 멤버들은 부대전술훈련을 마친 뒤, ‘이기자 수색대대 왕 선발대회’에 참여했다. ‘왕 선발대회’란 줄넘기, 육체미, 팔굽혀펴기 등 각 종목별로 왕을 선발하여 병사들의 사기를 높이고 체력 훈련에 동기를 부여하고자 이기자 수색대대에서 분기별로 진행하는 일종의 이벤트성 게임이었다.

첫 번째 종목은 바로 줄넘기. 줄넘기 왕에 도전하기 위해 이기자 부대 병사들을 비롯해 <진짜 사나이> 멤버들은 전의를 불태웠고, 시작 소리에 맞춰 저마다 줄을 넘기 시작했다. 그중에서 가장 돋보인 멤버는 역시나 ‘에이스’ 장혁. 평소 줄과 하나 된 삶을 살아온 그는 마치 복서가 훈련을 하듯 가벼운 발놀림으로 줄을 넘기 시작했고,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혀도 여유 있는 자세를 포기하지 않음으로써 단박에 ‘줄넘기 왕’ 후보로 떠올랐다.

1분이 지나자 속속 탈락자들이 발생하기 시작했고, 다른 멤버들 역시 줄에 걸려 실패하거나 혹은 체력적인 부담으로 도전을 멈춰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그러나 장혁만큼은 처음 줄을 넘을 때 보여줬던 가벼운 발놀림을 계속 유지하며 ‘역시나’ 하는 탄성을 자아냈다. 제작진 역시 평소 장혁이 줄넘기를 통해 체력단련을 하던 장면을 교차편집하며 그의 줄넘기 실력을 더욱 돋보이게 연출했다.

도전자 가운데 절반이 넘는 병사들이 탈락했고, 기존 ‘줄넘기 왕’조차 장혁을 의식하며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변이 없는 한, 장혁의 ‘줄넘기 왕’은 현실이 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줄넘기를 시작한 지 2분이 경과한 시점, 양발을 바꿔가며 줄을 넘던 장혁은 시계가 멈춘 듯 제자리에서 꼼짝하지 않았다. 바로 줄이 발에 걸려 탈락한 것이다. 에이스 장혁의 조기 탈락에 <진짜 사나이> 멤버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고, 장혁은 “참여에 의의를 뒀다”며 애써 자신의 현실을 부정(?)했다.

탈락한 장혁은 제자리에 앉아서 다른 병사들의 줄넘기를 지켜봐야 하는 처지에 놓였고, 그는 자신의 실수가 못내 아쉬운 듯, 남은 도전자들이 한 번에 줄을 두 번 돌리는 ‘쌩쌩이’에 돌입하자, 자기도 모르게 일어나서 ‘쌩쌩이’를 함께 뛰었다. 멤버들은 그런 장혁을 안쓰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며 장혁의 ‘줄넘기 굴욕’에 마침표를 찍어줬다.

씨름 패대기 굴욕에 이어 줄넘기 굴욕까지. 모두가 그의 승리를 예상하고 우승을 점칠 때 마다 장혁은 이렇듯 반전 아닌 반전을 선사하며 웃음을 안겨준다. 아무리 평소에 운동을 즐겨하고 모든 훈련을 완벽히 소화하는 장혁이라 할지라도, 그도 이제는 마흔을 바라보는 한 명의 ‘아저씨’일 뿐이고, 또 언제라도 실수를 연발할 수 있는 평범한 사람이라는 사실에 시청자는 마냥 즐겁기만 하다.

에이스와 굴욕을 오가며 극과 극 반전 매력을 보여주고 있는 장혁이 또 어떤 완벽한 모습으로 감탄을 만들어내고, 또 어떤 허당기 넘치는 모습으로 웃음을 안겨줄지 무척이나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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