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 사진이 적잖이 '연출'된다는 건 업계에선 상식이다. 사진 연출이 저널리즘 규범을 어겼다고 말하는 것은, 옳을 수는 있으나 현실적으로 타당하지는 않다. 사진 속 인물에게 포즈를 취하게 하는 것도 엄밀한 의미에서 연출이다. (▶ 참조 : 중앙, 차라리 ‘인위적 실수’라고 하라) 연출을 했느냐 안 했느냐보다 훨씬 중요한 건 연출의 의도와 정도다. 정해진 기준이 있을 수 없으나, 상황과 맥락에 따라 상식적인 판단은 가능하다.

여기, 독자 여러분에게 <미디어스>의 연출 사진을 공개한다.

▲ 2007년 10월 8일 미디어스 '사진 에세이' 기사 앞부분
2007년 10월 8일에 올린 '사진 에세이'다.(▶참조: 올해 몇장의 음반을 사셨습니까?) 음반 가게 내부를 찍은 이미지 컷이다. 사진 설명은 없다. 사진 속에서 후측면이 노출된 인물은 미디어스 기자였다. 이 사진이 보도 윤리를 얼마나 어겼는지, 독자 여러분도 상황과 맥락에 따라 상식적인 판단을 해보시기 바란다.

<중앙일보>가 10일 미국산 쇠고기 사진 조작 사건에 대한 경위 조사 결과를 밝혔다. 현장기자의 보도 윤리 위반은 인정했지만, 이것이 신문에 실린 건 부작위이자 불가항력이었다고 한다.

"사진부 내근기자는 이 사진에 아는 얼굴이 없어, 손님들이 들어온 뒤 찍어보낸 사진으로 잘못 알고 출고했습니다.…편집국에는 많은 야근자가 있었지만 역시 사진의 문제점을 잡아내지 못했습니다. 경제부문 기자는 뒷모습만 노출돼 동료기자들도 누군지 알 수 없었고, 인턴은 근무한 지 이틀밖에 안 돼 알아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중앙일보 10일치 2면)

놀랍게도 문제의 사진은 미디어스의 사진과 정확한 대칭구도다.

▲ 중앙일보 7월5일치 사진기사
사진 속 경제부문 기자가 후측면 모습(중앙일보는 '뒷모습'이라고 표현한다.)으로 노출됐다는 점이 중앙일보 내부의 부작위와 불가항력의 주요 근거다. 정말 동료들조차 못 알아봤을까? 이 또한 독자 여러분들이 판단하시길 기대한다. 미디어스 연출사진에 붙은 독자 댓글을 소개한다. 동료는 아니지만 사진 속 기자를 아는 독자들이 올린 글로 추정된다.

▲ 2007년 10월 8일에 올린 미디어스 '사진 에세이' 기사 뒤에 붙은 독자 댓글
참고로, 전국 단위 일간지는 초판이 나온 뒤 편집국장이 주재하는 데스크 편집회의를 열어, 신문 첫면에서부터 끝면까지 꼼꼼히 훑으며, 오자까지 찾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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