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앙일보의 사진조작 기사에 대한 논평 -

오늘(8일) 중앙일보가 2면에 <독자 여러분께 사과드립니다>라는 ‘정정보도’를 냈다. 지난 5일 중앙일보 9면에 실린 사진이 “연출”됐다는 것이다.

문제의 사진은 두 명의 여성이 음식점에서 미국산 쇠고기를 굽고 있는 모습을 담고 있으며, “미국산 쇠고기가 정육점에 이어 일반 음식점에서도 4일 판매가 시작됐다. 서울 양재동의 한 음식점을 찾은 손님들이 구이용 쇠고기를 굽고 있다”는 설명이 붙어 있다.

그런데 오늘 중앙일보의 ‘정정보도’에 따르면 사진에 실린 두 명의 여성이 한 명은 중앙일보 경제부 기자, 또 다른 한명은 인턴기자라는 것이다.

사진 “연출”에 대해 중앙일보는 △기자들이 도착했을 때는 이른 저녁 시간이라 손님이 없었고 마감시간 때문에 일단 연출 사진을 찍어 전송했다 △이후 6시가 넘어 들어온 손님들에게 사진 취재를 요청했으나 당사자들이 모두 사양했다 △그러나 손님들이 모두 미국산 쇠고기를 주문하는 상황을 독자들에게 전달해야 한다고 판단해 “연출”사진을 실었다고 ‘해명’했다.

언론보도들을 종합해보면 중앙일보는 문제의 사진이 “연출”됐다는 제보가 다른 언론사에 들어가고, 이를 추궁하는 취재가 이뤄지자 급히 ‘정정보도’를 낸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중앙일보의 ‘정정보도’를 접하며 이렇게까지 하면서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여론을 만들어내야 하는 중앙일보 직원들에 대해 측은함을 느낀다.

그동안 중앙일보는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을 거듭 강조하면서 정부 입장에 힘을 실어주고, 촛불집회를 폄훼해 왔다. 이런 중앙일보로서는 미국산 쇠고기의 유통이 시작되면 소비자들이 앞다투어 미국산 쇠고기를 구매해주기 기대했을 것이다. 아무리 그렇다 해도 기자가 손님인 듯 사진을 찍어 미국산 쇠고기가 유통되자마자 잘 팔리고 있는 현장으로 보도한 것은 어떤 ‘해명’을 내놓아도 명백한 여론조작이다. 독자들에게 “이렇게 미국산 쇠고기가 잘 팔리고 있으니 안심하고 먹으라”는 메시지를 준 것 아닌가? 우리는 이런 조작이 과연 기자 개인 차원에서 이뤄졌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다.

중앙일보의 ‘정정보도’만으로는 현장 취재에 나선 기자가 “연출” 사진을 싣고 책임 있는 간부들이 그 사실을 몰랐던 것인지, 아니면 중앙일보 편집국의 조직적인 판단에 따라 “연출” 사진이 실린 것인지 알 수 없다. 그러나 후자의 경우는 물론 전자의 경우라 해도 중앙일보는 독자들의 비난을 면할 수 없다. 단지 “연출” 사진을 알아채지 못했다는 것만 문제가 아니다. 중앙일보의 어떤 조직 문화가 기자들로 하여금 언론윤리를 저버리면서까지 ‘회사 논조’에 맞춘 “연출” 사진을 만들었는지 성찰할 일이다.

중앙일보가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 재벌과 부동산 부자 등 기득권 계층에 유리한 보도를 하고 있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아무리 기득권 계층과 자사의 이익을 위해 신문을 만든다 해도 사진까지 조작하는 무리수는 쓰지 않기 바란다. 이런 신문이 한국사회의 ‘메이저 신문’이라는 사실에 우리가 너무 부끄럽기 때문이다.

2008년 7월 8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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