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스크린에선 때 아닌 노출 열풍이 불고 있다. 외화 <투 마더스>가 노출 마케팅을 하고는 있지만 한국영화는 보다 더 뜨겁게 노출 열풍에 참여하고 있다. 처음 한국영화 가운데 노출 열풍이 불었던 분야는 공포영화다. 김창완이 사이코 의사를 연기한 <닥터>에서 김창완의 아내를 연기한 배소은이 과감한 베드신을 펼쳤다.

레이싱 모델 출신 구지성이 주연한 <꼭두각시>에서 구지성의 노출은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구지성을 대신하여 노출을 감당한 배우는 신예 한소영이었다. 교수 이종수를 짝사랑하는 여대생 역으로 나온 그는 침대에서 이종수와 과감한 정사 장면을 연기한다.

▲ 아티스트 봉만대. 골든타이드픽처스 제공
두 편의 공포영화에서만 노출이 펼쳐진 줄로만 알았는데 이제는 복날도 지나고 초가을로 이어지는 시점에서 노출 삼파전이 벌어지고 있다. <아티스트 봉만대>에는 두 명의 여배우가 노출 경쟁을 벌인다. 곽현화와 성은이다. 곽현화는 임필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 영화 첫 장면에서 먼발치로 노출을 선보인다.

극 후반부에서는 곽현화가 빠져나감으로 영화 촬영이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상황에서 성은이 곽현화를 대신하여 노출할 것을 결심하기에 이른다. 성은은 노출로 대중에게 이름 석 자를 알렸지만 장작 자신을 알려준 노출이 ‘독이 든 성배’로 바뀐 연예인이다.

<아티스트 봉만대>에서 성은은 자신이 노래도 잘하지만 실패했다고 하소연한다. 에로배우 성은은 존재하지만 가수로서의 성은으로 대중에게 알리는 데는 실패한 자전적인 경험을 영화 후반부의 대사로 관객에게 하소연하는 셈이다.

이는 현 시점의 클라라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야구장에서 레깅스 시구로 8년 동안의 긴 무명 생활에서 탈출한 클라라에게 있어 노출은 긴 무명 생활을 탈출하게 만든 신의 한 수로 작용했다. 하지만 앞으로 노출 이상의 것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대중에게 노출 배우로 각인되어버린 <아티스트 봉만대> 속 성은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 '일탈여행: 프라이빗 아일랜드' 포스터
<아티스트 봉만대>에 질세라 이번에는 <일탈여행: 프라이빗 아일랜드>가 도전장을 내민다. 첫 장면부터 모자이크가 등장할 정도로 관객의 야릇한 상상력을 자극한다. <일탈여행: 프라이빗 아일랜드>가 전부가 아니다. 9월에 개봉하는 <미스체인지>는 영혼이 뒤바뀌는 영화 <체인지>의 19금 버전으로 <꼭두각시>처럼 주연 여배우가 노출하는 것이 아니라 조연인 신유주가 베드신을 소화한다.

<아티스트 봉만대>와 <일탈여행: 프라이빗 아일랜드>, 한 주 간격으로 <미스체인지>가 <닥터>와 <꼭두각시>를 내세운 공포영화에 도전장을 내미는 모양새다. 할리우드의 물량 공세가 미치지 못하는 ‘틈새전략’으로 19금 노출을 감행한 셈인데, 정작 노출로 재미를 보지 못한 <닥터>와 <꼭두각시>보다 선전할 수 있을지가 궁금하다.

영화 플롯 가운데 꼭 필요한 노출일 경우에야 관객의 호응을 얻을 수 있겠지만 반대로 노출을 위한 노출이라면 그 결과는 뻔하지 않겠는가. 8월 말과 9월 초로 이어지는 ‘노출 삼국지’, 배우들의 노출이 어떤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게 될까.

늘 이성과 감성의 공존을 꿈꾸고자 혹은 디오니시즘을 바라며 우뇌의 쿠데타를 꿈꾸지만 항상 좌뇌에 진압당하는 아폴로니즘의 역설을 겪는 비평가. http://blog.daum.net/js7kei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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