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 PD수첩>이 '조작·편파방송'을 했다며 연일 비난에 가까운 여론몰이를 해왔던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정작 중앙일보의 사진 조작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문제를 계기로 '왜곡언론'이라는 사회적 비판이 광범위하게 확산되고 그 덕분에 '광고주 불매운동'이라는 소비자운동의 대상으로 떠오른 세 신문사가 '조중동'이라는 이름값을 톡톡히 하고 있다.

▲ 중앙일보 7월 9일자 사고
"본사는 '미국산 쇠고기 1인분에 1700원'(본지 7월 5일자 9면) 제목 기사에 연출 사진이 게재된 경위를 독자 여러분께 명백히 밝히겠습니다. 사내의 진상조사팀이 조사한 구체적 내용을 금명간 지면을 통해 독자 여러분께 알릴 것입니다. 동시에 징계위원회를 열어 관련자의 책임을 묻겠습니다. 이같은 잘못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철저한 재발 방지책도 마련하겠습니다." (중앙일보 7월 9일 1면 사고)

사진 기사 조작으로 물의를 빚은 중앙일보가 9일자 1면 하단에 '연출사진 게재경위 금명간 밝히겠습니다' 제목의 사고를 냈다. 8일 사진 조작 사건을 '자진납세' 하면서 사과한 경위보다 더 구체적으로 독자들에게 밝힐 내용이 있는 모양이다. 진상조사팀을 꾸렸고 징계위원회도 연다고 하니 어느 선까지 관련자의 책임을 물을 지도 주목된다.

<미디어스>가 7일 중앙일보를 상대로 관련 취재에 들어가고 누리꾼들 사이에서도 의혹이 제기되자 중앙일보는 8일자에 '사과문'을 내고 '연출' 사실을 시인하기에 이르렀다. 다른 언론을 통해 사진 조작 사실이 탄로나기 전에 먼저 실토를 하는 것이 상황을 돌파하는데 유리할 것이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조작'이 아닌 '연출'이란 프레임으로 여론을 무마하려는 속내도 읽힌다.

▲ 중앙일보 7월 8일자 2면
중앙일보가 이틀 연속 사고를 내며 사태수습에 나선 것만 봐도 사안의 심각성이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다. 독자를 상대로 사진을 조작한 행위는 취재윤리 차원에서 변명할 여지가 없다. 게다가 조중동이 < PD수첩>을 향해 일갈했던 논조를 그대로 적용하자면 이것은 '극악무도'한 '범죄' 행위다. 사실보도를 생명으로 하는 언론사가 자사 기자와 인턴기자를 손님으로 둔갑시켜 거짓 보도한 것은 독자들을 기만한 사기행각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산 쇠고기 문제를 둘러싼 뜨거운 논란이 우리 사회를 온통 뒤흔들고 있는 상황에서 자사 기자를 '미국 쇠고기 먹는' 손님으로까지 둔갑시켰으니 무리하게 여론몰이를 하려는 언론사의 '의도성'을 의심하고 지적할 수밖에 없게 만든다. MBC와 KBS를 겨냥해 "(쇠고기 문제와 관련) 국민이 거짓과 선동을 물리쳐야 한다"고 강변하던 지난 2일자 동아일보 사설이 이 사건과 겹쳐지는 이유다.

하지만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의 9일자 지면에는 중앙일보 사진 조작 사건에 대한 어떤 기사도 찾아볼 수 없다. 철저한 침묵을 통해 '동업자' 정신이 무엇인지 또한번 확실히 보여줄 뿐이다. '조작편파' '왜곡편집' '짜깁기' 등의 수법으로 우리 사회를 엄청난 혼란에 빠뜨렸다며 MBC < PD수첩>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던 '비판'의 기준은 '조중동'의 중앙일보에는 해당되지 않는 모양이다.

▲ 조선일보 7월 7일자 8면
2일자 같은 사설에서 "(촛불집회에) 동조하는 매체들은 과격 폭력시위에는 눈감은 채 경찰의 대응만 집중적으로 부각해 국민에게 거짓 정보를 주입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던 동아일보는 기자를 손님으로 가장해 미국산 쇠고기 음식점이 마치 성황인 것처럼 보여질 수 있게 상황을 왜곡한 조작 보도에는 왜 눈을 감는가.

지난달 27일자 기사에서 '07년 1월 일본 간사이TV에서 실험데이터를 조작한 사건이 드러나 프로그램이 즉시 폐지되고 사장은 사임한 사례'를 보도하고, 사설에선 '날조 TV'라며 MBC < PD수첩>과 KBS <시사투나잇>을 압박했던 조선일보는 왜 중앙일보의 조작 보도에는 침묵하는가. 이처럼 대상에 따라 비판의 잣대가 달라지고, 필요에 따라 아예 '없는 일인 척' 눈감아 주는 태도는 '비평자'로서의 기본을 저버린 행위다.

▲ 중앙일보 7월 7일자 10면

물론 수없이 많은 사건들 가운데 지면에 담기는 뉴스는 일부다. '취사선택'을 행사할 편집권은 해당 언론사의 고유 권한이다. 그렇지만 '조중동'이 그동안 < PD수첩>을 필두로 KBS와 MBC를 향해 쏟아낸 기사를 떠올리면 의아해질 수밖에 없다.

일부 언론의 잘못된 보도가 우리 사회를 얼마나 큰 혼란에 빠뜨릴 수 있는가를 꾸짖는데 지면을 대대적으로 할애해왔던 '조중동'이 아니었나. 그런데도 중앙일보의 사진 조작처럼 극명한 사건이 드러났는데도 침묵하는 것을 독자들이 곱게 받아들일 수는 없다. 결국 남의 문제는 가급적 부풀려 질타하고, 자신(또는 자신과 같은 편)의 문제는 축소하거나 덮어버리는 비겁한 이중태도는 언론으로서의 자격을 스스로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최근 KBS와 MBC 등 언론과 관련해 '조중동'이 써온 기사와 사설이다. 이번 중앙일보 사진 조작 사태를 계기로, 스스로를 비춰보는 거울로 삼길 청한다. 독자들에게, 그리고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국민의 자산인 전파를 이용해 잘못된 보도를 했으면 어떤 형태로든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하다" (동아일보 7월 9일 사설 <MBC 민영화 안한다면 진실보도 할 건가>)

"미디어포커스는 잘못된 사실과 왜곡된 논리로 조중동을 집중 비판하고 KBS 문제점에 대해서는 눈감는, 자사 이기주의의 극단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조선일보 7월 7일 <좌파언론엔 눈감는 KBS '미디어포커스'>)

"진실은 위축되고 거짓이 판을 치고 있다. 괴담이 과학을 이기고 허위가 진실을 누르는 사회가 바른 길로 갈 수는 없다. 누가 무엇 때문에 이런 비정상을 조장하는가. 이른바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와 MBC KBS를 비롯한 일부 매체, 그리고 인터넷 포털이 그 중심에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이들의 선동에 다수 국민이 현혹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동아일보 7월 2일 사설 <국가 정상화 위해 국민이 거짓과 선동 물리쳐야>)

"대한민국 한복판을 무법천지로 만들던 날에도 시위 현장에서 사라져버린 시민들을 억지로 끌어다 경찰 과잉진압에 시민이 맞선다는 공식을 정해놓고 보도하고 있다." (조선일보 7월 1일 사설 <KBS MBC가 전경 어머니들 마음을 매일 밤 인두로 지져댄다>)

▲ 조선일보 6월 27일 5면
"제작진 의도에 맞춰 내용을 조작하거나 연출한 일본 방송사에 대해서는 가혹할 만큼 엄격한 처분이 내려진다." (조선일보 6월 27일 <일선 실험 조작한 프로그램 폐지…사장 사임>)

"우롱당한 국민들이 이들 TV가 공영의 가면 속에 감춘 진짜 얼굴이 무엇인지 묻게 되는 때가 올 수 밖에 없다." (조선일보 6월 27일 사설 <'미국 쇠고기=광우병' 날조 TV 어찌해야 하나>)

"사실에서 출발해 결론을 도출하기보다 미리 방향을 정해 놓고 끼워 맞추기식 취재를 하며, 중립성보다 입장을 중시하는 PD저널리즘의 문제점이 드러났다는 것이다." (중앙일보 6월 26일 <PD신념만 강조…도마오른 'PD저널리즘'>)

"최근에는 의도된 결론에 꿰맞추는 듯한 보도로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PD수첩의 광우병 보도는 결론을 정해놓고 '팩트(사실)'를 짜깁기한 보도의 전형을 보여준다." (동아일보 5월 21일 사설 <PD저널리즘의 무책임성을 보여준 PD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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