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고백한다. <땡큐>같은 프로그램을 없애고, 그 자리를 얼마나 대단한 프로그램을 앉히려나? 이런 고까운 심정으로 파일럿 프로그램 첫 방송을 지켜보았다. 게다가 이미 <나는 가수다>의 명멸을 지켜보았고 <불후의 명곡>의 선전에 박수를 치는 입장에서, 또 하나의 서바이벌의 존재 자체에 대해 회의적이었다. 선후배의 콜라보레이션이라고 할 때, 이젠 하다하다 별 걸 다 궁리해낸다고 궁시렁거리기까지 했다.
그런데 <슈퍼매치>의 첫 방송을 본 느낌은 ‘어라, 이 프로그램 생각보다 재미있는데?’였다. 무엇보다 <슈퍼매치>란 프로그램이 새 프로그램임에도 불구하고 날 것의 생경한 느낌 대신, 마치 여태 꽤나 해왔던 프로그램인 듯 익숙한 느낌을 주는 건 (물론, 이 문장엔 상대적으로 신선하지 않단 의미도 내포할 것이다) 이휘재, 김구라 두 MC에 기인한다.
이미 호흡을 맞춰 본 경험에, 음악과 관련된, 그것도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해본 경험을 지닌, 게다가 나이에 맞게 폭넓은 연예계 인맥을 자랑하는 두 MC는, 아마도 양희은을 모시라고 나를 MC 시켰을 거라는 이휘재의 너스레에서, 이제 막 데뷔 2개월 차의 김예림이 첫 인상 투표에서 그 누구의 선택을 받지 않자 자신도 어려운 인생을 살아왔다며 솔직하게 토닥이는 김구라까지, 그 어떤 게스트의 등장도 낯설지 않게 어우러지게 만드는 장기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결국은 서바이벌 프로그램이지만 <슈퍼매치>는 가수들의 경연이란 본질을 내세우기보다는, 선후배의 캐릭터를 만들고 콜라보레이션을 하기 위한 과정을 부각시킴으로써 또 하나의 서바이벌이란 진부한 컨셉을 피해간다.
그 과정을 통해 시청자들은 자연스레 프로그램에 몰입하여 이 선배와 저 후배의 조합을 예상해 보고, 마지막에 선택된 조합의 콜라보레이션에 기대를 가지게 된다. 분명 또 하나의 경연임에도 <슈퍼매치>의 첫방을 보면 그런 선입관을 사라지고, 새로운 조합이 만들어낼 시너지를 기대하게 되는 것이다.
<나는 가수다>의 아류라 불리던 <불후의 명곡>이 운영의 묘를 통해 아직까지 건재하듯, <슈퍼 매치> 역시 잘만 운영해 나간다면 꽤나 흥미로운 프로그램이 될 것이란 기대가 생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파일럿 첫 방송의 성적은 저조하다. 이미 그 시간대 터줏대감으로 자리잡은 <나 혼자 산다>의 아성을 무너뜨리기엔 <슈퍼 매치>가 낯설기도 하거니와, 이제 막 시작된 신인들의 감동 신화 <슈퍼스타K5>의 기적을 넘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하지만, 프로들의 콜라보레이션도 무궁무진한 가능성이 보인다. 파일럿을 넘은 <슈퍼매치>의 존속도 기대해 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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