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는 2008년 7월 1일 인터넷 포털 다음에 게시되어 있는 광고불매운동글에 대하여 삭제의 시정요구를 하였다. 그리고 이 결정은 인터넷 매체상의 표현의 자유와 소비자운동의 권리를 침해할 여지가 있다는 결정이란 점에서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과잉규제는 다양한 의견간의 자유로운 토론과 비판의 가능성 자체를 봉쇄하여 국가에 의해 언론과 사상의 자유시장이 왜곡될 우려가 있으므로 표현의 자유에 대한 통제는 최소한에 머물러야 한다. 특히 이번 방통심의위의 결정은 앞으로 인터넷 포털 회사들의 게시물 관리의 기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신중할 필요가 있었던 것이다. 이미 인터넷 포털 다음 등에서는 이번 삭제요구의 대상이 되었던 게시물과 유사한 형태의 게시물은 물론 단순 링크 게시글까지 무분별하게 삭제하고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방통심의위가 광고불매운동글 삭제요구의 근거로서 들고 있는 것은 이 게시글들이 정보통신윤리심의규정 제7조 제4호, 제8조 제4호 마목에서 규정하고 있는 ‘기타 범죄 및 법령에 위반되는 위법행위를 조장하여 건전한 법질서를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는 정보’, ‘기타 정당한 권한 없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내용’에 해당된다는 것이다. 또한 소수의견이기는 하지만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 제44조의2 ‘정보통신망을 통하여 일반에게 공개를 목적으로 제공된 정보로 사생활 침해나 명예훼손 등 타인의 권리가 침해된 경우’를 그 근거로 들기도 하였다.

▲ 동아일보 7월 2일자 3면
결국 광고불매운동 게시글에 대한 위법 논란은 광고불매운동 게시글을 인터넷에 게시하는 것이 업무방해죄 또는 명예훼손죄 등에 해당되어 정당한 이유 없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느냐에 관한 것이다.

하지만 이미 많은 법률전문가들이 밝히고 있는 것과 같이 광고불매운동 게시글을 인터넷에 게시하는 행위 또는 특정기업에 전화나 전자우편 등을 통하여 소비자로서의 본인의 의사를 전달하는 행위는 업무방해죄나 명예훼손죄 등에 해당되지 않는다.

업무방해죄가 인정되려면 허위사실의 유포 또는 위력으로서 타인의 업무를 방해한 사실이 있어야 한다. 광고불매운동 게시글은 허위사실이 아닌 일정한 사실과 그에 대한 개인의 의견으로 이루어진 글이므로 광고불매운동글의 게시가 허위사실의 유포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점은 분명한 일이다. 그렇다면 광고불매운동글을 게시하는 것이 위력에 해당되어야 한다는 말인데, 여러 명의 누리꾼이 공모하여 광고불매운동글을 게시하고, 특정기업에 찾아가거나 전화를 하는 등의 방법으로 해당 기업의 업무를 방해하였다면 위력에 해당될 여지가 있을지 몰라도, 이번 사건의 경우에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보도를 하지 않는 언론사의 행태 때문에 항의 차원에서 누리꾼들이 자율적으로 특정 신문에 반대하고, 소비자운동의 일환으로서 광고불매운동을 하기 위해 특정 신문에 광고를 게재한 기업이나 개인들의 명단을 인터넷에 게시하고, 이러한 취지에 동감하는 누리꾼들이 해당 기업에 전화나 전자우편을 통해 소비자로서의 본인의 의사를 전달하였을 뿐이다.

즉 특정 신문의 광고를 불매하자는 취지의 글을 올린 행위, 특정 신문에 광고를 게재한 기업에 소비자로서의 의사를 전달한 행위 등을 위력행위라고 보기 어려우며, 나아가 이러한 소비자들의 행위가 기업의 업무를 방해하였는지 여부도 의문이다.

특히 특정기업이 특정 신문에 광고를 게재하였다는 사실이 대중에게 알려지지 않은 사실도 아니고 이미 신문을 통해 널리 알려져 있는 사실이며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인터넷을 통해 해당기업의 전화번호나 전자우편주소 등을 알 수 있으니 광고불매운동글을 게시하는 행위가 업무방해죄에 해당된다고는 더욱 보기 어려울 것이다.

그리고 명예훼손죄는 불특정 다수가 알도록 사실 또는 허위사실을 사람의 사회적 가치 내지 평가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을 정도로 구체적으로 적시해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에 성립하는 범죄인데, 단순히 특정 신문 등에 광고를 게재한 기업들의 명단을 올리는 것은 이러한 글에 해당되지 않을 것이다.

상황이 이러하니 일부 심의위원은 “1차 보이콧은 소비자권리의 보장 차원에서 허용이 필요하지만, 2차 보이콧은 허용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는 현행법상의 근거가 없는 주장이다. 1947년에 제정된 미국의 태프트-하틀리법에서 2차 보이콧을 금지하고는 있으나 이는 노사관계법 규정이므로 이를 소비자 운동에 적용한다는 것은 납득하기 힘든 주장이다.

▲ '광고주 리스트 게시물'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삭제조치 결정을 다음이 게시물 등록자에게 보낸 통보문
이러한 점을 방통심의위 위원들도 의식하였는지, “평화적 상황이면 허용될 수 있는 글도 있지만 지금은 수십만명이 시위에 나서고 있는 특별한 상황”이란 점을 들어 삭제 요구의 정당성을 피력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는 결국 이번 결정이 법적 근거를 가지고 내린 것이 아니라 그 근저에 정치적인 의도가 있었다는 점을 자인하는 셈이 된 것이다.

더욱이 방통심의위가 광고불매운동글 삭제요구의 근거로서 들고 있는 규정들이 지나치게 불명확하여 앞으로도 이번 경우와 같이 해석하는 사람의 의도대로 국민의 표현의 자유가 침해될 여지가 있다는 문제점이 있다.

특히 방통심의위는 이번 결정을 내리면서 인터넷 포털 다음에 정보통신윤리심의규정 제7조 제4호, 제8조 제4호 마목에서 규정하고 있는 ‘기타 범죄 및 법령에 위반되는 위법 행위를 조장하여 건전한 법질서를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는 정보’, ‘기타 정당한 권한없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내용’에 해당되는 게시글(58건)에 대해서는 ‘해당 정보의 삭제’의 시정요구를」한다고 통보하였는데 이 내용만 봐서는 그 이용자들이 무엇이 문제되는 것인지를 도저히 파악할 수 없다. 게다가 이러한 법규의 불명확성, 결정 근거의 불명확성으로 인하여 이번 삭제결정을 통해 불이익을 받는 인터넷 이용자들은 법률상 보장된 이의신청의 권리도 제대로 행사할 수 없게 되는 문제점도 있다.

현대민주사회에서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은 따로 언급하지 않아도 누구나 인정하고 있는 부분이다. 즉, 표현의 자유는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를 현출시켜 정치 발전에 기여하고, 국민들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실질적인 방법 중 하나인 점에서 국민주권주의의 이념의 실현에 없어서는 안될 기본권인 것이다.

정보통신윤리심의규정도 이러한 점을 의식하여 제3조 심의기본원칙에 ‘최소규제의 원칙’, ‘공정성 및 객관성의 원칙’을 그 원칙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방통심의위의 삭제요구는 이러한 원칙에도 반하는 결정이다.

헌법재판소는 이번 사건과 유사하게 인터넷 이용자의 게시물 삭제가 문제된 사안에서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 제1항, 제2항 등이 위헌임을 선고(헌법재판소 2002. 6. 27. 99헌마480)하면서 “온라인매체상의 정보의 신속한 유통을 고려한다면 표현물 삭제와 같은 일정한 규제조치의 필요성 자체를 부인하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내용 그 자체로 불법성이 뚜렷하고, 사회적 유해성이 명백한 표현물 - 예컨대, 아동 포르노, 국가기밀 누설, 명예훼손, 저작권 침해 같은 경우가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 - 이 아닌 한, 함부로 내용을 이유로 표현물을 규제하거나 억압하여서는 아니된다. 유해성에 대한 막연한 의심이나 유해의 가능성만으로 표현물의 내용을 광범위하게 규제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와 조화될 수 없다.”고 판시한 바 있다.

위의 헌법재판소 판례에서도 밝히고 있는 것과 같이 표현의 자유에 대한 과잉규제는 다양한 의견간의 자유로운 토론과 비판의 가능성 자체를 봉쇄하여 국가에 의해 언론과 사상의 자유시장이 왜곡될 우려가 크다. 이러한 점을 감안하여 표현의 자유에 대한 통제는 최소한에 머물러야 하는 것이며, 따라서 방통심의위의 삭제요구는 명백한 유해 표현물에 국한되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이번 방통심의위의 삭제요구는 광고불매운동 게시글이 범죄가 되는지 여부에 대해서 학계 내에서도 이견이 존재할 정도로 쉽게 판단하기 어려운 부분임에도 내려진 결정이서 정보통신윤리심의규정 제3조 제1호에서 정한 '최소규제의 원칙'에 반한다고 할 수 있다. 오히려 광고불매운동 게시글은 명예훼손죄나 업무방해죄에 해당하기 어렵다는 것이 이번 심의에 대해 법률자문을 한 전문가 다수의 의견이다.

방통심의위는 MBC < PD수첩>의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프로그램에 대해서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의 공정성(제9조 제2항제3항) 및 객관성(제14조)의 준수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심의를 시작하였다. 또한 이번 삭제결정의 당사자인 인터넷 이용자들은 이의신청을 할 계획이라고 한다.

국민의 표현의 자유는 자신의 사상과 의견을 외부로 공표할 수 있는 권리로서 건전한 민주주의 사회를 위해 없어서는 안 될 기본권이다. 지금이라도 방통심의위는 정치적 의도를 배제하고 위원회의 본연의 임무 - 방송 내용의 공공성 및 공정성을 보장하고 정보통신에서의 건전한 문화를 창달하며 정보통신의 올바른 이용환경 조성(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 제18조) - 에 맞도록 올바른 결정을 하여야 할 것이다.

나아가 이번 기회에 심의규정의 불명확성과 같은 위헌적 요소를 정비하여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제도적 정비를 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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