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선이 끝난 직후 "우리도 방송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야권 지지자들 사이에서 적지 않았다. 정권에 의해 통제된 공영방송, 그리고 조중동 종편채널이 여권에 유리한 프레임으로 정치 이슈를 보도했기 때문에 패배했다는 평가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이후 '기울어진 운동장'을 제대로 되돌려야 한다는 위기감은 새로운 대안 매체 등장에 촉매와 같은 역할을 했다.

'미디어협동조합'은 이러한 열망이 뭉쳐져 만들어진 협동조합이다. 지난 3월 창립총회를 통해 협동조합으로 출범한 이들은 현재 '국민TV 라디오'를 통해 데일리 라디오 팟캐스트 방송을 하고 있다. 7월 중순에는 인터넷 신문을 만들었다. 현재 조합원은 18,000여 명에 달한다. 만 5개월이 지난 현재 이들은 어디까지 왔을까?

▲ 국민TV 미디어협동조합 ⓒ미디어스

<미디어스>는 지난 12일 조상운 미디어협동조합 국민TV 사무국장을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위치한 국민TV 사무실에서 만났다. 조상운 사무국장은 국민일보 해직기자다. 조 사무국장은 국민일보 노조위원장 시절인 2011년, 사주인 조용기 목사 일가를 비방했다는 이유로 해고당했다. 1심에서 법원은 "부당 해고"라고 결론 내렸지만 사측이 항소해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그에게 먼저 만 5개월 동안 국민TV에 어떠한 변화가 있었는지 물었다.

지난 5개월은 조합원을 본격적으로 모집하는 시기였다. 5개월을 살펴보면, 창립총회가 있었던 3월에 가입한 조합원이 제일 많다. 이후 하루에 70명씩 늘었다. 예비 조합원까지 포함하면 일 평균 85명 정도 된다. 상근하는 임원과 제작진은 모두 12명이다. 3명을 더 채용할 예정이다. 현재는 영상물 자체를 만들고 있지 않다. 대의원 총회와 이사회에서 더 많은 논의가 필요하지만, '출자금을 완료한 조합원 수가 3만 명 정도 됐을 때 영상물 제작과 방송이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부적으로는 하고 있다.

앞으로 더 많은 논의로 변경될 가능성이 있지만, TV 방송을 하게 되면 월 조합비 만 원은 일종의 시청료로서 기능하게 될 것이다. 3만 명이 100% 완납하실 것 같진 않고, 보수적으로 보면 이 중 60-70% 정도 가 시청료를 납부하시지 않겠나. 그렇게 보면 2만여 명이 납부하신 2억 정도가 경상경비가 될 것이고 이에 광고 수익이 더해진다면 인건비나 프로그램 제작비를 충당할 수 있을 것이다.

▲ 조상운 미디어협동조합 국민TV 사무국장 (국민TV)

방송사업자로의 진출은 상당한 규모의 자금이 필요하다. 또 방송인허가권은 정부가 쥐고 있다. 이에 국민TV의 김용민 PD는 지난 3월 자신의 블로그에 "국민TV는 셋톱박스(TV수신용 시청기기로, 방송 전송망과 TV수상기를 연결해 방송을 시청할 수 있도록 중계역할하는 도구)를 통한 TV송출방식으로도 현실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조상운 사무국장과 방송 송출 방식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국민TV는 애시당초 '셋톱박스'로 송출할 것이라고 얘기를 했다. KBS를 안테나로 수신해서 보는 사람은 5% 미만이다. 기술적으로 본다면 KBS 방송을 대다수의 시청자들이 SO의 셋톱박스로 보고 있다. 이와 같이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셋톱 박스를 통해 국민TV 뉴스를 보실 수 있을 거다. 이와 관련해서는 내부적으로 기술적 검토를 마쳤다. 어떻게 송출할 것인가 문제는 고민하고 있지 않다.

방송 제작을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조합원'이다. 조합원을 늘리기 위해 촛불집회가 있을 때마다 가두홍보를 통해 국민TV를 알리고 있다. 앞으로는 지역별 협의회를 활성화해 지역별로 '조합원 배가 운동'을 기획할 것이다. 서울 같은 경우 구마다 지역별 협의회를 만들어, 조합원들 스스로가 미디어협동조합을 알리고 조합원 모집도 할 것이다.

문성근 전 민주당 대표는 1일 자신의 SNS에 "뉴스타파, 국민TV, 고발뉴스, 팩트TV 관계자께, '조금 달라도 어깨동무 하기' 제안 드립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문 전 대표는 각사가 보유한 시설, 장비를 공동활용하고 공동 '인트로 페이지'를 창설하는 등 대안 매체의 통합과 연대를 강조했다. 조상운 사무국장도 이에 동의했다.

미디어협동조합의 이사회와 경영진들도 유사한 성격의 대안 매체들이 되도록이면 통합·연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생각에 공감하고 있다. 비유를 하자면, 정치권에서도 야권연대를 한다. 이는 하나로 통합됐을 때 맞설 수 있는 힘이 생기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미디어환경에 대해서도 같은 관점에서 보실 것이다. 조합원을 모집하기 위해 시청 광장 같은 곳에 나가면 많은 분들이 국민TV, 뉴스타파, 고발뉴스, 오마이뉴스 10만인클럽, 프레시안 협동조합 등을 거론하시며, 너무나 분산돼 있다, 통합이 필요하지 않느냐는 말씀을 하시곤 한다.

▲ 문성근 전 대표는 지난 1일 SNS를 통해 독립 언론들의 통합과 연대를 제안한 바 있다.

현재로써는 각 매체들이 처한 입장도 있을 것이다. 또 색깔도 각양각색이다. 각 매체가 가진 장점을 희석시켜서 합치자는 이야기가 아니라, 각자의 특징을 살리되 연대와 통합과 같은 큰 텐트 안에 모여서 언론의 지형 변화를 모색하는 시도가 필요하지 않느냐는 말이다. 미디어협동조합이 5만, 10만의 규모라면 자연스럽게 연대와 통합 요구에 대한 논의를 꺼냈을 것이다. 그러나 아직은 라디오방송, 인터넷뉴스에 국한돼 있기 때문에 선두에 나서서 적극적으로 말하기엔 시기상조 아닌가 한다.

대안 매체의 통합론에 대한 반발도 만만치 않다. 문성근 전 대표의 트윗 이후 최경영 <뉴스타파> 기자는 자신의 SNS에 "만약 하나가 사고를 낸다면, 정파적이라고 공격을 받는다면, 그놈이 그놈이라 욕을 먹는다면, 그래서 결국 신뢰를 상실한다면?"이라며 "언론은 세의 규합이 아니다. 언론을 정치처럼 생각하지 말아달라. 똑같이 나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 이에 최경영 '뉴스타파' 기자는 "언론은 정치의 하부구조가 아니다"라며 문성근 전 대표가 주장한 '통합론'에 대해서 강하게 비판했다.

최기훈 <뉴스타파> 기자도 2일 "대안언론, 독립언론 이제 싹 틔우는 중이다. 고발뉴스, 팩트TV, 국민TV 모두 자기만의 색깔을 가지고 모두 잘하고 있다"며 "대안언론이 정권 바꾸려고 있는 건 아니라고 본다. 언론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긴호흡으로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반면 조상운 국장은 통합론에 대한 단정적으로 선을 긋기보다 서로의 입장을 들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통합론에 대한 반발은)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본다. 그럼에도 일단 통합론에 대해 조금이라도 이야기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성근 전 대표의 말이 국민TV를 대변해서 한 말은 아닐 것이다. '대안 독립 언론들이 하나로 뭉쳐지면 더 큰 힘을 낼 수 있을지 않을까'하는 기대에서 한 말일 것이다. 각 매체의 성향이 다르다고 선을 먼저 긋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언론사를 지지하는 사람들의 시선과 기대를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수용자 지향성'을 지녀야 한다고 본다.

국민TV는 현재 '나는꼼수다'의 김용민 PD를 주축으로 라디오 방송을 하고 있다. 또 친(親) 노무현 성향의 인터넷 매체 '서프라이즈' 대표를 맡았던 서영석 전 대표가 이사를 맡고 있다. 조상운 사무국장에게 '국민TV가 친노무현 성향의 방송, 즉 정파적이라는 비판이 있다'는 말을 건넸다.

국민TV가 표방하는 저널리즘은 '옳은 것의 편, 사실의 편을 들자'이다. 특정 정파의 편을 들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만약 국민TV가 '노무현은 무조건 옳다'고 주장한다면 친노방송일 것이다. 참여정부 인사들의 입장을 대변한다면 역시 친노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참여정부 인사들이 잘못한 사실도 이야기한다. 여권을 지지하는 분들, 새누리당 의원들도 모두 취재원이다. 다만, 섭외 요청을 거부하더라.(웃음) '어느 정파에 유리하고 어느 정파에 불리하니까 방송한다' 이런 편향은 없다.

"김용민, 서영석이 있기 때문에 친노방송"이라고 하면 지나치다. 이곳에 철밥통은 없다. 누구나 조합원으로 참여할 수 있으며 인사 장벽은 없다. 또 김용민 PD가 경험이 일천한 사람들과 라디오 방송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좌지우지한다'는 비판이 일 수도 있는데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모두가 열정을 다 해서 방송을 만들고 있다. 국민TV가 성장해 더 유능한 직원들이 오게 되고 그들의 능력과 경험이 쌓이게 되면 이러한 비판은 저절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 비판에 대해서는 우리 국민TV 스스로 우리의 방송을 통해 설득하고 노력해야 할 것이다.

▲ 김용민 국민TV PD가 라디오 방송을 위한 작업을 하고 있다. ⓒ미디어스

프레시안도 지난 5월 독립 언론의 기치를 걸고 협동조합으로 전환했다. 미디어와 협동조합. 한국 언론사에서 찾아보기 힘들었던 변화다. 미디어협동조합이 가지는 의미와 협동조합의 장·단점을 물었다.

무엇보다 사주 권력이 없다. 정권이 사주인 공영방송은 여전히 수만 명이 모인 촛불집회를 보도하지 않는다. 이러한 언론 환경을 누구보다 국민들이 직접 느낀다. 미디어협동조합에 대한 열망이 수그러들지 않는 이유다. 협동조합은 10억을 출자하든, 5만원을 출자하든 1인 1표다. 자본으로 의사결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조합원들 스스로가 경영에 책임을 진다는 데 의미가 있다. 권력이나 자본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그런 측면에서 협동조합이 언론으로서 기능하기에 좋은 모델이다. 하지만 폐쇄적이라는 비판이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 '콘텐츠'에 대한 고민은 언제나 있다.

비영리 독립언론으로 다시 태어난 <뉴스타파>와 미디어협동조합 국민TV는 올 초 대중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출발했다. <뉴스타파>는 조세피난처 보도, 국정원 특종 등을 통해 탐사 저널리즘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모습을 국민TV 구성원들은 어떻게 평가하고 바라봤을까?

조세피난처 보도 인해 전두환 수사가 본격화되지 않았나? 대단했다. 우리 사회에 적잖은 파장을 주었고 전두환 추징법이 통과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역시 뉴스타파였다. 뉴스타파는 탐사 저널리즘을 고수하는 심층 보도 매체다. 국민TV의 포지션은 현 시국 상황을 매일 국민들에게 알려주고 공영방송이 외면하는 사건을 파헤치고 전달하는 매체이다. 라디오로 그런 역할을 미력하게나마 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뉴스타파, 국민TV, 고발뉴스 모두 각자의 영역과 장점, 특징이 있기 때문에 서로 보완하면서 연대와 통합을 논의할 수 있다고 본다.

결국 국민TV가 목표로 하는 TV방송을 위해선 더 많은 조합원이 필요하다. 국민TV 조합원 가입을 두고 고민하는 이들, 그리고 현재 조합원들에게 하고픈 말이 무엇인지 마지막으로 물었다.

도와달라고 말씀드리고 싶진 않다. 조합원 가입은 '후원'이 아니다. 참여다. 대선 직후 TV가 필요하다는 열망은 분명했다. 국민TV는 그러한 열망을 대변하는 방송이다. 열망이 아직 마음속에 남아있다면 국민TV와 함께 언론의 변화를 이끌어주시면 감사할 것 같다. 또, 이러한 변화가 더 빠른 시일 내에 일어날 수 있도록 수용자들께서 독립 매체의 통합과 연대에 대한 지지를 해주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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