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보고 싶지 않던 장면을 보고야 말았다. 투윅스 6회 마지막 장면은 꿈에 볼까 두려운 장면이었다. 분노와 안타까움에 발을 동동거려야 했다. 문일석(조민기)가 수진(이채미)의 병실에 찾아왔고 상대가 어떤 존재인지 알 턱이 없는 천진난만한 수진이 블라인드를 끌어올리자 드러난 문일석의 야비한 미소는 섬뜩하다 못해 오금이 저릴 지경이었다. 아빠가 장태산이라고 묻는 문일석의 질문에 너무도 행복한 표정으로 그렇다고 대답하는 장면은 악마와 천사가 따로 없었다.

임승우(류수영)의 총에 맞아 절벽 아래로 떨어진 태산은 우연히도 과거에 목숨을 살려준 과거 조폭두목(천호진)을 만나 구사일생으로 목숨을 건지게 된다. 게다가 총도 치명상을 피해 태산이 죽는 것보다 두려운 감염 문제도 걱정하지 않아도 될 상황이다. 그리고 둘 사이의 약간의 갈등이 벌어지지만 결국은 독초를 사용해 전혀 다른 얼굴로 위장하는 방법을 배워 무사히 검문을 빠져나와 서울로 들어오게 된다.

사실 이 에피소드는 위험요소가 매우 컸다. 사극에서 혹은 무협지에서 흔히 나오는 절벽 낙하 후 기연을 만나 목숨을 구하는 너무도 흔한 클리셰다. 거기다가 과거에 목숨을 살려준 기가 막힌 인연까지 더해지면서 리얼리티를 떨어뜨렸다. 그러면서 자살한 태산 어머니에 대한 회상이 다시 반복되는 것도 다소 지루한 일이었다. 차라리 클리셰를 피할 수 없다면 급류에서 장태산이 악전고투 끝에 뭍에 올라 의사 혹은 수의사라도 만나서 상처를 치료하고 도움을 받는 식이면 어땠을까 싶다.

어차피 탈주범의 행적에는 이런저런 도움이 많을 수밖에는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우연히 태산을 돕는 사람이 반복될수록 드라마의 긴장감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그렇기 때문에 임승우가 됐든 박재경(김소연)이 됐든 하루 빨리 사건의 진실을 알아 태산과 힘을 합쳐 문일석과 조서희(김혜옥)와 맞서는 구조가 필요하다. 천명에서 확인된 것처럼 요즘 시청자는 전형적인 도망자의 모습에는 쉬이 지쳐버린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중복은 없다고 할 수 있다. 전개상의 옥에 티라 할 수 있는 절벽 투하와 기연의 만남도 그럭저럭 빠른 전개를 통해 진부함을 최대한 덜어내려는 노력을 보였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박재경이 마침내 장태산과 서인혜(박하선)의 관계를 알아내어 도청까지 하게 된 것은 드디어 그토록 원하던 태산의 편에 서줄 우군의 등장을 알리는 나팔소리였다. 이제는 세 번씩이나 문일석에게 당했던 태산이 아버지의 이름으로 모든 것을 되갚아줄 반전의 기회를 잡게 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곧바로 문일석과 조서희를 철창에 가둘 수는 없겠지만 태산이 반격을 시작하기에는 딱 적당한 시점이다. 문일석이 수진을 찾아온 것은 절대로 보고 싶지 않은 최대의 위기 상황이지만 그 반전의 동기를 주기 위한 극적 장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복선이 아니라면 이 장면은 시청자를 괴롭히는 가학일 뿐이다.

수진이는 딸바보 태산만큼이나 아빠바보다. 방사선 치료를 받고 나와 괴로운 상태에서도 숨어있는 태산을 바라보자 환하게 웃을 정도로 아빠가 좋다. 엄마를 보면서 가겠다는 핑계로 휠체어에 거꾸로 앉아 엄마를 안으며 환하게 웃는 모습은 가슴이 철렁할 정도로 예쁘고 아팠다. 그 잠시라도 아빠의 모습을 놓치지 않으려는 것이지만 마치 아빠 대신 엄마를 안아주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상자 속에서 튀어나와 천만 관객을 울린 갈소원 이후 가장 치명적인 미소를 보는 순간이었다.

애가 사람 잡는다. 이토록 착하고 예쁜 딸이기 때문에 매일 바보처럼 울기만 하는 태산의 마음이 이해가 되고 또 몰입도 잘 된다. 투윅스에는 아주 독특한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도망 중의 태산이 종종 딸 수진과 대화하는 장면이다. 환상도 아니고 회상도 아닌 신기한 아빠와 딸의 대화는 독특한 만큼 임팩트가 강하다. 오래전부터 부녀사이였던 것처럼 덤덤하게 대화하는 모습이 오히려 아프게 한다.

그런 수진의 병실에 찾아온 문일석의 야비한 미소가 내내 마음에 걸린다. 이 위기를 어떻게 벗어나게 될지 결과를 알 수 있는 다음 주를 기다려야 하는 일주일이 잔인할 뿐이다.

매스 미디어랑 같이 보고 달리 말하기. 매일 물 한 바가지씩 마당에 붓는 마음으로 티비와 씨름하고 있다. ‘탁발의 티비 읽기’ http://artofdie.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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