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는 조선일보, 세계일보의 '이석기 녹취록' 단독 보도에 대해 '표절'이라며 편집국장 차원에서 두 신문사에 항의할 예정이다.

▲ 30일자 한국일보 1면 톱

30일 조선일보, 세계일보, 한국일보는 일제히 "본지가 입수했다"며 '이석기 녹취록' 단독 보도를 선보였다. 하지만 한국일보는 조선-세계일보의 녹취록 단독 보도가 자사 기사를 그대로 베꼈다고 비판했다. 같은 날 동시에 지면에 실린 '단독 기사'를 베끼는 일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사연은 다음과 같다.

한국일보 사회부 기자는 29일 '이석기 녹취록'을 입수해 30일 지면 발행을 목표로 녹취록 요약 기사를 준비 중이었다. 그런데, 아직 최종 완성되지 않은 기사가 29일 밤 9시 45분경 한국일보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10~15분간 실수로 노출됐고 워낙 파급력이 큰 보도인 만큼 이 사이에 엠엘비파크 등 다른 인터넷 사이트에 퍼날라졌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한국일보는 황급히 관련 기사를 인터넷 상에서 내렸으나 조선일보, 세계일보 등 일부 언론사들이 실수로 공개된 한국일보의 녹취록 요약 보도를 그대로 베껴 다음날 지면에서 '단독'이라며 보도했다는 것이다. 한국일보는 녹취록을 요약하는 과정에서 실수로 낸 오타나 비문까지도 그대로 담겨있어 '표절'이 확실하다고 보고 있다.

일례로, 조선일보와 세계일보는 30일 녹취록 요약 기사에서 이상호 경기진보연대 고문이 "수도권을 갖다 관통하는 혜화동하고 분당에 있는데 거기에는 쥐새끼 한마리 들어갈 수 없을 만큼 전공 형태가 돼야 하기 때문에"라고 발언했다고 보도했는데 '진공 형태'의 오타인 '전공 형태'는 실수로 공개된 한국일보 초판 기사에 나오는 표현과 똑같다.

한국일보의 한 기자는 "(조선일보와 세계일보의) 기사를 자세히 보면, 저희가 첫판에 넘겼던 기사의 오타와 비문이 그대로 실려 있는 경우가 매우 많다. 본인들이 입수했다고 하는데, 저희 입장에서는 오타까지도 그대로 실려 있기 때문에 저희 기사를 그대로 긁어다 썼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녹취록 요약본은 전체 녹취록의 일부에 해당하는데, 만약 조선-세계일보가 직접 입수했다면 저희가 보도하지 않은 문장이 한줄이라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그런 게 하나도 없다"고 밝혔다.

30일 한국일보는 왜 인터넷에 해당 기사가 노출됐는지 진상을 조사할 예정이며, 출처 표기 없이 '단독보도'라고 소개한 조선일보, 세계일보에 대해서는 편집국장이 직접 항의할 예정이다.

이계성 한국일보 편집국장 직무대행은 "표현 등을 봤을 때 한국일보 기사를 그대로 가져다 쓴 게 분명하다. 그쪽 편집국장에 직접 전화해서 항의하려 한다"며 "아직 법적 대응까지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고 밝혔다.

이계성 대행은 "홈페이지를 관리하는 한국아이닷컴 측에서는 '아르바이트생의 착오'라고 경위를 설명해 왔는데, 좀 더 알아보려고 한다. 책임자를 불러서 정확하게 경위를 따져보고, 필요하다면 책임자 문책까지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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