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한나라당 심재철 의원이 KBS 이사로 재직중인 한국여성단체연합 남윤인순 대표를 두고 "광우병 대책회의 활동을 계속할 거면 이제라도 KBS 이사직을 내놓고 해야한다"고 발언한 것과 관련, 시민단체의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9일 오전 11시 30분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 앞에서 '심재철 의원의 '남윤인순 KBS 이사 사퇴 주장' 규탄' 기자회견을 갖고 "심재철 의원은 남윤인순 대표의 광우병 대책회의 활동을 비난하기에 앞서 자신의 처신부터 돌아보기 바란다"며 강하게 비난했다.

▲ 광우병 국민대책회의는 9일 오전 11시 30분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 앞에서 '심재철 의원의 '남윤인순 KBS 이사 사퇴 주장'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송선영
이들은 "심재철 의원은 남윤인순 이사가 시민·사회단체 대표로서 광우병 대책회의 활동을 하는 것이 'KBS 이사'로서 결격 사유가 되는 것처럼 말했지만 이는 악의적 왜곡"이라면서 "KBS 이사회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도 없이 남윤인순 이사에게 '사퇴'를 운운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방송법 어디에도 KBS 이사가 시민단체 활동을 하는 것을 금지하는 조항이 없다"면서 △KBS 이사회는 KBS 경영에 관한 최고의결기관(방송법 4장 제46조①)이고 △이사들은 각계 대표성을 반영해 임명되며(방송법 4장 제46조③) △이사회는 공영방송 경영에 대한 '사회적 감시' 역할을 하는 기구이며 △이사들은 3년의 임기를 법으로 보장 받는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민주언론시민연합 박석운 공동대표는 "한나라당이 무엇을 잘못 먹었는지 맛이 갔다. 촛불을 음해하고 흠집 내려는 데 광분하고 있다"면서 "심 의원은 수년 동안 언론과 관련해 일한 국회의원으로서 방송법도 모르냐"며 맹비난했다.

박 대표는 "그 정도도 모르고 국회의원을 했다면 당장 그만둬야 하고 만약 알면서도 이런 소리를 한 것이라면 천벌을 받을 것"이라며 "국민들이 심 의원의 발언을 엄하게 문책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PD연합회 양승동 회장도 "방송법을 모르시는 분이 심 의원의 발언을 들었다면 그럴듯 하게 들었을 테지만 KBS 이사는 KBS 프로그램과 뉴스에 관여할 수 없다"면서 "KBS 이사는 방송 공공성에 대해 고민하는 외부 인사"임을 강조했다.

양 회장은 "심 의원이 지적한 남윤인순 이사 보다 오히려 한나라당에서 추천한 일부 KBS 이사들이 KBS를 이명박 정권에 갖다 바치려 하고 있다"면서 "한나라당이 이 같은 일을 계속 방치한다면 지지율이 10%대로 떨어지게 될 것이다. 국민들이 심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국학교급식네트워크 배옥병 대표도 "국민 건강권을 염려해 검역 주권을 회복하자며 재협상을 촉구하는 것이 무엇이 잘못되었느냐"고 반문한 뒤 "심 의원은 무슨 권한으로 남윤인순 대표에게 KBS 이사를 물러나라는 말을 할 수 있느냐"고 비판했다.

배 대표는 "KBS 이사 사퇴를 운운하기 전에 먼저, 이명박 정부는 국민의 밥상을 내몬 것에 대해 사과해야 하고 심 의원 역시 이 땅의 여성들 앞에 정중히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송선영
이들은 <대책회의 음해 공영방송 장악시도를 즉각 중단하라>는 제목의 기자회견문에서 "정부의 졸속 협상을 비판하고 광우병 안전대책을 요구하는 국민들에게 '광우병 쇠고기도 살코기는 안전하다'는 발언을 하는 것이야말로 국회의원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처신"이라고 지적했다.

이들은 "심 의원이 남윤인순 대표와 광우병 대책회의를 연결시켜 '사퇴'를 운운하는 것은 광우병 대책회의를 흠집내려는 시도일 뿐 아니라 KBS 이사회를 장악해 정연주 사장을 쫒아내고 나아가 공영방송 KBS를 장악하기 위한 의도에서 비롯되었다"고 비난했다.

아울러 이들은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이 민심을 외면한 채 공영방송을 장악하고 시민사회에 대한 탄압으로 위기를 돌파하려 든다면 기다리는 것은 국민의 심판 뿐"이라며 "광우병 대책회의에 대한 음해와 공영방송 장악시도를 당장 중단하라"고 경고했다.

한편 기자회견 도중 차량에서 내린 심재철 의원이 한나라당 당사로 들어가면서 굳은 표정을 지어 참석자들의 실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또 경찰은 기자회견 참석자보다 더 많은 전경들을 기자회견에 배치, 결과적으로 '전경들과 함께하는' 기자회견이 됐다.

심 의원 발언과 관련해 민주언론시민연합은 8일 <심재철 의원, 국민이 KBS를 지킬 것이다>는 논평을 내어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이런 민심을 읽지 못하고 공영방송 장악 시도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국민들로부터 혹독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며 "심재철 의원은 지금이라도 이명박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 시도에서 발을 빼고 국민의 분노를 키우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 그나마 현명한 처신"이라고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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