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과 작품성의 상관관계는 생각보다 복잡미묘하다.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일수록 작품성에 대한 논란이 일어나기 쉽고, 저조한 시청률을 기록한 드라마일수록 호평받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것이 절대적이라고 말할 수만은 없다. 시청률과 작품성을 동시에 거머쥔 작품들이 가끔씩 등장하기도 하며, 이와 반대로 두 가지 모두를 놓치고 비참하게 종영된 드라마도 허다하기 때문이다.

월화드라마, 수목드라마, 주말드라마, 일일드라마 등에는 시청률이라는 명목 하에 순위가 붙여진다. 동시간대 드라마 경쟁은 시청률 경쟁을 의미하며, 1등과 2등, 3등의 나열은 시청률 수치에 의해 결정된다. 아직까지 대한민국에는 작품성에 점수를 매기는 순위 제도는 없다. 숫자로 환산을 하기에는 그 기준이 애매모호한 이유가 가장 클 것이다.

드라마 제작진이나 광고주들은 시청률에 열을 올리고, 시청자들은 시청률에 따라 드라마의 인기도를 가늠한다. 여기에 작품성과 시청률의 상관관계가 은근슬쩍 적용되는데, 시청률이 높으면 그만큼 작품성도 높다는 선입견, 혹은 고정관념이 힘을 발휘하게 된다. 어느 순간부터 이것은 시청자들의 뇌리에 슬며시 각인되어갔다.

그런 면에서 요즘 방송되는 월화드라마와 수목드라마의 시청률 성적표는 흥미롭다. 시청률과 작품성의 상관관계에 어려운 질문 하나를 던지고 있는 이유에서다. 월화드라마인 KBS ‘굿닥터’와 SBS ‘황금의 제국’, 수목드라마인 SBS ‘주군의 태양’과 MBC ‘투윅스’. 이 작품들이 내놓고 있는 시청률은 시청률이 높은 드라마가 작품성도 높다는 명제에 반기를 들고 있는 듯하다.

현재 월화드라마, 수목드라마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굿닥터’와 ‘주군의 태양’은 17%대의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으며, 2위인 ‘황금의 제국’과 ‘투윅스’는 8%대에 머물고 있다. 1위와 2위의 차이는 막상막하에서 이제는 극심하게 벌어져 가고 있는 상황이다. 아마도 종영 때까지 이변 없이 이대로의 성적으로 가게 되지 않을까 싶다.

작품은 참 괜찮은데 의외로 시청률이 나오지 않은 경우는 종종 있어 왔다. 작품 자체만으로는 흠 잡을 데가 없으나 소위 대중성과 상업성이라는 부분이 받쳐주질 않아 참패한 경우다. 그런데 요즘 드라마 판도를 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황금의 제국’과 ‘투윅스’에게 과연 이것이 적용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어서다.

‘황금의 제국’은 시청자를 잡아끄는 매력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꼭 ‘추적자’ 사단이 다시 의기투합하여 만든 드라마라는 것을 강조하지 않아도 이 드라마는 그 자체만으로도 훌륭하고 뛰어나다. 몇 번씩 뒤통수를 내려치는 끊임없는 반전, 정경밀착의 폐단을 거침없이 드러내는 통쾌한 풍자, 숨 돌리지 않고 달려가는 빠른 스토리 전개, 버거워하지 않고 스텝을 맞추며 빛나는 연기를 선보이고 있는 손현주, 고수, 이요원 외의 모든 연기자들. 이 모든 것들은 답답한 스튜디오 촬영과 다소 무거운 소재라는 단점을 충분히 커버하고도 남는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황금의 제국’은 8%의 시청률로 남기엔 무척이나 억울한 작품이다.

‘투윅스’ 역시 마찬가지다. 2주 동안의 이야기를 16부작으로 나눠 방송하는 신선한 시도,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지루함 없이 짜임새 있게 그려나가는 극의 전개. 이준기를 비롯, 박하선, 류수영, 김소연에 조민기, 김혜옥까지, 연기에 대한 몰입도로 치면 ‘황금의 제국’보다도 훨씬 많은 배우의 이름을 들 수 있다. 딸을 향한 아버지의 부정을 주제로 삼고, 거기에 액션, 스릴러, 멜로적 요소를 모두 담아냈다. 여성시청자들뿐만 아니라 남성시청자들까지 섭렵할 수 있는 장점들을 고루 갖춘 작품이 바로 ‘투윅스’다.

그런데 이 두 작품 모두 시청률 경쟁에 있어서는 2위 자리에 있다. 아직까지도 1위로 오를 가능성은 희박하기만 하다.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요즘 드라마 성적표에 ‘굿닥터’와 ‘주군의 태양’을 폄하할 이유는 없다. 이들 작품 역시 형편없는 막장드라마도 아니요, 시청률만 잡으면 된다는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작품들도 아니니까.

시청률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작품들의 질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2위를 달리고 있는 작품들의 수준이 너무나 뛰어나다는 것이 문제일 것이다. ‘굿닥터’와 ‘주군의 태양’은 시청자들을 만족시키는 많은 요소들이 배치되어 있는 작품들이다. 하지만 ‘황금의 제국’과 ‘투윅스’ 역시 그만큼의, 아니 그보다 더 월등한 요소들로 채워진 작품들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

엇비슷한 수준이 아닌, 두 배가 넘는 시청률 차이를 보인다는 것은 이제 2위 드라마에게는 마니아층만 남아있다는 뜻이며, 대부분의 시청자들이 이들을 져버렸다는 의미도 될 것이다. 시간이 흘러 우리에게 남는 작품은 작품성보다는 시청률이 높았던 드라마다. 연말시상식에서 수상하는 배우나 작품들을 봐도 그러하다. 시청률 2위는 결국 마지막에도 빛을 보지 못한다. 설사 그 작품의 매력이 차고 넘쳤다 할지라도 말이다.

그래서 많이 애석하다. 고수, 이요원, 손현주의 예리한 대립이, 이준기의 혼신을 다하는 질주와 조민기의 섬뜩한 추적이 그저 안타깝기만 하다. 그 어느 드라마들보다도 거센 ‘황금의 제국’과 ‘투윅스’의 달음박질에 붙여진 8%라는 저조한 시청률이야말로 그들에 대한 폄하가 아닐까 싶어서 말이다. 1등보다 월등한 2등을 바라보는 마음은 언제나 이렇게 짠한 것으로 그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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